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릴수록 불법 사금융 시장 확대…“금리인하와 규제완화 동시 이뤄져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픽사베이 제공) 2018.6.8/그린포스트코리아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갈 수록 역효과가 나타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21대 국회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금리인하 조치가 서민의 이자부담 완화보다는 대출 장벽을 높여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어내는 ‘역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민의 이자부담을 줄이고 대부업의 생존을 지키는 상생을 위해선 금리인하와 더불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현행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4%포인트 낮춘 20%까지 완화하는 ‘이자제한법 일부 개정안(대부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5%까지 완화를 골자로 발의했으나 국회 법사위에서 최종 부결된 바 있다. 서민의 이자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와 달리 제도권 금융 대출 장벽을 높여 불법 대출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이번 국회는 177석을 보유한 민주당에 의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일한 우려가 거듭 제기됐다. 

금융연구원과 이수진박사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시장 저신용자 배제 규모의 추정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업 의존도가 높은 저신용자의 이자부담완화를 위해 법정금리를 낮출 경우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 대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덮어놓고 '금리인하', 대출장벽 높여 불법 사금융 양산하는 역효과

대부업 대출이 막히면 저 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대부업체는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은행과 저축은행을 통한 대출이 불가한 저신용자는 통상 대부업을 찾는데 이 마저도 불가하면 불법 사금융에서 급전을 융통하게 된다는 우려다.

이 박사와 금융연구원은 “이들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경우 대부업체는 수익성 보전을 위해 (저신용자에 대한)대출을 중단하고, 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돼 오히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정 최고금리가 다시 인하될 경우, 대부업체는 기존 저신용자에게 주던 대출을 중신용자 이상 고객에게만 지급하도록 전환하는 방법으로 신용위험을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와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2월 최고금리가 현행 24%로 줄어든 이후 대부업의 신규대출 승인 고객수 감소율은 2018년 45.2%에서 2019년 56.3%까지 증가했다.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분의 대부업은 경영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흑자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40.2% △‘순수익이 전혀 없는 상태’는 36.9% △‘이미 적자를 시현’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36.9%로 나타났다.

신규 신용대출 취급에 대해선 △‘정상적으로 심사하여 취급한다’는 69.9% △‘기존거래고객을 위주로 재대출 또는 갱신한다’가 23.9% △‘모든 신용대출을 중단한다’는 답변이 6.6%였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고금리 인하 이후 30% 이상의 대부업체가 대출을 축소하고 일부는 담보대출을 확대하고 있어 저소득, 무담보 취약계층에게 불리한 자금조달 환경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와 규제완화로 대부업-서민금융 상생 정책 펼쳐야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부업은 대손충당금을 비롯한 조달비용이 20% 전후를 웃돌며 높은데 반해 이자수익 외 수익창출 창구가 없어 최저금리가 인하된다면 상당수 업체는 폐지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대부업은 규정상 가계대출에 들어가 기업대출도 불가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도권 금융에서 연체가 발생한 6등 이하의 저 신용자에 대출을 공급하는 곳은 사실상 대부업체 말고는 찾기 어려운데 이조차도 안되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최저금리인하와 규제완화가 동시 이뤄져야 대부업도 저신용자에게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공급하는 상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최저금리가 내려간다고 우려하는 것처럼 저신용자들이 대출절벽에 부딪히는 우려가 빠르게 실현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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