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체이자 환경의 주체인 기업, 최근 주요 동향은?
반기문 위원장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요한 주체”
탄소, 물, 쓰레기 배출 줄인 국내 기업들 최근 사례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여러분은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지금의 아이들 세대가 중장년이 되어서야 마주할 미래의 숙제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중요성은 잘 알지만 스스로 실천하려니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뒤로 미뤄두고 있나요?

미국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여러 편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라고 경고했습니다.

환경과 지구를 위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의 날을 맞아 인류의 숙제를 짚어봅니다. 환경에 관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점검하고 그동안 지구가 인류에게 보낸 수많은 경고를 돌아봅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사람과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소개합니다. 1년에 하루만 날 잡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늘 가슴에 새겨야 할 가치들입니다. [편집자 주]

KCC가 유기용제 없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자동차에 유리를 부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CC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경제 주체이자 환경의 주체이기도 한 기업들은 최근 탄소배출을 감소시키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KCC가 유기용제 없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자동차에 유리를 부착하는 모습. (KCC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그린뉴딜’시대다. 하나의 단어지만 사실은 그린과 뉴딜이 합쳐진 말이다. 과거 자주 사용했던 ‘녹색성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경제와 환경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업은 경제의 주체이자 환경의 주체다. 그런데 과거 오랫동안 기업들은 환경 파괴의 원인제공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독일 일간지 기자 출신 작가 카트린 하르트만은 자신의 저서 <위장환경주의>에서 “석유 생산 대기업 A사는 자사를 풍력발전소로 광고하며, 음료시장 대기업 B사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 쓰면서 자사를 지하수 보호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한다”고 지적했다.

하르트만은 저서를 통해 유전자 조작 씨앗과 독성 있는 살충제를 판매하는 기업이 ‘우리는 기아와 싸우는데 기여한다’고 홍보하거나 석탄 화력발전소가 유지되도록 애쓰는 화학기업이 일부 풍력 터빈을 애써 강조하면서 ‘우리는 재생 에너지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홍보하는 활동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기업이 환경에 대한 비판을 받은 배경에는 경제 성장과 빈곤 탈출 숙제에 비해 환경 관련 이슈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왔던 경향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동안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환경을 기본에 두고 성장을 도모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현재는 과거 우리가 한 선택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선택의 결과다’라는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 창업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우리의 결단과 실천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 반기문 위원장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요한 주체”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은 어땠을까. 여러 지표와 자료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중 CDP 자료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CDP는 전세계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각국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물·삼림자원 등 글로벌한 환경 이슈 대응과 관련한 경영정보를 요청하는 금융기관 주도의 글로벌 프로젝트명이다.

CDP CEO 폴 심슨은 올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750개 이상 기업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한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을 약속했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20개 이상의 기업이 재생 가능한 전력 100%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Y한영 박용근 대표는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대부분 경제 부문과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하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기후문제 해결과 함께 기업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 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도전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도 해당 보고서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반 위원장은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요한 주체”라고 언급하면서 “세계 200대 경제단위 중 4분의 3이상이 기업 이라는 점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저탄소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지구촌의 ‘기업시민’으로서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기여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년들이 현재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모색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탄소배출 줄이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위기 막아라' 탄소배출 줄이기 적극 나선 기업들

기업들도 이에 화답했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들은 탄소배출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 수준으로 줄이는 동시에 고효율 가전제품을 활용한 외부에서 탄소감축활동을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3년 연속 연간 120만톤(t) 넘는 온실가스를 감축시켰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냉동기 스마트 컨트롤 시스템도입, 겨울철 차가운 공기를 이용한 냉수 제조 등도 시행 중이다.

LG유플러스는 "탄소경영 최우수 기업으로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발 맞추어 국내외 금융기관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탄소정보 공개를 통해 유용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저탄소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로 11년 연속 CDP 기후변화 분야 수상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중장기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을 발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과 확대를 지원하는 단체 BRC에 가입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인근에서 수달이 생존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수질관리 분야에서의 효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CDP 수상 내역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있다. 효성은 환경부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 계획’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20.5%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효성은 해당 비전 실현을 위해 그린경영팀을 조직하여 체계적인 업무 수행과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관련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CDP 보고서에서 “신한금융그룹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2030년까지 녹색산업에 20조원을 투자 및 지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까지 절감을 목표로 하는 그룹 친환경 경영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2019년 기후변화 전반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 ‘그룹 기후변화 대응 원칙‘을 선포한 바 있다.

KB금융그룹은 전 계열사의 환경데이터를 집계·관리하고 국제 기준에 맞춘 환경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KB증권 등 주요 계열사들은 환경경영인증(ISO14001)을 취득했다. KB금융그룹은 올해까지 그룹의 환경경영인증 비율을 98%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은 본점과 영업점 전등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폐기물, 온실가스 등 환경데이터 현황을 건물별로 파악하는 등 에너지 절감효과를 높이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 모든 산업에서 쓰는 물, 수자원 관리 힘쓰는 기업은?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제품들은 생산하는 과정에서 물을 쓴다. 이에 따른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물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산업의 특성에 따라 수자원의 가치를 일찍이 인식하고 산업용수 사용량 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용·폐수 절감 TF를 조직해 생산시설 뿐만아니라 부속시설 등에서 사용하는 용수량을 절감하고, 폐수 재활용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포스코는 강화되는 물 규제에 대응해 생물학적 및 물리화학 처리 방식을 설치했다. 포스코측은 CDP를 통해 “효과적인 폐수관리를 위해 포항산업과학연 구원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총질소 감축과 폐수 재사용 확대를 위해 폐수 처리 시설을 코크스 공정 단계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세계 물의 날 맞이 행사를 전 세계 사업장에서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기념행 사를 진행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물 스트레스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는 재해 대비 훈련, 인프라 정비 및 물 재사용 설비에 투자하며 리스크에 대응한다.

현대자동차는 취수 모니터링과 더불어 액체 폐 기물을 배출하지 않음으로써 인근 유역을 보호 하고, 물 재활용을 통해 가뭄에 대비한다. LG 디스플레이는 예상 물 부족분을 임진강 내 이해관계자들과의 인게이먼트를 통해 취수량을 확보할 계획이 있다고 공개했다.

해외 사례에서 주목할만한 내용이 있다. 코카콜라 유럽에서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스페인, 독일에 걸쳐 물 스트레스가 높은 15개 유역을 파악했다. 전체 사업장 중 해당 유역에 위치한 사업장(42.5%) 비율을 파악하고 물 맥락이 반영된 사업장 수준의 목표를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전사적 수준에서 통일된 목표를 공개했지만 SK 하이닉스는 유역의 지역적 맥락이 반영된 목표를 공개했다.

효성그룹이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소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효성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효성그룹이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소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효성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쓰레기를 줄여라” 자원순환 관리 나선 기업들

폐기물을 줄이는 것도 기업의 숙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자원순환선도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가장 최근 사례인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과 KCC 전주3공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울산공장, 오뚜기 계열사 오뚜기SF 등이 선정된 바 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생산공정 개선을 통해 폐수슬러지 7만 5,000톤을 줄였고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활동을 통해 발생량 168톤을 줄였다. 아울러 사무실과 사업장에서의 분리배출 문화 정착을 통해 폐기물 117톤을 줄였다. 아울러 폐기물 통합 전산시스템도 구축했다.

코오롱 인더스트리 울산공장은 2018년 약 3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공정을 개선한 후 물을 이용해 중합유를 중화하여 중화공정 내 폐기물(폐석회) 발생을 제로화했다. 이를 통해 1976년부터 발생해오던 폐석회 발생 공정을 개선해 연간 약 350톤의 폐기물 발생량을 줄였고 연간 약 2억원의 제조 원가를 줄였다.

KCC 전주3공장은 인산폐수와 고염도 강알칼리 부산물을 각각 폐수처리장 미생물 영양분과 중화제로 재활용했다. 그 결과 폐수처리 약품 비용을 1년에 1억 300만원 절감하고 인근 공장 폐수 발생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와 더불어 공정 폐기물 발생량을 지난 2015년 대비 9% 줄이고 재활용 처리율도 13.3%에서 32.7%로 늘었다.

오뚜기에스에프는 폐수슬러지 폐기물의 발생량 억제를 목표로 슬러지를 감량 배출하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폐수슬러지 감량기’를 고안해 설치했다. 개선 전 3년 동안 연간 평균 1,627.9톤이 배출됐으나 개선 후에는 3개년 연간 평균 891.7톤으로 폐수슬러지 발생을 45.2% 줄였다. 감량 폐기물은 토질개선용 복토재로 재활용 자원화했다.

‘환경의 날’을 맞아 거창한 행사를 치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환경과 경제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고, 나아가 두가지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기업 활동이 중요한 시대다. 환경 이슈에 관심 많은 주요 기업들의 사례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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