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을 이끄는 여러 업종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특색을 가지고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 어디 있겠냐만, 그 중에서도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글로벌 공룡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K-POP이 문화컨텐츠를 주도하고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서 남다른 점유율을 보이는 요즘, 또 다른 ‘한류'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다. 이들은 ‘보건안보 산업’이라는 기존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국가경제를 책임질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K-바이오 시대다. 해당 산업을 이끄는 국내 기업의 역사와 최근 동향, 그리고 미래 전망과 리더십을 심층 취재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SK바이오사이언스 전경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바이오사이언스 전경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시작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추진하는 코로나19 백신 관련 ‘합성 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 개발’ 국책과제에서 유일하게 뽑혔다.

지난 5월에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백신 연구개발 지원금 약 44억 원을 받으면서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 중 가장 많은 외부지원을 받고 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2021년 8월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9월 완성된 백신을 내놓을 계획이다.

해당 백신은 임상 2상에 성공하면 정부로부터 임상 3상을 조건부로 허가받아 의료진을 포함한 고위험군에 먼저 투여할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을 완료하면 ‘국내 코로나19 1호 백신’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백신 플랫폼, 변종 바이러스에도 대응 가능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변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변종 바이러스에는 통하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백신은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다. 이 플랫폼만 확보한다면 이론상 기존과 형태가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더라도 동일한 제조 과정을 활용해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이 백신 플랫폼에 코로나19 유전물질을 넣으면 코로나19 백신이 되고, 지카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넣으면 지카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기존에 보유한 합성 항원 제작 기술과 메르스 백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에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처럼 백신 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던 것은 최태원 SK 회장의 지속적인 투자 덕분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면서 다양한 백신 개발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2000억원을 투입해 경북 안동에 백신 공장 엘하우스(L HOUSE)를 건설했다. 이로써 독자적인 독감 백신 생산 설비를 구축해 전체 생산 공정 대부분을 국산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엘하우스를 건설한 궁극적인 목표는 ‘백신 주권’ 확보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난해 백신 매출은 15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백신 명가로 불리는 GC녹십자가 매년 백신으로 약 3000억원대 매출을 거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파이프라인의 희소성과 다양성으로 잠재력이 더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양한 백신 파이프라인...‘희소성’ 주목

바이오사이언스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 독감백신을 개발했다. 3가와 4가 2종이 생산되고 있는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는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파스퇴르는 이 기술을 ‘범용 독감백신’에 적용하기 위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범용 독감백신은 바이러스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해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백신이다.

계약 규모는 1억5500만 달러(약 1680억원)로 국내 기업의 백신 생산기술 수출로는 사상 최대다.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만 1500만 달러(약 163억원)다. 

이외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파이프라인은 세계 최초 개발품이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2~3개뿐인 프리미엄 백신이 주를 이룬다.

‘스카이조스터’는 지난 2017년 12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시한 대상포진 예방백신이다. 약 10여년 동안 MSD의 ‘조스타박스’가 독점하던 대상포진 예방백신 시장에 출시해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2018년에 출시한 국내 두 번째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는 국내외 19개 임상기관에서 만 12개월 이상부터 12세 미만 소아를 대상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는 다국가 임상 3상에서 그 유효성을 확인했다. 외국계 수두백신과의 임상 결과 대조군 대비 접종 후 약 2배 높은 항체가를 확인했다. 또 대조군 대비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사노피 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13가 플러스알파’ 공동개발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연구 개발 지원으로 국제백신연구소와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기구인 PATH(국제보건적정기술기구)와의 신규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도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등 다양한 백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바이오사업이 SK의 미래 이끈다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SK바이오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도 SK그룹은 그룹 내 전문분야별 바이오 기업 7개를 두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26년간 매출이 거의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최 회장의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 200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해 오면서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SK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SK바이오팜은 상장을 앞두고 그룹 몸값을 두 배 이상으로 불렸다. 금액으로는 10조 이상 껑충 뛰었다. 3개월 만에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금액이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유럽 기술 수출을 통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천억원 대의 매출을 달성했다. 엑스코프리는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서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SK바이오팜은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로서는 가장 많은 16개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승인(IND)을 FDA로부터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혀온 SK바이오팜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영향으로 바이오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SK바이오팜이 상장하면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영위하는 통합법인 SK팜테코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누릴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오는 17일~18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과 23일~24일 청약을 거쳐 이달 말 상장 신청을 완료할 계획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 상장이 가시화하며 SK 주가가 다소 급등했지만, 여전히 적정 순자산가치(NAV)보다 약 25%가량 저평가된 상태”라며 “SK바이오팜이 보유하고 있는 신약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을 고려하면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최소 6조1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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