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가로쓰레기통 확대 설치 계획 발표
“편의성·위생 위해 필수” VS “무단투기 늘어날 것”
쓰레기통 늘어나면 폐기물 관리에 실제로 도움될까?

세상에는 환경과 경제에 관한 여러 이슈가 있습니다. 이슈가 생기면 늘 찬성과 반대 의견이 쏟아집니다. 정책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저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린포스트 편집국 회의에서는 매주 환경과 경제 관련 내용을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갑니다. 그 이슈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 문제가 국내 환경과 경제, 그리고 소비자들의 일상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개선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검토하고 기사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본지는 편집국 회의에서 의논한 주요 이슈에 대해 기자들이 내놓은 의견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영상 보도 또는 추가취재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봅니다.

첫 번째 순서는 최근 서울시에서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힌 도로의 쓰레기통에 관한 내용입니다. 쓰레기통이 많아지면 소비자들이 편리해지고 폐기물 관리에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오히려 무단투기가 늘어나는 역효과가 생길까요? 이에 대한 편집국 기자들의 의견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시 한 도로변에 방치된 폐기물 모습. 쓰레기통이 더 많이 설치되면 폐기물이 정해진 장소로 모여 잘 관리될까? 아니면 자신의 양심을 그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는 사람이 더 많을까? (이한 기자 2020.06.15)/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 한 도로변에 방치된 폐기물 모습. 쓰레기통이 더 많이 설치되면 폐기물이 정해진 장소로 모여 잘 관리될까? 아니면 자신의 양심을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는 사람이 더 많을까? (이한 기자 2020.06.1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서울시가 올해 예산 8000만원을 투입해 시내 가로 쓰레기통 총 657대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쓰레기통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적당한 곳을 골라 숫자를 늘려서 시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도시 미관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과거에는 길가에 쓰레기통이 많았다. 그러나 그동안 그 숫자를 대폭 줄여 ‘거리에서 쓰레기가 발생하면 버릴곳이 없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됐다. TV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도 외국 관광객이 서울 시내에서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당황해하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가로휴지통 증설·관리개선 계획'을 세우고 자치구에 해마다 가로 쓰레기통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해 왔다. 지난해에는 가로 쓰레기통이 6940대로 증가했다. 올해 657대가 설치되면 총 7597대로 늘어난다.

◇ “편의성·위생 위해 쓰레기통 필수” VS “무단투기 늘어날 것”

최근 그린포스트 편집국 회의에서 이 내용이 다뤄졌다. 쓰레기통 숫자를 늘리는 것이 과연 폐기물 정책에서 근본적인 효과가 있는지, 단순히 쓰레기통이 늘어난다고 해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 것인지에 관한 논의였다.

강서구 일대와 서울 시내 주요 제약사 등을 주로 줄입하는 이민선 기자는 “업무 특성상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쓰레기를 버릴 곳이 마땅히 없어 불편을 겪는 순간이 있다.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닐 수도 있지만, 위생 문제도 있으니 공공장소 등에는 쓰레기통 설치가 좀 늘어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식유통 업계 등을 출입하며 주로 자차를 이용하는 최빛나 기자 역시 “자주는 아니어도 쓰레기통이 있었으면 좋겠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꼭 없다”며 “갯수를 늘리는 건 좋은 선택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무실 내근 비율이 높은 그래픽 담당 최진모 기자는 다른 의견을 냈다. 중요한 것은 쓰레기통의 개수가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이라는 견해다.

최 기자는 “가로쓰레기통 갯수가 줄어든 근본적인 이유는 집이나 상점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할 쓰레기를 도로에 놓인 쓰레기통에 무단으로 투기하거나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기껏해야 휴지 한 두장 정도일텐데 쓰레기통 숫자가 적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다는 의견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최 기자는 “흡연구역만 봐도 재떨이와 쓰레기통이 엄연히 있는데도 바닥에 담뱃재 털고 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고 반문하면서 “쓰레기통을 늘리면 오히려 사람들이 쓰레기에 대한 인식이 더욱 느슨해질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 쓰레기통 확대 추진 속, 꼭 필요한 후속 정책은?

여의도 일대를 주로 출입하면서 금융사를 오가는 박은경 기자는 “무단투기가 문제라면 최근 보급된 RFID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처럼 함부로 버리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습관따라 다르겠지만, 길에서도 쓰레기를 버려야할 경우가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와 같은 내용을 전제로 박 기자 역시 "쓰레기통 갯수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기자가 내놓은 의견은 QR코드 인식이다. 서울시 공공자전거나 최근 사용이 늘어난 공유 킥보드처럼 QR코드 인식을 통해서만 열리는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버려지는 쓰레기의 무게나 부피가 일정 기준 이하라면 요금 부담 없이 버리되, 기준을 초과할 만큼 양이 많거나 부피가 크면 종량제봉투 가격 수준의 요금을 부과하는 방법이다.

소비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기자는 서울 종로구와 송파구 일대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하고 의견을 물어보았다. 송파구에 거주한다는 소비자 윤모씨는 “요즘 버스정류장은 추위를 피하거나 햇볓을 가려주는 시설도 있고 주위로 자전거 도로도 많이 생겨 여러모로 편리해졌는데 정작 쓰레기통이 적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쓰레기통이 생기면 무단투기 문제가 따라온다는 견해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쓰레기통이 없어도 도로가 여기저기에 무단으로 쓰레기를 내놓는 경우가 어차피 많다”면서 “차라리 제도적으로 쓰레기통을 만들고 무단투기를 철저하게 단속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 회사로 버스 통근하는 소비자 최모씨는 반대로 ‘쓰레기통이 없는 게 오히려 환경적’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최씨는 “작은 쓰레기통이라도 하나 있으면 테이크아웃 커피잔 같은 것들을 버스 타기 직전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급히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이 분명 생길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주위로 쓰레기가 아무렇게 잔뜩 쌓여갈테니 오히려 없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가로쓰레기통이 늘어나는 것은 실제 도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본지는 길거리 쓰레기통에 관한 시민들의 의견과 서울시의 계획 등을 추가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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