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페트병·폐비닐 분리배출 규정 변경...시민들 “모른다”
환경부 "뚜껑 따로 배출" vs 지자체 "뚜껑 닫아서 배출"...진실은?
본지 단독보도 이후, 더 많은 홍보와 안내 이뤄졌을까?

서울의 한 주택가 분리수거함의 모습. 서울시가 '따로 배출하라'고 알린 페트병이 다른 쓰레기와 섞여있다. 쌓인 쓰레기 뒤로는 텅 빈 분리수거함이 보인다 (이한 기자. 2020.0612)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의 한 주택가 분리수거함의 모습. 서울시가 '따로 배출하라'고 알린 페트병이 다른 쓰레기와 섞여있다. 쌓인 쓰레기 뒤로는 텅 빈 분리수거함이 보인다 (이한 기자. 2020.06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서울시 재활용품 분리배출 방법이 변경됐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모르는 시민이 많고 배출 방법이 기존과 달라 자원순환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가 투명페트병과 비닐 분리배출 관련 규정을 바꿔 5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2021년부터 전면 시행한다 (본지 5월 25일, 27일 관련 내용 보도) 실제로 구청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관련 안내문이 배부되기도 했다. 폐비닐과 투명페트병은 일주일에 하루, 정해진 날짜에 봉투에 따로 담아 배출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주택가에서는 아직 관련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페트병 본체와 뚜껑 배출 방법은 기존 환경부에서 알린 내용과 서울시에서 새로 알린 내용이 전혀 달라 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시민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본지는 관련 내용 단독 보도 후 15일여가 흐른 지난 6월 10일부터 12일 오전까지 3일 동안 서울 송파구 일대 단독주택과 이른바 빌라촌, 상가건물 등에서 투명 페트병과 비닐 분리배출이 이뤄지고 있는지, 소바자들이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해당 지역에는 최근 구청에서 보낸 재활용품 분리배출 방법 변경 안내문이 배송됐다. 그 내용을 확인한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아직 모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11일 저녁, 삼전동의 한 주택가에 거주하는 소비자 정모씨는 “투명 페트병과 비닐을 각각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어제 확인했다. 이 지역은 내일(금요일) 버려야 하는데, 투명 페트병이 이른바 ‘생수병’처럼 속이 깨끗하게 보이는 제품만 해당하는지, 아니면 속이 들여다보이는 정도면 투명에 해당하는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정씨는 평소 분리배출을 꼼꼼하게 실천하는 편이라고 했다. 페트병 라벨을 반드시 분리하고 압착해 부피를 줄인다고 했다. 다만 집에서 분리를 열심히 해도 수거함에서 섞인다며 의아해했다.

정씨는 “이삿짐센터에서 사용하는 것 같은 커다란 박스 두 개로 7가구가 분리배출한다. 처음 이사왔을 때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각각 박스에 담고 종이는 옆에 쌓아두려고 했는데, 재활용 쓰레기 종류가 많고 쌓아둔 종이가 바람에 여기저기 날려 주차장을 더럽히니까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그 뒤로는 그냥 박스에 모두 넣는다. 그나마 박스 하나는 얼마 전 없어져 지금은 하나 뿐”이라고 말했다.

투명 페트병과 플라스틱용기, 유리병과 불투명 페트병, 달걀이 담겨있던 골판지 등이 마구 섞여 전봇대에 매달려있는 모습 (이한 기자. 2020.06.12)그린포스트코리아
투명 페트병과 플라스틱용기, 유리병과 불투명 페트병, 달걀이 담겨있던 골판지 등이 마구 섞여 전봇대에 매달려있는 모습 (이한 기자. 2020.06.12)그린포스트코리아

◇ “투명 페트병과 비닐 따로 배출? 잘 모르겠다”

실제로 근처 주택가에는 분리배출되어야 할 쓰레기들이 커다란 수거함에 뒤섞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건물 근처에는 그물망에 투명 페트병과 플라스틱용기, 유리병과 불투명 페트병, 달걀이 담겨있던 골판지 등이 마구 섞여 전봇대에 매달려있었다. 건물 근처에서 만난 주민에게 2명에게 “투명 페트병과 비닐은 따로 모아서 일주일에 한번만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모두 “몰랐다”고 답했다.

한블럭 떨어진 주택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건물은 종이, 비닐, 플라스틱, 그리고 캔과 병류를 따로 배출할 수 있는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정작 쓰레기는 그 앞에 쌓여있었다. ‘투명 페트병과 비닐을 투명 또는 반투명 봉투에 담아 각각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색하게 종이박스 위에 쌓여 버려진 페트병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분리수거함 근처 주차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기자가 ‘비닐과 페트병을 어디에 어떻게 버리느냐’고 묻자 “생활용품점에서 가정용 분리수거함을 구입해 플라스틱, 종이, 유리로 각각 나눠 일주일에 세번 버린다”고 말하면서 “비닐은 플라스틱이랑 같이 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페트병과 비닐은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만 버려야 한다는 얘기를 전하자 “그런 규정이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안내문이 전달됐는데도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백제고분로 주택단지에 거주하는 소비자 이모씨는 우편함에 꽂히는 안내문은 대부분 근처 학원이나 마트 광고지인데 자녀도 없고 동네 마트도 잘 안가서 그냥 버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분리배출 관련 안내문은 이틀 전 받았는데, 우편으로 받는 고지서가 있어서 그걸 확인하다 우연히 같이 가지고 들어왔다. 하마터면 버릴뻔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씨가 사는 주택 분리수거함에는 광고 전단과 함께 안내문이 버려져있었다.

한 우편함에는 가져가지 않은 광고지 여러장이 구겨진 채 쌓여있었는데 그곳에 안내문도 함께 있었다. 기자가 해당 우편함 가구를 방문해 양해를 구하고 안내문을 확인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는데 그 주민은 “편지 주고받는 시대도 아닌데 요즘 누가 우편함 전단지를 확인하느냐”고 답했다.

분리배출이 어떻게 해야 옳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배출한 쓰레기와 다른 사람이 배출한 쓰레기가 섞이면서 결국은 '혼돈의 상태'가 되기 쉽다. (이한 기자. 2020.06.12)/그린포스트코리아
분리배출이 어떻게 해야 옳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배출한 쓰레기와 다른 사람이 배출한 쓰레기가 섞이면서 결국은 '혼돈의 상태'가 되기 쉽다. (이한 기자. 2020.06.12)/그린포스트코리아

◇ 기껏 분리한 쓰레기, 결국 모이면 뒤섞여서 문제

안내문 내용이 잘 알려진 곳도 있었다. 12일 오전 일찍 방문한 삼학사 인근 한 빌라는 1층 출입문에 관련 내용을 알려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앞뒤로 각각 한 장씩 총 2장 붙어있었다.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도, 반대로 나가는 사람도 모두 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붙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근처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그 집은 1층에 건물주가 사는데, 평소 건물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집주인이 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해당 건물 맞은편에 거주하는데, “앞 건물에 안내문 붙은 걸 보고 나도 내용을 알았다”면서 “요일은 아직 헷갈리는데 페트병이랑 비닐을 따로 버리라는 건 알게됐다”고 말했다.

기자와 해당 주민의 대화를 듣던 또 다른 주민은 관련 내용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대화를 듣고 나서 “페트병을 투명 봉투에 담아 버리면 분리수거를 위해 또 비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기자가 “비닐봉투가 생기면 어차피 분리배출을 통해 버려야 하니까 그 봉투에 담으면 될 것 같다”고 답했더니 “우리집은 비닐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쓰레기 단속을 나왔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관련 내용을 취재중이라고 하자 “집에서 잘 나눠서버려봤자 한꺼번에 담아서 가져갔는데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분리수거가 비교적 잘 이뤄진 곳도 있었다. 투명페트병과 비닐이 비교적 잘 분리되어 배출된 곳도 있었다. 그러나 그곳 역시 비닐에 플라스틱이 섞여있거나 페트병에 캔맥주가 섞여있었다. 여러집의 쓰레기가 한곳으로 모이다보니, 해당 건물에서 몇 가구가 분리배출을 제대로 해도 나머지 입주민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완벽하게 분리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 “재질 다른 뚜껑 페트병과 분리” vs “뚜겅 잘 닫아서 배출”

석촌동 주택가에 거주하는 유모씨도 그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유씨는 “페트병 라벨을 따로 버리라고 하는데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잘 안 지킨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유씨는 “안내문을 보니까 페트병은 뚜껑을 닫아 배출하라고 하고, 얼마전에 읽은 기사에서는 페트병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해서 버리라고 하던데 도대체 뭐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유씨의 지적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주민들에게 배포된 안내문에는 페트병에 대해 “라벨지 제거 후 압착, 뚜껑 닫아 투명 또는 반투명 봉투에 배출”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환경부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에서는 페트병에 대해 “부착상표, 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한 후 분리배출합니다”라고 안내되어 있다.

송파구청 자원순환과 송춘섭 과장은 “기존에는 뚜껑을 따로 버리도록 홍보했고 뚜껑과 본체 재질이 달라 그렇게 조치했는데, 앞으로는 환경부에서 같은 재질로 통일하겠다는 로드맵에 따라 홍보 내용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현재로서는 병과 뚜껑 재질이 다른데, 닫은 채로 버린 뚜껑은 어떻게 처리되느냐”고 묻자 “처리 과정에서 담당 업체가 그 부분은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석촌동에 사는 또 다른 소비자 안모씨는 “플라스틱을 해양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해 먹을 수 있으니 뚜껑을 버리고 뚜껑 아래부분에 남는 고리까지 모두 제거하라고 해서 일일이 칼로 뜯어 버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뚜껑을 닫아 배출하라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안씨는 “재활용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배출되는 쓰레기 양이 많아 가정에서 애초에 분리해 버리라고 얘기한 것 아니었냐”고 반문하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달라진 분리배출 관련 내용이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일부 내용은 기존에 추진하던 방식과 달라 가정 등에서의 혼란이 예상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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