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두 번째 순서는 기업들이 1~2년에 한번씩 발간한다는 지속가능성보고서 입니다. [편집자 주]

현대차가 '2018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대차 제공) 2018.7.12/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이돈태 부사장은 "인류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그 어떤 행동이 의미가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뭘 뜻할까? 사진은 과거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했을 당시의 자료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바로 어제(6월 4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놨다. 아모레퍼시픽은 ‘더 아리따운 세상’이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가 3가지 지향점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하고, 경제·사회적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순환 경제에 기여하는 3대 지향점을 담았다고 했다.

어지간한 기업들은 1년 또는 2년에 한번씩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다. 환경적인 영향이나 사회공헌 활동 등이 이 보고서에 담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는 도대체 뭘 보고하는 문서일까.

우선 지속가능성의 뜻을 살펴보자.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은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뜻한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경제나 경영은 물론이고 환경과 기후문제, 국가정책, 소비자들의 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안정되고 좋은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인간과 자연 또는 자원의 공생, 개발과 보전의 효율적인 조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형평성 등을 주구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도 이 개념을 사용한다.

◇ UN에서 정했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17가지 세부 목표

지속가능성은 큰 틀에서 좋은 취지로 이해되는데, 그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들은 뭐가 있을까.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있는 건 아니지만 참고할 자료는 있다. 2015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다.

과거 유엔에는 ‘새천년개발목표’라는 범세계적 약속이 있었다. 2000년에 채택됐고, 2015년까지 인류의 빈곤을 반으로 줄이자는 취지였다. 가난과 굶주림을 퇴치하고 초등교육을 완전 보급하며 성평등 촉진과 여권신장에 힘쓰고, 유아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등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했다.

2015년 만료된 이 목표의 후속목표가 바로 지속가능 발전목표다. 영어로는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표기하며 이를 줄여 흔히 SDGs로 많이 사용한다. 17개의 목표가 있으며 이 목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이행한다. 17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는 시사상식사전에 정리된 내용이다. 파란색으로 표기한 부분은 환경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항목이다.

1. 빈곤 종식 : 모든 곳의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2. 굶주림 종결 : 굶주림을 없애고, 식량 안보를 성취하며,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지원

3. 건강과 웰빙 : 모든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보장하며 웰빙 장려

4. 질적인 교육 : 양질의 교육 보장과 평생 교육 기회 장려 

5. 성평등 : 성평등 달성과 여성과 소녀의 역량 강화

6. 깨끗한 물과 위생 : 모든 사람들에게 물, 위생의 이용 가능성, 지속가능한 관리를 보장

7. 깨끗한 에너지 : 신뢰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접근성 보장

8. 좋은 일과 경제적 성장 : 지속가능한 경제적 성장과 생산적 고용 촉진

9. 산업, 혁신, 인프라 : 지속가능한 산업화 지원, 혁신 육성, 재생가능한 인프라 건설 

10. 불평등 감소 : 국가 간 및 국가 내 불평등 감소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 도시와 주거지를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12.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패턴 만들기

13. 기후 행동 : 기후 변화와 그 효과에 대응하는 긴급한 행동 취하기

14. 수중 생물 : 해양 자원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용

15. 육지 생물 : 육지 생태계를 보호, 복원하며 지속가능한 방식의 사용을 촉진, 사막화 대응,
토양 오염 및 생물 다양성 감소 저지

16. 평화, 정의, 강력한 제도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포괄적인 사회 촉진, 정의에
의 접근 보장, 효과적이고 책임 있는 제도 구축

17. 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행 수단 강화와 글로벌 파트너십 활성화

양진식 한국수자원공사 경영혁신실장(왼쪽)이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는 기업은 물론이고 학계와 정부 부처 등 폭넓은 곳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가치다. 사진은 한국수자원공사가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에서 수상하던 당시의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등 기업경영 활동 전반과도 관련

최근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 아모레퍼시픽도 SDGs를 언급했다. 회사측은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12번째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해관계자 모두 환경적·사회적 가치를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추진방향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이 쉬운 플라스틱 사용을 권했다는 점. 2022년까지 약 70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는 점을 내세웠다. 환경 친화적 신제품을 출시하고 지속가능한 매장을 구현하며, 친환경 종이 방문증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고도 밝혔다. 자원 재순환과 폐기물 절감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말 그대로 ‘지속가능’을 추구한 기업활동을 공개했다.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플라스틱이나 일회용을 줄이는 활동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디자인 등의 영역에서도 관련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이돈태 부사장은 자사 뉴스룸에 게재한 ‘함께 더 멀리… 지속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디자이너로서의 고민과 비전에 대해 언급했다.

이 부사장은 디자이너로서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지속가능한 개발 과정이다. 콘셉트를 기획하고 디자인부터 개발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와 소비의 효율을 고려한 친환경 디자인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다.

두 번째는 소비자의 참여를 통해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공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최근 선보인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의 에코 패키지가 좋은 예다. 소비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공감의 결과물이다.

세 번째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소비자가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경험을 통해 환경친화적 인식을 높이고, 반복적인 친환경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인류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그 어떤 행동이 의미가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사용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윤리적 소비와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들과 공감하며 우리 인류가 ‘지속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 학계와 정부에서도 꾸준한 관심, 지속가능성의 중요성

정부 부처와 교육계도 지속가능성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6월 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지속가능발전 융합인재 특성화대학원’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원은 지속가능발전과 관련된 정책·기술·경영·창업 교과목을 연계한 교과과정으로 운영한다. 다음 달 1일부터 특성화대학원의 녹색경영정책프로그램 석사 과정 신입생 20명과 지속가능경영 트랙이수를 위한 학생 10명을 모집해 9월부터 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안세창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고 환경·경제·사회 전 분야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특성화대학원을 통해 국가 지속가능발전 정책·전략 수립은 물론, 녹색전환을 위한 일자리도 직접 창출하는 청년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은 정부의 정책에서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018년에도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녹색성장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도 녹색성장 정책을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서 진전시켜 나가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좋은 정책은 어느 대통령이 만들었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대목이다. 지속가능성은 기업과 학계, 정부 등 폭넓은 곳이 두루 관심 가져야 할 가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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