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용원전 해체 경험 없어…최소 15년은 걸릴 것

▲ =출처 플리커

 

[편집자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후 원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 고리1호기 전력차단 은폐 사건으로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당초 연장 가동의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최초의 상용 원전 폐쇄는 현실적으로 얼마나 걸리는 지, 그리고 어떤 장애물들이 있는 지를 2회에 걸쳐 살펴 본다.

①원전 디커미셔닝(폐쇄), 하고 싶어도 못 한다?
②원전 폐쇄라는 미래…준비없이는 불가능해

지난 27일 조석 지경부 제2차관이 고리1호기 및 월성1호기 등 연장 가동하고 있는 노후원전의 폐쇄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지만 당장 결정하더라도 곧바로 원전이 사라지지는 않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소 15년은 걸린다는 설명이다.

29일 한국수력원자력 관련 부서 관계자는 원전 폐쇄와 관련해 "영구정지한 상태에서 즉시 해체하는 경우가 있고 일정기간 관리하다가 해체하는 지연 해체의 경우가 있다"며 "또 영국처럼 한 100년 놔뒀다가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다양한 절차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즉시 해체의 가능성이 높은데 이와 같은 결정을 하더라도 디커미셔닝(폐쇄) 완료까지 15년은 소요된다"고 밝혔다.

원전 폐쇄, 전문 용어로는 디커미셔닝(Decommissioning)이라 부르는 이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우선 사용 중이던 핵연료봉을 꺼내 원전을 영구 정지 시킨 뒤 원전 내에 보관돼 있는 사용후 핵연료봉과 함께 다른 시설로 옮기는 작업이 첫 번째 단계다.

이후 원자력 시설 내 구조물 중 방사능에 오염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나눠 방사능에 노출된 구조물들을 대상으로 방사능을 제거하는 작업, 즉 제염 작업을 실시한다. 핵연료봉 냉각 장치와 같은 경우가 제염 작업이 필요한 대표적인 예다. 직접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돼 있던 구조물이기 때문에 제염 작업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외부로 반출할 경우 외부에 방사능 오염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마지막 단계는 이렇게 분류된 구조물들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또는 일반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낸 뒤 콘크리트 등 외부 구조물을 철거하는 작업이다. 이 단계는 일반 건물 철거와 비슷한 순서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단계 진행에서 5~7년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후 두 번째 단계에서 방사능에 노출된 구조물들의 제염 작업에 10년 정도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한수력 관계자는 "방사화라고 해서 제염이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제염이 안 되는 것은 최종적으로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한다"면서 "폐기물을 일정 기간 놔뒀다가 제염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가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 연장을 결정한 원전 시설 폐쇄를 당장 결정하더라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당장에 이를 실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한국 원전의 대부분이 페어(두 기가 한 쌍으로 연결돼 있는 것)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원전을 해체한다면 두 개의 원전을 함께 해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한수력 관계자는 "고리2호기와 (수명이) 5년정도 차이가 나는데, 2호기가 영구정지 될 때 같이 폐로를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에서 상용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이 없다는 우려엔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해 본 경험도 있고 기술자들을 원전 해체 경험이 풍부한 독일의 교육 시설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면서 "다만 처음 해체는 비용이나 효율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시행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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