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예년 같으면 반갑기만 했을 봄비가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비’우려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기상당국은 주말 예보된 봄비가 강수량도 적고 설령 방사성물질이 일부 포함됐다 해도 인체엔 전혀 무해하다고 밝혔지만 국민 불안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기상청은 30일 “주말인 4월 2일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과 강원 영서지역에 구름이 많이 끼고 오전에 비가 조금 오겠다”고 예보했다. “강수량은 5㎜ 미만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28일 서울과 춘천지역에 내린 빗물에서 극미량의 방사성요오드가 검출된 데다 29일 전국 모든 관측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해 이번 비가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을 동반해 내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번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대기에 떠다니는 방사성 물질이 비에 섞여 내릴 경우 농도가 짙어져 그동안 지표상에서 측정된 양보다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 관계자는 “방사성 물질은 장거리 이동과정에서 희석돼 농도가 약하겠지만 지표 측정 농도보다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그러나 “비가 내리더라도 한반도 상공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28일 서울과 춘천 등에 내린 비에서 검출된 요오드는 극미량(0.071∼0.138m㏃/㎥)으로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이 정확한 방사능 측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고 미역, 다시마 등 요오드 희석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시장의 동요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주부 전모(39세)씨는 “주변에선 요오드제 뿐만 아니라 갑상선 보호제까지 구입하는 경우가 있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미리 구비해놔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만약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비가 내린다 해도 빗물에 포함된 양이 워낙 미량이기 때문에 비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하면 된다”며 “다른 질환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갑상선 보호제 등을 복용하는 등 벌써부터 개인건강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악화일로에 있는 일본 원전사태가 해결점을 찾지 않은 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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