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판과정에서 공방과 심리 거쳐 결정해야”
검찰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수사 만전 기할 것”
삼성 “책임 유무 등 범죄행위 소명되지 않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제공 뉴스1)
구속영장이 기각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제공 뉴스1)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청구됐던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됐다. 변호인단은 “책임 유무 등 범죄행위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함께 청구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영장 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영장이 기각된 후 귀가했다. 귀가 당시 취재진이 의혹 관련 내용에 대해 묻자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되자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변호인단 명의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외신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뉴스1 등이 인용보도한 바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한 제도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이 부회장과 김 전 팀장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연다. 부의심의위에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구속을 면함에 따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은 일단 안도하는 모양새다.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삼성 측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 등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수사심의위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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