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도권 금융사 억울함 동의, 상생하는 정책 고민할 것"

금융당국의 핀테크 업체의 후불결제 도입 검토에 카드업계 우려가 커졌다.(픽사베이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당국의 핀테크 업체의 후불결제 도입 검토에 카드업계 우려가 커졌다.(픽사베이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금융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 결제 업체에도 ‘후불 결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 카드업계와 핀테크 간 불공정경쟁 우려가 재 점화됐다. 금융당국은 신사업인 핀테크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나 핀테크 업계 규모가 신용카드 업계에 견줄 만큼 급격히 성장하는 데 반해 규제는 차등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간편 결제 업체에 ‘100만 원 한도의 소액 후불결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월 발표했던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에 따른 조치다. 현재까지는 도입 시기 등의 세부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연내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핀테크 업체들의 후불결제 도입을 둘러싼 업계 쟁점은 카드사와의 불공정경쟁 여부다. ‘OO페이’로 대표되는 핀테크 금융사가 후불결제 시스템마저 확보하면 온라인 결제 시장을 중심으로 카드사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현재는 카드 결제나 계좌이체를 통해 페이 잔고를 채우도록 되어 있지만 페이가 후불 기능을 탑재하면 페이 이용자는 카드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카드 이용자가 줄면서 고객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후불결제가 시행되지 않아 타격이 제한적이나 시행되면 입장이 뒤바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이용금액을 볼 때 한도를 모두 채워 사용하지 않고 평균적으로 한 달에 60만 원~70만 원 정도를 이용한다”면서 “100만 원 이하의 소액결제로 도입한다고 해도 카드사는 고객 확보에 있어 불리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드업계도 새롭게 사업에 진출하는 핀테크에 기존 카드업계와 동일한 규제와 조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만 카드사에 매출보다 중요한 건 고객 확보인데, 그에 있어 규제로 인해 불리한 입장에 있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불공정경쟁 쟁점은 규제 차등 적용…핀테크는 되고 카드사는 안 돼 

불공정경쟁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고객 확보에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에 관한 규제 때문이다. 현재 핀테크 금융사의 경우 사실상 마케팅 범위나 규모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반면 카드업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마케팅에 제한을 받는다. 

전자금융업자인 간편결제업체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업 규제를 받지만 이 법엔 건전성이나 영업행위 규제가 거의 없다. 처음 등록할 때 자본금 20억 원만 있으면 된다.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 유지하도록 하지만 이는 경영 지도 기준으로 강제성은 없다.

반면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기자본과 레버리지(대출) 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받는다. 카드사는 총자산이 자기자본 대비 6배를 넘을 수 없다. 

예컨대 핀테크 업체가 ‘50만 원을 충전하면 결제 금액의 10%인 5만 원 상당의 캐시백을 제공한다’고 해도 가능하지만 카드사는 불가능하다. 여신전문업법에 따라 마케팅에 드는 예상 비용이 매출보다 커선 안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언급된 마케팅 사례는 출혈경쟁에 가까워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다만 당장 매출보다 고객 확보가 중요하기에 출혈을 감수하고 혜택을 앞세워 고객유치에 나서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 있어 고객확보는 매출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고객확보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의 후불결제, 소비자에겐 이득…업계간 상생하는 정책 나와야

핀테크의 후불결제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후불결제 등장으로 경쟁이 확대돼 선택이 폭이 넓어지고 혜택이 늘어난다는 점을 강점으로 뽑고 있다. 다만, 여신업 경험이 없는 만큼 연체관리가 관건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온라인 간편결제 이용자 연령대가 주로 2030 젊은 세대인 것을 고려할 때 사회 초년생이나 무직자의 연체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외국은 미국 페이팔 등을 통한 소액 후불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돼있고 국내에도 이동통신사들은 통신과금 서비스로 소액 후불 결제를 시행하고 있어 핀테크 업체만 제한할 수 없다. 미국 페이팔의 경우 선불 결제뿐 아니라 여신을 통한 후불 결제도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해 제도권 금융과 핀테크의 상생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1일 하반기 금융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제도권 금융사가 억울하다는 것 일정 부분 동의한다”라며 “핀테크는 새로운 영역이니 그간 인센티브를 줘 왔는데 이제(핀테크 업체가) 일정 수준에 왔으니 그 부분(역차별)을 잘 검토해보겠다”며 상생하는 정책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과거 간담회 등에서 언급이 있긴 했지만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정확히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후불결제 도입에 관해선 “간편결제 서비스에 후불결제가 허용되면 소비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잔액이 없어도 결제가 이뤄진 뒤 사후에 충전해 이용할 수 있어 보다 편리한 모바일 기반의 금융생활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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