집돼지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 사례 멈춰
돼지 재입식 막혀...ASF돼지는 백신없어 불투명
긴급 경영안정자금도 90%이상 67만원받아...무용지물
농림축산식품부 "안정화돼야 가능해...불확실"

돼지농가를 소독하고 있는 모습/한돈자조금 제공
돼지농가를 소독하고 있는 모습/한돈자조금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지난해 9월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ASF)이 발생한 이후 경기 북부 및 강원지역 등을 중심으로 야생맷돼지에서의 감염사례는 여전히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사육돼지 농가에서는 열병사례가 멈춘지는 오래다. 사육돼지에서 열병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농림축산식풉부는 방역 당국의 선제 방역이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며 언급하고 있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돼지농가의 희생으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다.

하지만 이런 농가들의 자발적인 희생이 오히려 스스로를 옥죄는 꼴이 됐다. 돼지농가들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돼지를 모두 살처분을 했지만, 이후 돌아오는 지원은 고작 '67만원'.

농가는 67만원으로는 '빌려온 사료값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에 대해 나몰라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살처분 이후 농가들은 부채 상환과 이자 부담으로 심각한 경제적 생계 압박을 받고 있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여기에 재입식까지 막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어 농가들의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소속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농가 재입식 허용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소속회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농가 재입식 허용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돼지 마릿수가 많은데 받는 지원금이 고작 '67만원'...왜? '무용지물'

지난해 정부는 축산농가의 생계를 위해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생계비는 관련법에 따라 가축전염병 확산방지 차원에서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에 최장 6개월, 월 최대 337만5000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금이 차등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최대금액을 받는 축산농가는 극소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생계비 지원기준을 보면 돼지 살처분 마릿수가 801~1200마리일 경우에만 생계비의 상한액(월 337만5000원)을 받고 이보다 많을수록 생계비는 줄어든다. 1201~1400마리는 275만원, 1401~1600마리는 202만5000원, 1601~1700마리는 135만원으로 단계별로 20%씩 차감하는 방식이다. 1701마리 이상은 67만5000원으로 상한액과 비교하면 27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위와같은 계산법이면 대부분의 축산 농가는 최소비용의 생계비를 지원받는다.

이유는 살처분을 한 돼지를 당시의 시세에 맞춰서 보상급을 지급해서기 때문이다. 돼지 마릿수가 많으면 그만큼 보상금이 많기 때문에 생계비가 줄어들고 그에 따른 상한액은 월 67만원이 전부다. 연천지역만 따졌을때 90%이상이 월 67만원만 지급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활용하는 농가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북부지역협의회가 연천·파주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경영안정자금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 정도만 자금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통해 농가 어려움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반박하다. 

오명준 북부지역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축산 관련 채무 상환 등에 사용토록 하고 있지만, 농신보를 이용한 자금 대환에는 쓸 수 없다”며 “월 67만원 수준에 불과한 생계안정지원금으로는 농장의 전기요금을 내기도 어렵다”고 언급했다.

◇ 67만원 받는데 재입식도 불가능하다고?

여기에 재입식의 문제도 농가들의 부담에 한몫한다.

농축산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의 위험성을 이유로 살처분에 참여한 농가들의 돼지 입식을 미루는 사이 해당 농가들은 생계가 더욱 힘들어 졌다.

여기에 방역지침으로 축산차량 진입 금지 같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67만원'으로 근근히 버티던 농가들도 한계에 달했다는 게 현장 상황이다.

돼지는 살처분한 이후 2년 가량은 재입식이 불가능 하다. 통상 구제역 등 전염병이 돌면 축사에서 돼지를 모두 빼고 소독작업을 하고 돼지를 넣고 다시 사육하게 된다. 이를 재입식이라고 하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재입식이 쉽지 않다.

이에 지난달 돼지농가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9~10월 예방적 살처분과 수매·도태가 이뤄진 이후 해당 지역은 지금까지 입식이 금지돼 농가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기 파주·김포·연천, 인천 강화, 강원 철원 등 ASF 피해지역에 대한 돼지 재입식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사무국장은 "방역 따지다가 양돈 농가 다 죽게생겼다"며 "돼지하고 농식품부, 농식품부 장관만 잘 먹고 잘 살면 뭐 할 겁니까"라고 토로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9월부터 재입식과 관련한 사전정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생멧돼지에서 ASF 발생이 안정화돼야 재입식이 가능하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히며, 재입식이 실행에 옮겨질지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어 방역정책국 관계자는 양돈 포럼에서 대한한돈협회와 재입식과 관련한 양돈 농가 방역시설 기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논의 내용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ASF 감염 멧돼지 발생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야생협회 관계자는 "올 9월 이후 야생멧돼지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날 것"이라며 "농가들을 안정을 위한 대책을 정부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는 "양돈 포럼에서 재입식 관련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면, 그날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바로 현장(농가)에 실행으로 옮겼어야 하는 게 맞다"며 "이래저래 기다리기만 하는 농가들을 날이 갈수록 더 힘들 어 질 것이다. 농가들을 위한 대구책이 다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 돼지농가 관계자는 위와같은 문제에 대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정부(농축산식품부)는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해부터 지원금을 올려주겠다는 말도 재입식을 진행하겠다는 등... 어떠한 말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추이를 지켜보겠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이 전부다"며 "이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농가들은 하루가 지옥이다. 전기세도 내지 못하고 있는 농가, 사료값도 내지 못해서 빈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농가 등 현장 상황은 전쟁이 휩쓸고 간 형태와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농림축산식품부가 국산돼지를 키우고 싶지 않은건지, 돼지고기를 수입만 하고 싶은건지...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안티축산'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며 "이정도면 너무 나몰라라 하는 거 아니냐. 코로나19에 다 집중이 되고 있는 요즘에 농가들은 그조차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가들은 정부가 당장 재입식을 허용할 수 없다면 최소한 대출금 부담이라도 일부 해소할 수 있도록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모든 일반 대출금 대환에 사용 가능하게 하거나 농신보 특례보증한도(3억)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오명준 사무국장은 “농가들이 지금까지는 살처분 보상금 가지급금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재입식을 못하는 현 상황이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해 희생한 농가 중 40%는 부도 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농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함께 재입식이 조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만간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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