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국책연구기관 등 국가물관리 위해 힘 모아
깨끗한 물 충분히, 지속 공급...친환경 에너지도 육성
환경부, 국가 물 관리 기본계획도 수립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네 번째 시리즈는 폐수 발생 줄이고 물 순환 선도에 앞장선 착한 기업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국제물주간 2019’ 개최 및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개소. (사진 환경부 제공)
아끼고 덜 버리는 게 개인 또는 기업의 실천 과제라면 물 순환체계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건 국가의 몫이다. 사진은 지난해 '대한민국국제물주간 2019'와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개소 당시 모습 (환경부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물 없이 살 수 있는 인류는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물은 세가지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아껴 쓰고, 더러운 물을 덜 버리며, 상수와 하수를 포함한 전반적인 물 관리체계를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상태로 갖춰야 한다. 아끼고 덜 버리는 게 개인 또는 기업의 실천 과제라면 물을 관리하는 건 국가 또는 국제사회의 몫이다.

우리나라의 물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상수도냐 하수도냐에 따라 다르고 정책이나 이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물은 국가가 큰 틀에서 관리해야 한다. 물에 관한 주요 정책과 현안을 심의, 의결하고 물 분쟁을 조절하는 기관은 ‘국가물관리위원회’다. 물관리 정책을 결정하고 물분쟁을 조정하는 대통령 소속 기구로, 2019년 8월 27일 출범했다.

2018년도에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2019년 8월 27일 출범한 국가 기구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물 관련 중요 정책 및 현안을 심의·의결하고 물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위원회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7개 주요 공공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도 출범했다.

◇ 국가물관리, 공공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이 힘 모은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 1일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3개 공공기관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공공·연구기관 통합물관리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출범했다.

협의체는 재난대응부터 시민체감형 국가물관리 방안 등 여러 방면에 걸쳐 통합물관리 정책을 실행한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기관은 국가물관리위원회 내 실무조직을 설치해 통합물관리에 필요한 국가차원 협업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은 실무협력팀을 구성해 재난 공동대응·협력, 물 수지 분석 등을 우선 추진하고 분야별 추가 협력사업을 발굴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물관리 정책 개선을 위한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자체 또는 협업을 통해 연구를 실행한다.

위원회와 각 기관이 참여하는 정례회의를 통해 물 관련 정책과 현안, 업무계획 등을 긴밀히 공유하는 등 협력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이 체감하는 통합물관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의 협력과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의체 발족이 대한민국 물관리 역사를 새롭게 써가는 기념비적인 발자취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당시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협의체 구성은 수량과 수질에 더해 생태와 재해 예방까지 고려한 폭 넓은 통합물관리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물관리 혁신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물 산업 혁신창업 활성화를 위해 ‘2020 대한민국 물 산업 혁신창업 대전(STARTUP WATER)’을 개최한다. 우수 아이템에 대해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댐과 정수장을 성능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은 실무협력팀을 구성해 재난 공동대응·협력, 물 수지 분석 등을 우선 추진하고 분야별 추가 협력사업을 발굴한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물 활용을 위한 폭넓은 협업 체계

최근 물 관리 정책에 관한 몇가지 내용을 살펴보자. 그동안 수도권 생활·공업용수를 담당하는 한강수계 다목적댐 여유물량이 부족해 추가 수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전용 댐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수원이 운영하고 있는 발전용 댐에 저수된 물은 발전 목적으로만 사용하면서 방류된다. 이에 따라 가뭄 또는 홍수 발생 시 물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도권의 추가 용수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한강수계 다목적댐 여유 물량이 부족했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 4월 기후변화 대비를 위해 북한강수계에 위치한 발전용 댐을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환경부와 체결했다. 이른바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협약’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발전용 댐이라는 신규 수원이 확보되어 한강수계 댐 관리체계가 개선되고, 신규로 발생할 용수 수요에 대처해 가뭄과 홍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통합 물 관리 정책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한수원은 국가 수자원 관리의 중요한 일원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강수력본부는 화천댐, 팔당댐을 대상으로 2년의 시범기간을 통해 용수공급 및 홍수조절 효과를 분석하며 지속적으로 가뭄 및 홍수대비 효율적 물관리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깨끗한 물 충분히, 지속적 공급...친환경 에너지도 육성

앞서 환경부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건강한 물’ 비전 실현을 위해 2020년도 물관리 분야 업무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환경부 물통합정책국, 물환경정책국, 수자원정책국이 수질·수량·수생태 등의 분야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업무 추진계획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올해 중점 추진할 ‘3대 국민체감 핵심과제’와 ‘5대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유역별 통합물관리로 물이용 갈등을 해소하고 물관리 혁신으로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며,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물분야 친환경 에너지 육성을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쉽게 말하면 깨끗한 물을 충분히, 지속가능한 상태로 공급하고 수자원 등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육성에도 나서겠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물이용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낙동강 유역 상수원 불안감 해소 차원의 수질개선과 물 배분 대안을 포함한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영산강 수질개선, 섬진강 염해 피해 저감 등을 위해 영산강·섬진강 물 수요·공급, 수자원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통합물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물관리 혁신으로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이 시행된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취수원 수질 예측(대청댐 등 3개댐), 정수장 자율운영(화성정수장 시범도입), 수돗물 공급 전 과정 실시간 감시 관리 체계 구축(44개 지자체, 6321억원) 등이다. 이를 통해 취수원에서 가정까지 스마트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이 밖에도 상수도 시설 생애주기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존 노후상수도 정비사업은 국비를 조기투입해 종료 시점을 2028년에서 2024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33개 사업에 8481억원이 투입된다.

환경부는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물 분야 친환경 에너지 육성에도 힘쓴다. 수열에너지(강원 수열클러스터 등 5곳), 수상태양광(합천댐 등 5곳) 등 물 분야 친환경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관련 설비·제품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하수찌꺼기를 이용하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자원 추가 확보 등을 위해 바이오가스화 시설에 질소·인 회수공정을 시범 도입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유네스코(UNESCO) 수돗물 국제인증제도’ 사업에 참여한다. (픽사베이 제공) 2018.8.1/그린포스트코리아
깨끗한 물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숙제다. 이와 더불어 수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도 정부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부, 국가 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한다

환경부는 올해 통합물관리 핵심 기반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국가 물관리 비전을 담아 향후 10년간 물 정책 구심점이 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각각 나뉘어진 상태로 수립·운영 중인 물 관련 법정계획들을 효율화·체계화한다. 이와 더불어 물관리 체계 및 제도를 혁신하고 물정보 통합관리체계도 마련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지천부터 하구까지 건강한 물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급속한 개발과정에서 훼손된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도 추진한다. 유역 맞춤형 수질 개선을 통해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을 조성하고 댐·저수지·하천을 연계해 왜곡된 유역 내 물순환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속가능한 물이용 보장을 위한 통합물관리를 통해 용수확보를 효율화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측은 “유역기반 용수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물재이용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국민 모두를 위한 포용적 물이용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녹색전환을 위한 새로운 물가치 창출에도 주력한다. 물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도시 물순환 관리로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주민이 누리는 친수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해 방치되거나 수질이 악화된 저수지를 대상으로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지난해에는 물관리기본법 시행, 물관리위원회 출범으로 통합물관리 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는 물관리 일원화의 구체적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물관리 분야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하수처리장을 청정에너지 생산기지로 바꾸려는 시도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중랑과 난지, 서남, 탄천 등 4개 물재생센터를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소기술을 비롯한 신재행에너지 최신기술을 활용해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계획은 이렇다. 180MW 규모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해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와 수소기술을 융합·발전하는 에너지 선순환 ‘신재생에너지 환상망’을 구축하는 것.

서울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환상망은 바이오가스를 수소연료전지에 공급해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 전기는 가정으로 공급하고 열에너지는 센터 내 슬러지 건조시설이나 도시농업 열원으로 활용한다.

당시 서울시는 “오는 2035년까지 4개 물재생센터에 바이오가스 수소연료전지를 총 180MW 규모로 설치하고 올해부터 중랑물재생센터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지난 1월 29일 3개 도시가스사와 ‘서울시 물재생센터 신재생에너지 환상망 구축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당시 협약식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한 오염물질 무배출 물재생센터 신재생에너지 환상망은 신재생에너지와 환경분야 최신기술이 융합된 결정체로,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최초 시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기피시설로 인식돼 온 하수처리장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없는 청정에너지 생산기지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운영비 절감과 전력생산비용 등을 통해 연간 2815억원 경제적 가치 창출과 약 6500명 고용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히면서 서울 그린뉴딜을 선도하는 녹색경제 행진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가 물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물 사용을 줄이고 폐수 배출을 저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편에서는 물 사용량을 실제로 줄인 기업 사례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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