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중 연간 800만 시대, 경기장에서 쓰레기 얼마나 나올까?
쓰레기 봉투 2만 5000장 분량 쓰레기 배출되는 야구장
수만명 관중 이동시 탄소배출 증가 우려, 프로스포츠 ‘포스트 코로나’ 전략은?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천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방탄소년단) 이름으로 57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890만건의 기사가 검색(4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여덟 번째 주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관중 없이 경기가 치러지는 프로 스포츠 얘기입니다.

요즘 프로스포츠는 관중 없이 치러진다. 입장 수익이 줄고 관련 산업이 침체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경기장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줄어드는 의외의 효과도 생긴다. 사진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관중 대신 팬에게 기증받은 인형을 관중석에 배치한 모습 (WAVVE 중계화면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요즘 프로스포츠는 관중 없이 치러진다. 입장 수익이 줄고 관련 산업이 침체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경기장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줄어드는 의외의 효과도 생긴다. 사진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관중 대신 팬에게 기증받은 인형을 관중석에 배치한 모습 (WAVVE 중계화면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는 국내외 스포츠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태 초기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겨울에 시즌을 치르는 국내 배구와 농구가 시즌을 중단했고 해외에서도 아이스하키와 프로농구, 유럽축구 등이 시즌을 멈췄다. ‘거리두기’가 방역의 핵심인 상황에서 수천, 또는 수만명의 관중이 좁은 좌석에 붙어 앉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셧다운 등이 이어지면서 세계 스포츠 산업은 일시에 얼어 붙었다.

셧다운이 일부 해제되면서 스포츠도 조금씩 재개됐다. 국내에서는 어린이날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정규시즌 개막 기준으로 예정보다 한 달 이상 미뤄진 일정이다. 미국프로야구도 현재 중단된 상태여서 국내 프로야구가 ESPN을 통해 미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다만, 감염위험 등을 고려해 현재 모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어버이날에는 프로축구가 개막했는데 역시 관중 없이 시합을 치른다.

‘무관중 경기’는 많은 해프닝을 불러왔다.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는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관중석을 ‘무’ 그림으로 채우고 이후 관중석에 실제로 무를 가져다놓았다. 마네킹이나 사람 모양 입간판을 관중처럼 세워놓은 경우도 있었다. 프로축구단 FC서울은 관중석에 리얼돌을 배치했다가 벌금 1억원을 내고 선수단 현수막으로 대체했다.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는 팬들에게 인형을 기증받아 팬 명찰과 함께 관중석에 앉혔다, 해당 인형은 관중 입장이 풀리면 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

관중은 없지만 이른바 ‘랜선 응원’을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됐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응원을 주도하기도 하고, 홈런 등 주요 상황에는 관중들의 함성을 효과음으로 송출해 현장감을 높였다.

◇ 프로야구 관중 연간 800만...경기장 쓰레기 얼마나 나올까?

스포츠를 관람하는 관객은 얼마나 될까 프로야구 기준 연간 약 800만명 내외다. 국내 프로야구는 2017년 기준 840만 688명이 관람했고 2018년에는 807만 3742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해 728만명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2015년 이후 매년 730만명~840만명 수준의 관객 수를 유지한다.

관객 없이 경기를 치르면서 한국야구위원회와 각 구단은 입장수익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경기장에서 판매되는 응원도구나 구단 기념품, 음식과 음료 등을 감안하면 야구 관련 소비는 크게 줄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다. 야구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다.

야구는 평일 기준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해 10시 전후로 끝난다. 관객들은 저녁 식사 시간이 애매해 야구장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야구장에는 각종 먹거리가 입점해있고 조건에 따라 주류  반입도 가능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야구 붐이 불고 젊은층과 여성관객이 크게 늘면서 ‘야구장=치맥’ 공식도 일상화됐다. 그러다보니 야구장에는 늘 쓰레기가 쌓인다. 물론 야구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중이 모이는 프로스포츠 전체의 문제다. 하지만 야구는 경기 시간이 길고 관중도 상대적으로 많다.

야구장에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쓰레기 관련 문제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매년 수십차례씩 전국 야구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 이모씨는 “응원용 막대풍선을 대부분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치킨이나 간식거리 등을 감안하면 야구장 한번 갈 때마다 적잖은 쓰레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구팬 나모씨는 “맥주 반입이 허용되면서 보통 2잔 정도는 마시는데,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일회용 잔으로만 마셔야 한다. 그러다보니 일회용 맥주잔 소모가 많다”고 지적했다.

야구장에서는 맥주를 마실 수 있지만 유리병이나 캔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흥분한 관중이 위험한 물건을 경기장 안으로 던질 수도 있어서다. 페트병도 1리터 이하만 반입이 가능하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려고 해도 문제다. 아이스박스나 드라이아이스 등은 입장이 제한된다. 좁은 통로에 여러 사람이 앉아야 해서 가방이나 종이박스도 지정된 사이즈 이하여야 한다. 나씨는 “차를 가지고 가더라도 짐을 많이 반입할 수 없고 이래저래 귀찮으니까 그냥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쓰레기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씨와 나씨는 “분리수거함이나 쓰레기통 갯수가 충분하지 않고, 설령 있다고 해도 경기 끝나고 나갈 때 커다란 비닐에 한번에 모아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것조차 이미가 없는 것이, 버려지는 양이 워낙 많아 쓰레기통에 담기지도 않고 주위에 가득 쌓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장은 식당과 달라 좁은 공간에서 응원하면서 틈틈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깨끗한 뒤처리가 불가능하다. 버려지는 그릇들은 대개 음식물과 뒤섞인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잠실야구장에 놓인 쓰레기. (황인솔 기자) 2018.9.19/그린포스트코리아
관중들이 다녀간 자리는 분리배출 되지 않은 일회용품과 음식쓰레기 등이 가득 쌓인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잠실야구장 경기 종료 후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쓰레기 봉투 2만 5000장 분량 쓰레기 배출되는 야구장

옳은 지적이다. 본지가 지난 2018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잠실야구장에서 2017년 한 시즌 동안 사용된 쓰레기 종량제봉투는 100리터 2만 5000장 내외다. 20Kg내외의 쓰레기가 담겼다고 가정하면 약 500톤 이상이 배출된다.

야구장은 잠실, 고척, 문학, 수원, 부산, 창원, 대전, 대구, 광주 등 주요 도시에 하나씩 있다. 포항과 청주 마산 등에서도 종종 경기가 열린다. 잠실야구장이 가장 큰 편에 속하고 나머지 구장과 달리 (LG와 두산 두 팀이 함께 사용하는) 잠실은 시즌 내내 경기가 열리므로 쓰레기 양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구장의 쓰레기가 잠실야구장 대비 1/3 내외라고 가정해도 다른 구장 역시 연간 약 1,200톤 내외의 쓰레기가 배출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8개 구장에서 150톤 배출 가정)

이는 응원문화, 그리고 야구장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야구장에서 먹는 저녁은 대부분 배달음식 또는 포장용기에 담긴 음식이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가족 단위 관객의 모습도 일부 관찰되지만, 지난 수년간 ‘먹거리’가 야구장을 즐기는 꿀팁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관련 소비 역시 늘었다.

실제로 야구장에서는 치킨뿐만 아니라 곱창볶음이나 삼겹살 구이 등 특별한 먹거리가 판매되거나 경기장 내에서 배달된다. 음식은 대부분 일회용 포장지에 담긴다. 식사공간이 마땅치 않은 야구장 특성상 관객들은 허겁지겁 먹고 남은 음식들과 용기를 모두 섞어 버린다.

야구장을 자주 방문한다는 또 다른 소비자 이모씨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씨는 “야구장에서 뭘 먹고 마시면 기본적으로 모두 일회용품”이라면서 “공간이 좁고 만원관중일 경우 가방 하나 놓을 자리도 없는데 도시락이나 식기를 챙겨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무젓가락과 포장용기, 맥주잔, 물티슈 등에 1000원 내외면 바로 구매가능한 막대풍선에 이르기까지, 경기 한번 보고 나오면 쓰레기가 큰 봉지 하나 가득 꽉 채워도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고척 돔구장에서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 (사진은 2018년 6월22일)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프로야구 고척 돔구장에서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 (사진은 2018년 6월22일)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 수만명의 관중 이동시 탄소배출 증가 우려도

환경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무관중에 따라 관객들의 이동이 없으므로 교통량 감소에 따른 탄소배출 효과도 일부 기대된다. 잠실야구장 기준, 주말 경기의 경우 입차 또는 출차에만 30분 가까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고 일부 지방 구장들은 휴일 경기마다 구장 주차장이 꽉 차 인근 이면도로나 주택가 골목 사이사이에도 관객들의 불법주차가 이어지곤 했다. 일반 관중 대상으로는 주차장을 거의 개방하지 않는 고척돔의 경우 근처 롯데마트와 대학 주차장이 차로 꽉 차고 1호선 지하철 구일역은 주말 경기시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각 구장마다 평일 기준 수천명, 주말의 경우 최대 2만~3만명에 이르는 관중이 이동하면서 차량 수천대가 함께 이동한다. 야구는 월요일 빼고 일주일 내내 열리며,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하루에 5경기가 동시에 열린다. 그러다 보면 많은 이들의 이동이 필수고, 이 과정에서 결국 야구장은 쓰레기 그리고 탄소배출과 공존할 수 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야구장을 자주 다녔고 가족들 모두 야구를 좋아한다는 소비자 양모씨는 “예전에 어릴때는 그냥 작은 가방 하나 들고 야구장에 가서 배가 고픈줄도 모르고 응원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들과 같이 가려니 아이들 먹을 것도 신경써야 하는데 야구장이 기본적으로 좁아서 어지간한 것들은 사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짐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양씨는 “여러 사람이 앉았던 의자에 앉으려니 물티슈나 스티로폼 방석 등이 필요하고, 3시간을 앉아서 경기를 보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준비물이 많다. 그러면 차를 가져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장 관중석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중 없이 경기가 치러지면서 야구장 관중석에서는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 탄소배출 역시 줄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것을 ‘좋은 현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관중들의 소비 활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점주들이 많고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들도 관중들이 경기장에 모여야 그로 인한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현재 모기업을 둔 프로야구단의 한 시즌 운영비 중 약 30%가 입장수익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KBO는 서울시에 잠실야구장 임대료 인하를 요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코로나19가 물러나고 관객들이 다시 모이면 쓰레기 문제가 과거보다 나아질까. 병과 캔 반입을 금지한 조치 등은 관중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하지만 인류의 환경 역시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다. 스포츠계가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준비한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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