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⑨] 배달과 밀키트...‘편리미엄’ 속 환경 역습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⑨] 배달과 밀키트...‘편리미엄’ 속 환경 역습
  • 이한 기자
  • 승인 2020.06.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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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고 고급스러워진 배달과 간편식...편리함은 쓰레기를 낳는다?
코로나 19로 일회용품 늘었는데...배달 늘어 플라스틱 폐기물도↑
수십배 성장 예상되는 간편식...소량·낱개포장 경향 속 버려질 용기들
대책마련 나선 환경부와 기업...‘근본적인 줄이기’ 가능할까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천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방탄소년단) 이름으로 57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890만건의 기사가 검색(4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아홉 번째 주제는 대한민국의 식탁을 점령한 배달음식과 간편식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7월 1일 서울 한 대형마트 앞에서 펼쳐진 '플라스틱 어택' 활 모습. (서창완 기자) 2018..7.1/그린포스트코리아
배달음식과 간편식이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면서 편리함 이면의 일회용 쓰레기 문제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과거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앞에서 열린 '플라스틱 어택'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포장재의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배달의 시대다. 짜장면과 치킨, 피자는 기본이고 토스트부터 마라탕, 심지어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소비자가 원하기만 하면 배달받지 못할 음식이 없다. 15일 오후 기자가 인기 배달앱에 ‘깍두기볶음밥’ ‘낙지탕탕이’ ‘닭껍질튀김’ ‘허파볶음’을 검색해봤는데 모두 배달이 가능했다.

폭넓고 빠른 음식배달은 우리나라 식문화의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 유입이 줄기 이전에는 국내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한강에서 치맥 주문해먹기’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단에 입단한 한 외국인 선수가 SNS에 “한국에서도 우버이츠 등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올리자 네티즌들이 “한국보다 배달이 잘 되는 나라가 있나?” “이제 깜짝 놀랄 일만 남았구나”라며 흥미로워했던 일화도 있다. 

배달 문화는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급성장했고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확산 되면서 최근 더 늘었다. 파이낸셜 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의 주문 수는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9%, 66%, 67%, 60%씩 증가했다.

◇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진 배달과 간편식...편리함은 쓰레기를 낳는다

성장 동력은 ‘편리함’이다. ‘밥 차리고 치우기’가 귀찮은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국내 식습관에는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배달과 포장이 늘고 가정간편식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포장된 상태 그대로 조리만 하면 되는 ‘밀키트’ 제품 인기가 고공 상승했고 과거 ‘3분 카레’등으로 대표되던 레토르트 식품도 종류가 다양해졌다. 고기와 야채 등을 일일이 손질해 겹겹이 쌓아 삶는 ‘밀푀유 나베’같은 음식도, 여러 재료를 알맞은 크기로 손질해야 하는 ‘월남쌈’도 요즘은 밀키트 형태로 구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배달 음식도, 간편식 시장도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졌다. 자신이 국내 유명 배달앱 VIP사용자라고 밝힌 한 소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배달음식으로 집들이를 했다고 하면 ‘무개념’이라는 핀잔을 들었겠지만, 요즘은 배달과 간편식만 적당히 섞어도 출장뷔페 못잖은 퀄리티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음식과 밀키트 등의 다양화, 고급화는 ‘편리미엄’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다. 편리미엄은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등이 전망한 ‘트렌드코리아 2020’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결합한 단어로, 시간은 부족한데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할만한 가족이나 이웃은 과거와 비교해 적어진 요즘 세태를 대변한다. 시간을 아끼려고 그냥 대충, 간단히 때우는게 아니라 편리한데 품질은 좋다는 의미다.

상상해보자. 배달음식이나 방문포장, 밀키트와 레토르트 식품 없이 집에서 매일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집밥’이 일상적이던 과거 세대라면 가능할 수 있으나 젊은세대 부모, 또는 1인가구 학생이나 직장인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과거처럼 밥을 안 먹으면 라면 등으로 적당히 때우던 시대가 아니다. 무엇이든 배달해 먹고 재료만 사서 곧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시대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배달이나 포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그릇이나 플라스틱 용기, 미리 손질된 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닐포장 등의 쓰레기 문제다.

해외의 한 자가격리자가 며칠 동안 배달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다음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등을 모아 촬영한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해외의 한 자가격리자가 며칠 동안 배달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 다음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등을 모아 촬영한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코로나 19로 일회용품 늘었는데...배달 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도↑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 하나 있다. 태국 방콕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격리생활을 하던 사람이 올린 사진이다. 이 사람은 사정상 밥을 조리해먹지 못하고 대부분 배달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는데 불과 며칠만에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가 숙소 바닥을 가득 채울만큼 쌓였다.

물론 이 사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특수한 경우다. 하지만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할 경우 위와 같은 문제는 누구에게나 생긴다. 재료를 손질하고 밥을 짓고 설거지 하는 과정을 생략함으로서 그만큼의 편리함은 곧 또 다른 쓰레기로 바뀐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는 와중에 음식 관련 쓰레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지자체별 쓰레기 발생량이 전년 대비 20~40% 내외로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배달음식 급증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갈 곳을 잃어가는 상태다. 연대는 이를 두고 “전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돈가스를 주문해 먹었다는 소비자 윤모씨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윤씨는 자녀와 함께 세명이서 메뉴 두 개를 시켰는데 포장쓰레기 24가 나왔다고 했다.

윤씨는 “돈가스가 들어간 메인도시락, 두 가지 반찬이 각각 담긴 용기, 국을 담은 그릇, 소스통, 세트로 함께 시킨 카레와 미니소바 용기까지 크고 작은 용기 12개와 그에 따르는 뚜껑 12개가 쌓였다. 일회용 수저와 젓가락을 빼달라고 주문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그릇이 너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품이다. 문제는 재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너무 많이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경우 버릴때는 용기를 깨끗이 씻어 배출해야 한다. 윤씨는 “그릇을 깨끗이 씻어 주거지 1층 분리 배출함에 내놓았는데 다른 집에서 씻지 않은 용기를 그대로 버려 결국 모두 뒤섞였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자도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불 앞에서 뭔가를 끓이고 볶는 과정이 점점 더 힘들고, 재료손질과 요리, 그리고 플레이팅 과정에서 사용하는 조리도구와 그릇을 모두 청소하려면 식기세척기를 쓰더라도 귀찮아서다.

반면 배달은 포장을 뜯어 먹기만 하면 되므로 짧게는 30여분, 길게는 2시간 가까이 시간을 절약해준다. 문제는 역시 쌓여가는 쓰레기다. 토요일에는 보쌈 족발 세트를 주문했더니 플라스틱 케이스가 10여개 배출됐고, 일요일에는 밀키트로 나베 요리를 해먹었더니 커다란 은박냄비와 기름기 묻은 비닐들이 처치곤란으로 남았다.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월요일 저녁, 수거함에는 검은색과 불투명색의 커다란 일회용 포장용기가 열 개도 넘었다.

◇ 수십배 성장 예상되는 간편식...소량·낱개포장 속 버려지는 용기들

플라스틱 용기와 일회용품은 배달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품업계에서는 2018년 기준 약 200억 원 규모였던 간편식 시장이 2024년에는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조리가 간편한 음식들이 대부분 위생 등을 위해 일회용으로 포장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식재료도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담겨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편식은 기본적으로 소량포장 되어있고 다량으로 구매해도 결국 낱개 포장된 부분들이 모두 쓰레기로 직결된다.

‘집술’과 ‘혼술’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간편식 안주도 크게 늘었다. 평소 주말마다 집에서 ‘혼술’을 즐긴다는 1인가구 이모씨는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간편식 안주를 좋아하는데, 양념이 묻은 속포장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는 닦지 않고 그냥 모아서 버린다고 했다. 이씨는 “설거지를 하기 싫어서 플라스틱 용기에 먹는건데, 그 용기를 닦으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할 때처럼 방문포장시 개인 용기를 사용하거나, 과거 중국집처럼 그릇을 반납하고 다시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음식 배달 물량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는데 식기를 반납하려면 적잖은 인건비와 시간이 투입된다는 점,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다회용 그릇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런 정책이 시행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3개를 배출하게 됐다.(김동수 기자) 2020.2.22/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시간을 줄여 편리함을 얻는 대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 '편리미엄' 이면의 환경적인 영향을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가 모두의 숙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대책마련 나선 환경부와 기업...‘근본적인 줄이기’ 가능할까?

다행인 것은 환경부와 관련업계 등이 최근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이다. 환경부와 배달의 민족 등은 지난 5월 29일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을 개최했다.

해당 협약은 지난해 11월 22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중 하나이며, 포장과 배달 음식에 주로 쓰이는 1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해 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련됐다.

협약 참여자들은 포장‧배달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20% 줄이기로 뜻을 모았다. 용기 규격화를 통해 포장‧배달 용기의 개수를 줄이고, 용기 두께를 최소화하는 등으로 경량화를 추진하여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근본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업체들은 포장‧배달 용기의 재활용이 쉽게 되도록 재질을 단일화하고 표면에 인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재활용이 쉬운 포장‧배달 용기를 자체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도 올해 안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생산에 5초, 사용은 5분, 분해는 500년인 플라스틱 폐기물 감량에 사회구성원 모두 적극 동참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협약은 포장‧배달업계도 자원순환사회 구현의 일원으로 맡은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업계 전체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유통기업 역시 포장재 줄이기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현대홈쇼핑은 2월부터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종이로만 만든 친환경 배송 박스를 도입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9월 샛별배송 냉동 제품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를 전량 종이 박스로 교체했다.

CU는 직영점에 친환경 봉투를 도입하고 일부 매장을 친환경 편의점 ‘그린스토어’로 꾸며 화제가 된 바 있다. GS샵은 비닐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아서 재활용이 쉬운 조립형 박스 도입 계획을 밝혔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등 유통 자회사의 친환경 포장 제품 비중을 50%로 확대할 예정이다. 에코 스타트업 테코플러스는 버려지는 코코넛 껍질과 기존 플라스틱 원료를 반반 섞어 만든 '테코플라스틱'으로 편의점 도시락과 화장품 포장재, 일회용 식품용기 등에 적용했다.

식습관과 음식문화가 꾸준히 변하면서 배달 음식과 간편식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편리함 이면에 쌓여가는 일회용 쓰레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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