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전기차, 원활한 충전 위한 전력 계획 필요
앞으로 쌓여갈 폐배터리 문제도 해결해야

세상에는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고,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서 옳고 그름을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 관련 이슈에서도 이런 ‘애매함’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입니다. 전기차 폐배터리와 휘발유차 배출가스 중에서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요?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정말로 더 환경적이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할까요?

이런 것도 같고, 반대로 저럴 것도 같은 애매한 환경 경제 이슈를 상담해드립니다. 이 기사 내용이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는 제공하겠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이메일로 궁금한 내용을 보내주세요. 두 번째 주제는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반드시 환경적인가’입니다. [편집자 주]

전기자동차 등록대수가 10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전기차 관련 전력서비스 특허출원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자동차 등록대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배출가스 염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미래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친환경차’는 기름을 태워 달리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배출가스를 줄이자는 취지로 시장에 보급됐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양 축이다. 일반적으로 가까운 거리는 전기차, 중장거리나 대형 차량은 수소전기차 위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를 청와대 차량으로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제주도가 도내 48개 공용기관과 함께 ‘공용차량 전기자동차 전면 전환 및 내연기관차 운행 제한 MOU’를 체결했다. 해당 공공기관은 공용 차량을 신규로 도입하거나 전환할 경우 전기차를 구입해 오는 2022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올해 전기차 1만대 보급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는 전년 대비 13.5% 성장한 14만 311대가 판매됐다. 역대 최고 판매 수치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차가 11% 증가한 9만 8810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순수전기차 3만 2032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5255대가 각각 판매됐다. 수소차는 4,194대 팔렸다.

전기모터를 활용하는 전기차는 배출가스 관련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전 세계 국가와 자동차산업계가 전기차 보급 등에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전기차가 기름을 태워 달리는 차에 비해 확실하게 ‘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만일 우리나라에 수백만대 수준의 전기차가 보급되고 한꺼번에 수십만대의 차량이 동시에 충전을 해야 한다면 그 전력은 어디서 가져올 수 있을까. 기름을 시추하고 그걸 태워 연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에너지와 배출가스가 나오지만, 전기를 얻어내는 과정 역시 적잖은 에너지와 배출가스가 필요하다.

전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9 장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수요는 연평균 1.3% 증가해 2040년에는 700.4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부문별 연평균 예상 증가율은 산업 1.4%, 수송 6.5%, 가정 0.7%, 서비스(상업 및 공공) 1.3%다. 보고서는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 정책에 힘입어 수송 부문에서 전기 소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차 에너지인 석유와 가스를 전기로 전환하는 전력화가 이뤄지면 소비자들은 간편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전력화 과정에서 손실이 있고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전기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전기차 보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폐배터리 재활용 기준 등 관련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앞으로 쌓일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 문제도 숙제다. 현대자동차와 한화 등이 현재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앞으로 쌓여갈 전기차 폐배터리, 어떻게 처리할까? 

전기차에 사용되고 나서 이후에 생길 ‘폐배터리’ 문제도 주목받는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계속 늘고 차를 바꾸거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폐배터리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폐배터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지정한 ‘유독물질’에 해당한다.

전기차 배터리 보증기간은 통상 5∼10년이다. 보증기간 내에 배터리 성능이 70% 미만으로 떨어지면 소비자가 배터리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폐배터리는 2018년까지 100여 개가 나왔다. 올해 1000개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친환경차 보급이 늘면서 5년 후에는 약 1만여개의 폐배터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과 경유 또는 LPG 자동차도 배터리가 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부품 갯수가 적은 대신 배터리가 더 크다. 전기차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배터리다. 커다란 배터리가 차량 아래 장착되어 있는 형태다.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과거 기자에게 “친환경차 배터리는 단순히 사이즈만 비교해도 일반 자동차와는 200~30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전기차는 차량 전체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배터리가 차지하므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봐도 쉽게 폐기하거나 끼워넣기 어렵고 여기 환경 이슈까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환경부에서도 이미 2018년에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폐배터리 발생이 늘어날 것이므로, 재활용 등 비용 효과적이고 안전한 처리 체계를 미리 구축하고, 관련 환경산업도 육성하기 위해 입법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전기차 폐배터리 평가 및 재활용 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다행히 업계에서는 관련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계열사 한화솔루션(한화큐셀 부문)이 전기차에서 회수한 재사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미래차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전기사용량, 그리고 앞으로 쌓일 폐배터리 관련 문제 역시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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