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을 이끄는 여러 업종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특색을 가지고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 어디 있겠냐만, 그 중에서도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글로벌 공룡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K-POP이 문화컨텐츠를 주도하고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서 남다른 점유율을 보이는 요즘, 또 다른 ‘한류'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다. 이들은 ‘보건안보 산업’이라는 기존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국가경제를 책임질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K-바이오 시대다. 해당 산업을 이끄는 국내 기업의 역사와 최근 동향, 그리고 미래 전망과 리더십을 심층 취재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바이오 대장주’로 불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근 주가는 연일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며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30% 가까이 올랐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세도 주가 강세 요인 중 하나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첫 흑자를 달성했다. 올 상반기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순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이 같은 호재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대형 계약을 연이어 수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체결한 계약만 6건이 넘는다.

 

세계 최대 CMO 기업...올해 첫 미국 진출로 해외 거점 확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장 내 설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장 내 설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이 처음부터 예견된 건 아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 1개월 후인 2011년 5월 생산능력 3만 리터 규모의 1공장을 착공한 후 2013년 6월 가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7월 미국 BMS, 10월 스위스 로슈(Roche) 등 글로벌제약사와 장기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9월에는 생산능력 15만 리터 규모의 2공장을 착공해 안정적 중장기 수익구조를 창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2017년 12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제3공장을 준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준공으로 1공장 3만 리터, 2공장 15만 리터, 3공장 18만 리터 등 총 36만 리터에 이르는 생산능력을 보유한 세계 최대 CMO 기업이 됐다. 같은 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사업 초기 위탁생산에 집중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7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 사업을 시작으로 CRO(위탁연구), sCMO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이 늘어나고, 암·자가면역질환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백신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CDO 수요가 증대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기준 CMO 35건, CDO 42건, CRO 10건 등 46개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총 87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올해는 CMO 12건, CDO 18건 이상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CDO R&D 센터를 오픈해 글로벌 거점 및 고객사 확보를 위해 첫 해외 진출에 나선다.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위탁개발(CD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을 위한 연구소로 차후 미국 동부(보스턴), 유럽, 중국 등지로 해외 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통해 고객 만족과 한국의 생산 거점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CMO에 이어 CDO, CRO, sCMO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생산 관련해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통합된 ‘컨트랙트 서비스 회사(Contract Services Company)’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시밀러 넘어 신약 개발로

연구원들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랄디, 베네팔리, 플릭사비와 항암제 온트루잔트 등 4종의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도 눈에 띈다. 2017년 11월 로슈가 판매하는 유방암 치료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를 받으며 3개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임랄디, 베네팔리, 플릭사비)와 항암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온트루잔트) 등 4종의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세계 최초 개발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유럽에서 매출 14억4280만 달러(약 1조6천억 원)를 냈다.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임랄디’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고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의 매출은 61% 뛰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희귀질환으로의 파이프라인 확대도 눈에 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입지를 다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암·안과·희귀질환 분야를 차세대 동력으로 삼고 개발을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처(FDA)에 이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5’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SB15는 바이오 기업 리제네론이 개발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다. 노년층의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 안과 질환인 황반변성 치료제다. 최근 미국, 한국 등을 포함한 8개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SB11에 이어 SB15의 임상시험에 성공해 상업화에 이르면 두 가지 황반변성 치료제를 모두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하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SB11의 임상을 완료하고 품목허가를 준비 중이다.

한편, 바이오시밀러 외에도 2018년 8월 일본 다케다제약과 첫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첫 바이오 신약이 될 급성 췌장염 치료제 SB26은 현재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급성 췌장염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데다 알코올 소비 증가와 진단기술 발달로 잠재적 환자가 많아 시장성이 있다”며 “다케다제약이 일본 1위이자 아시아 최대 제약사로서 소화기내과 분야 치료제에 강점을 지녔다는 점도 고려됐다”라고 설명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올 상반기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순이익도 흑자 전환했다”며 “자회사 실적호조와 파이프라인 확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올해만 1조 43839억원 수주...‘4공장 증설’ 가시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4공장 조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군 확대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에서의 성과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이뮤노메딕스와 1500억원 규모,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와 4400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소재 제약회사와 1841억원 규모, 다국적 제약사인 글라소스미스클라인(GSK)과 2835억원 규모 CMO 계약을 맺었다. 

이달 8일에는 스위스 소재 제약사와 각각 2462억3258만원, 432억5422만원의 대규모 CMO 계약을 체결해 올해만 1조3839억원 규모의 CMO를 수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위탁생산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가동 시간도 현저히 단축할 수 있어 CMO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체제변환에 따라 추가적인 생산 체계 구축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공장 증설도 가시화되고 있다. CMO 수주가 늘면서 공장 가동률이 한계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 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2년 3공장의 가동률이 최대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비어와의 계약 이후 추가 수주가 이어져 4공장 증설의 필요성은 더 높아지게 됐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연내 4공장 증설계획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인천 송도에서 새로운 부지도 물색할 계획이다. 4공장을 짓고 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인천 송도의 부지가 가득 차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도 4공장 증설에 대해 언급했다”며 “4공장 증설에 따른 이익 증가는 2024년부터 계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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