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물 쓰듯 한다? “물을 돈 쓰듯 해야”
환경부·수자원공사 “물 효과적으로 사용해 기후변화 대응”
국내 가전기업, 물 사용량 줄이는 AI세탁기 앞다퉈 출시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네 번째 시리즈는 폐수 발생 줄이고 물 순환 선도에 앞장선 착한 기업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일반 가정집이 사용하는 ‘가정용’ 수돗물 사용량은 평균 6.5% 감소했다. 이는 외출 자제에 따라 외출과 귀가시 필요한 세면, 샤워 횟수 감소, 친인척 및 이웃 등과 가정 방문 감소 등으로 사용량이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에게는 어느 정도의 물이 필요할까. WHO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활과 최소한의 건강 유지를 위해 인간은 하루에 50~1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인은 하루에 287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류에게는 어느 정도의 물이 필요할까. WHO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활과 최소한의 건강 유지를 위해 인간은 하루에 50~1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그만큼이면 충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무리 못해도 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물 부족에 시달리는 인류는 얼마나 될까. WHO는 세계 인구 절반 가까이가 100리터가 채 되지 않는 물로 산다고 밝혔다. 얼핏 듣기에 100리터는 제법 많은 양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매일 쓰는 물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참고로 한국인은 하루에 물 287리터를 사용한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으로 봉사활동을 자주 다녀왔다는 소비자 지모씨는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곳에 가보면 당장 마실 물도 없는 사람이 많다. 수많은 사람이 오염된 물을 그냥 마시고 사용한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 병에 걸리면서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물이 혹시 내가 버린 물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 돈을 물 쓰듯 한다? 물을 돈 쓰듯 하자!

낭비벽이 심한 사람을 두고 흔히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한국인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287리터)은 독일(127리터)이나 덴마크(131리터)등과 비교하면 매우 많다.

물 없이 살 수 있는 인류는 없다. 그리고 물 없이 만들 수 있는 제품도 드물다. 이 지점에서 인류가 물을 아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생긴다. 하나는 누구든 항상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그 과정에서 물이 늘 버려진다는 사실다. 지구에는 물이 많지만 쓸 수 있는 물은 많지 않다. 인류는 깨끗한 물을 퍼서 실컷 쓰고 더러운 상태로 지구에 버린다.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인류의 식재료를 생산하는데도 많은 물이 필요하다. 곡식이나 채소, 과일을 재배하기 위한 농업용수, 가축에게 먹이는 물,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소요되는 산업적인 활동에는 하나같이 물이 필수다.

물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니다.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욕조 16개 분량의 물이 필요하고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 1만 5000리터의 물이 든다. 250ml 우유 한팩을 만드는데도 255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가벼운 차 한잔을 마시는데도 27리터의 물이 든다. 스톡홀름 국제 물 연구소는 전체 물 사용량의 70%가 농·축산업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용되고 난 후에도 문제다. 물을 버리는 것도 문제고 버려지는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적잖은 물이 필요한 것도 문제다. 더러운 물을 버리면 깨끗한 물로 바꾸기 위해 또 물이 필요하다. 라면국물 한 그릇을 버려도 그것을 정화하려면 물이 필요하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폐수가 나온다. 폐수는 수자원을 더럽힐 수 있고, 더 많은 물을 필요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돈 쓰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유 한 팩 정화하는데 물 1만 8000리터, 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물을 돈 쓰듯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한정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문제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버려지는 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야 해서다.

정부 블로그 '정책공감'에 따르면 라면국물 150ml를 정화하는데 물 564리터가 필요하다. 너무 많은 물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놀라지 말자. 된장찌개 150ml를 정화하려면 물 1680리터, 우유 200ml를 정화하려면 물 7500리터가 필요하다. 소주 한 병(360ml)을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희석하려면 깨끗한 물 1만 8180리터가 있어야 한다. 싱크대에 자꾸 무언가를 흘려보내면 수만리터의 깨끗한 물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을 쓰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너무 많이 쓰지 않는 것’ 그리고 ‘더러운 물을 하수도에 덜 흘려보내는 것’ 어쩌면 저 두 가지가 하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쓰는 물은 거의 대부분 곧 버려지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모두 물은 아끼고 덜 버려야 한다. 기업 얘기는 나중에 짚어보고 우선 개인 얘기부터 하자. 어떻게 해야 물을 덜 버릴 수 있을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곳은 주방이다. 환경부에서도 ‘주방에서 물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부는 공식 SNS를 통해 “폐식용유는 종이에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고 프라이팬은 깨끗한 종이로 닦은 다음 설거지하라”고 권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은 컵이나 그릇을 먼저 닦고 설거지통을 사용하는 것도 물과 세제를 적게 쓰는 팁이다. 특히 주방세제가 물에 녹은 상태에서는 미생물 분해가 어렵고 거기서 발생한 거품이 물 속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으므로 세제 역시 최소한으로 사용하라고 권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절수기를 설치하는 등 물 사용량 자체를 아끼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키워드 중 하나도 결국 물이다. 이달 3월 22일은 UN이 지정한 세계물의 날이다. (환경부 나우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키워드 중 하나도 결국 물이다. 사진은 올해 세계 물의 날(3월 22일)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환경부 공식 SNS(환경부 나우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부, 수자원공사 “물 효과적으로 사용해 기후변화 대응해야”

환경부는 물 사용량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수돗물 사용을 권하기도 했다. 당시 환경부는 SNS를 통해 정수기물이 수돗물보다 최대 1322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다고 밝혔다. 성인 하루 물 섭취 권고량인 2리터 생산 기준이다.

아울러 햇빛에 장시간 노출된 페트병 생수는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버려지는 페트병 문제도 환경오염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페트병 생수를 생산하려면 수돗물보다 최대 2000배의 에너지가 든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4인 가족이 수돗물을 마시면 연간 14~26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도 밝혔다.

수자원공사도 물 적게 쓰기의 중요성을 이미 강조한 바 있다. 공사는 K-water 공식 블로그를 통해 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고 호소한 바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돗물의 전기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샤워시간을 5분만 줄여도 이산화탕소를 1인당 연간 6.6Kg 저감할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해당 게시물을 통해 수돗물의 탄소발생량이 시판 생수와 비교했을 때 1/1000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매일 2리터의 물을 전부 수돗물로 마시면 1년간 어린 소나무 64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 “물 적게 쓰고 친환경 세제 사용하는 빨래 추천”

집에서 물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빨래하는 과정이다. 빨래를 여러 번 모아 한번씩만 돌리거나 세제를 최소한으로 쓰는 방법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임모씨가 이런 경우다. 임씨는 평소 옷에 뭐가 묻었거나 특별히 오염이 심하면 그 부분만 먼저 손으로 빨고 세탁기는 가급적 적게 돌린다. 임씨는 “물을 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내 몸에도 더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한다. 임씨는 지난 겨울 의류관리기도 구입했다. 겉옷을 자주 빨거나 드라이크리닝을 맡기는 것 보다는 관리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소비자 이모씨는 올해부터 친환경 세제를 쓴다. 합성계면활성제와 염소표백제 등 화학성분 대신 소다와 코코넛 추출 계면활성제 등을 사용한 제품이다. 이씨는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빨래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면서 “아기를 안고 부대끼다 보면, 아이 옷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 옷도 지금보다 훨씬 더 무해하고 깨끗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GS25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친환경 세제 분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5% 성장했다. 이른바 ‘재활용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 2018년 5월에는 G마켓 친환경 세탁세제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72% 늘어난 바 있다. 당시 전체 세탁세제 판매 증가폭(14%)의 5배 규모였다. 이 소비자들이 모두 물을 아껴야 한다는 마음으로 친환경 세제를 구매한 것은 아니겠지만, 환경적인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2016 내가 찾은 좋은 장소 사진공모전 최우수상 '빨래터'  [출처= '더 좋은 장소 만들기' 홈페이지]
물 없이 살 수 있는 인류는 없다. 물 없이 만들 수 있는 제품도 드물다. 물 사용량을 줄이고, 버리는 물의 양도 줄여야 하는 이유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내가 찾은 좋은 장소 사진공모전 최우수상 '빨래터' 모습 ('더 좋은 장소 만들기'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삼성전자·LG전자 물 사용량 줄이는 AI세탁기 앞다퉈 출시

효율적인 빨래를 위한 노력은 가전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앞다퉈 세탁 기능의 효율화를 꾀하는 인공지능 세탁기를 내놨다. 삼성전자가 1월 출시한 AI세탁기·건조기는 세탁기가 빨래 무게를 스스로 파악해 알맞은 양의 세제를 투입하고 오염 정도에 따라 헹굼 횟수를 조절한다.

삼성전자 “빨래를 담근 물의 탁도를 측정해 오염 정도를 확인하고, 오염도가 낮으면 세제량과 헹굼 횟수를 줄여 물 사용량을 줄인다”고 밝혔다. 세제 자동투입 기능은 과거에도 일부 제품에 적용되어 있었으나 적합한 코스를 자동으로 연동되도록 한 것은 해당 제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탁기 사용자의 68%는 표준 코스만 사용한다. 48%는 세탁이 제대로 됐는지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찝찝한 마음에 헹굼 기능을 추가한다. 맞춤 세탁 기능을 활용하면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물과 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LG전자도 인공지능 세탁기를 출시했다. 세탁물 무게를 스스로 파악한 다음 의류 재질을 스스로 체크해 6개의 모션 가운데 최선의 모션을 선택하는 기능을 갖췄다. 재질이 섬세한 의류면 흔들기와 주무르기 모션을 사용해 옷감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양사 세탁기는 날씨와 미세먼지 정보를 고려해 최적의 코스를 제안하거나 기존 제품보다 기본적인 세탁·건조시간을 줄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빨래의 효율화를 돕는다. 소비자의 편의를 돕기 위한 기능이지만. 물과 세제 사용을 줄여 환경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 사용량을 줄이고 수자원의 전체적인 순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뭐가 더 필요할까 이어지는 3편에서는 강과 바다를 지키는 기관과 정부들의 노력을, 4편에서는 폐수 발생을 줄이고 물 순환구조에 기여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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