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2007년 촉발된 키코(KIKO) 사태로 은행과 피해기업이 동상이몽을 꾸며 13년째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결론나지 않는 사기판매 여부로 도돌이표만 찍고 있다. 이에 십수년 간 되풀이된 긴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판매행위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보다 ‘키코’상품에 대한 수학적인 차원의 공정성 검증이 이뤄져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키코(knock-in, knock-out)’사태는 지난 2007년부터 국내 수출 기업에 집중적으로 판매된 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입는 구조지만 은행에선 판매 시 원금손실에 대한 위험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키코 사태로 기업 738개사가 3조2247억원의 손실을 입고 919개의 중소기업이 손해·도산됐다.

금감원 분쟁조정에선 145개 피해기업 사례를 들어 위법 행위로 결론내고 판매사인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을 상대로 4개 피해기업(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에 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대표사례로 지정된 이 기업들 외 나머지 기업은 선례를 따라 자율조정에 의해 배상이 이뤄질 계획이었다. 이들 판매사 중 우리은행만이 배상을 마쳤고, 나머지 은행은 권고안 불수용 의사를 밝혀 사실상 배상을 거부한 상태다. 

단, 금감원 분조위 권고안이 법적강제력이 없는 만큼 분쟁조정에 의한 배상을 거부했을 뿐 자율협의체를 통한 자율배상 여지는 열어뒀다. 자율협의체는 이날 출범을 위한 설명회를 연다고 발표했으나 키코 공대위는 강력대응을 예고해 난항이 예고됐다.

키코배상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펀드와는 사례가 다르다. 은행 측의 권유로 키코에 가입했다 채무가 발생한 피해기업의 채권과 경영권설정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결국 은행의 권유로 키코에 가입하고 채무가 발생한 은행측 채권단 유암코가 경영권과 지분을 가져갔으나 이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더욱이 유암코 또한 지난 10년 동안 피해기업의 채무변제를 위해 애썼다는 입장인 만큼 뒤늦게 도덕적 차원의 판매행위와 권리에 대한 시비를 가리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뒤늦게 판매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검토하고, 검찰에 고발한다 해도 당시 피해금액을 현재 화폐가치와 도산된 중소기업의 기회비용으로 환산하면 회복 또한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금껏 가려왔던 불법판매, 사기성, 불완전판매 논쟁에서 결을 달리해야한다.

우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도록 지속된 논쟁을 끝내려면 양측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따른 상품검증이 이뤄져야한다. 판매 ‘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으로 시비를 가리는 소모적인 싸움을 끝내고 원점으로 돌아가 상품의 설계부터 상품의 전 단계에 있어 숫자화 할 수 있는 수학적인 차원의 공정성검증이 필요하다.

전날 조봉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장은 금감원 분조위에 따른 배상을 반겼던 건 은행과 매끄러운 협의를 원했던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수용의사를 밝힌 만큼 강경대응책을 발표했다.

조 위원장은 키코상품에 대한 수학적인 차원의 공정성검증과 은행권의 배상금 지급거부 및 축소에 대한 대응책, 금감원과 검찰의 지난 수사자료의 수사기관 이첩, 또 금감원 분조위 당시 위법판매에 따른 피해로 밝혀졌던 145개 기업의 명단요청을 요구할 계획이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사는 사람이 있었으니 판매가 이뤄졌단 명제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판매자는 판매에 책임을, 투자자는 투자에 책임을 져야한다. 은행 입장에선 권고안에 대한 검토와 자율협의체 구성도 시도했는데 매만 맞으니 서러울 법하다. 그러니 13년 만에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한다. 

협상의 주체는 판매자인 은행과 구매자인 피해기업이다. 이제 도덕적인 시비를 벗어나 키코상품 검증을 통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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