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환경에 관심 있어’…반면 ‘관심 없음’ 8.9%
생활 속 소소한 친환경 활동…쓰레기 분리배출과 장바구니 사용 등
정부와 지자체 제도 보완, 기업 인식 개선, 국민 보다 적극적 참여 필요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여러분은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지금의 아이들 세대가 중장년이 되어서야 마주할 미래의 숙제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중요성은 잘 알지만 스스로 실천하려니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뒤로 미뤄두고 있나요?

미국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여러 편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라고 경고했습니다.

환경과 지구를 위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의 날을 맞아 인류의 숙제를 짚어봅니다. 환경에 관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점검하고 그동안 지구가 인류에게 보낸 수많은 경고를 돌아봅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사람과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소개합니다. 1년에 하루만 날 잡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늘 가슴에 새겨야 할 가치들입니다. [편집자 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1989년과 1994년의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1989년과 1994년의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우리는 실생활에서 다양한 환경 문제를 접하며 살아간다.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해양오염 사고로 기록된 ‘태안 기름 유출’과 같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환경 이슈뿐만이 아니다. 겨울과 봄이면 매번 찾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고 있다. 이와 함께 처치 곤란할 정도에 이른 다량의 쓰레기들을 보며 환경오염에 따른 문제를 피부로 느끼곤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국민들은 점점 심각해지는 해당 문제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과거 경제와 환경 중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냐는 질문에 정부와 기업, 다수의 국민은 경제를 우선시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환경은 언제나 정책 수립 시 뒷전에 놓인 게 현실이다. 하지만 21세기, 시대가 변하고 국민들이 몸소 실감할 수 있는 환경 이슈가 끊이지 않자 이에 대한 국민 인식 또한 바뀌고 있다.

◇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2018년 10명 중 7명 관심 있어

그렇다면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국민들은 환경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들이 가진 환경 의식은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다. 방송이나 신문 같은 언론매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를 접하면서 생각이 변한 것이다. 여기에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접하면서 환경에 대한 생각이 차츰 변하고 있다.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높은 의식은 통계에도 잘 나타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지난 2012년부터 ‘국민환경의식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조사결과를 보면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반적인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다(매우 관심+관심이 있는 편)’라고 응답한 국민은 2018년 74.2%에 달해 국민 10명 중 7명이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14년 51.4%에서 2015년 53.6%, 2016년 54.4%, 2017년 54.4%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큰 폭으로 변화했다.

이에 반해 환경에 대해 무관심한 국민들은 줄어들고 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된 것과 비교하면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2018년 ‘관심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0%로 조사돼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 역시 1.5%로, 이 둘을 합친 응답 비율은 8.9%로 직전 연도에 비해 7.5%p나 하락했다. 

이러한 국민의 환경의식은 다른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치러진 4·15 총선과 관련해 그린피스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유권자 10명 중 7.7명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 또는 정당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응답은 특히 40·50대 유권자층이 각각 83.3%, 83.2%로 높게 나타났지만 60대 이상 76.8%, 30대 75.5%. 10대 67.6% 순으로 연령에 상관없이 비교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점차 올라가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정도. (출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정도. (출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국민들, 어떤 방식으로 환경보전 실천할까…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행동들

그렇다면 국민들은 실제 어떤 방식으로 환경보전을 실천하고 있을까. 우선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정부나 지자체, 기업들에 비해 소소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소소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실천하고 있는 행동들을 엿볼 수 있다.

스스로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A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주도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서울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서울 생활 중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꼽곤 한다. 미세먼지로 항상 뿌연 하늘과 쓰레기 배출문제다. 최근 제주도 역시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정도로 대기(공기)질이 나쁜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서울은 그 심각성이 심하다고 느낀다. 또한 일반쓰레기는 차치하더라도 서울 시내 주택단지나 소규모 상가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한데 모아 배출하는 시스템을 의아해했다.

A씨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건 없지만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쓰레기 분리배출만큼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며 “제주도의 경우 주택 인근에도 ‘클린하우스’가 있어 일반쓰레기는 물론 재활용품도 종류별로 다 나눠 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특히, 주택단지 인근 가로수나 전봇대를 중심으로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품이 섞여 있거나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는 것을 보면 서울시의 관리체계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평소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B씨 역시 평소 환경을 위해 대단한 일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뉴스에서 비닐 쓰레기가 문제 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장바구니를 항상 가방에 지니고 다닌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지만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지금은 습관이 됐다고 전했다.

A씨와 B씨 사례처럼 일반 국민들이 대단한 환경보전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재활용품 분리 배출과 장바구니 사용 등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지만 이미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많은 국민들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은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통계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KEI의 조사결과, 국민 10명 중 약 7명인 70.5%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환경친화적 행동을 우선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에너지 소비제품 구매 시 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구매한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83.5%, ‘장바구니 사용’과 ‘낭비되는 물 사용을 줄인다’가 각각 72.5%로 나타나 일상 속에서 소소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보전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서울 시내의 한 인도.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 배출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서울 시내의 한 인도.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계속되는 환경 이슈, 무엇이 문제?…정부·기업 변화, 국민들 보다 적극적 참여 필요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지고 일상생활 속 실천이 이뤄지고 있지만 각종 환경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 발생 원인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현업 종사자나 환경단체 등은 이러한 발생 원인을 복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환경문제는 개인과 기업, 정부 중 어느 한쪽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환경 인식 수준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여의도공원 인근을 전담하는 환경미화원 C씨는 특히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에 셀 수 없이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른바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보고 한숨을 쉬는 그는 커피 잔의 재질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이를 잘못 버리는 개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기업들이 청소하기 쉽고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다른 재질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C씨는 “과거에 비해 길거리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들이 줄긴 했다”며 “체감상 국민들이 쓰레기를 비롯해 환경 인식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더워지는 바람에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다량으로 배출되고 있다”며 “물론 개개인이 잘못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 측에서 청소 및 재활용이 용이한 다른 재질로 바꾸는 것을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을 통해 일선에서 인식을 전환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미 국민들은 실생활에서 나름대로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동시에 정부의 제도 보완과 기업 측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정부가 환경 관련 정책을 시행할 때 국민들이 바로 호응하고 따르는 것을 보면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예를 들어 포장재 쓰레기의 경우 국민들이 선택하고 싶어도 일회용품으로 포장된 것을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 등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은 물론 정부, 지자체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배달문화의 증가와 같은 라이프사이클 변화로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품 등이 증가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물건을 살 때 자기 용기 가져가는 제로웨이스트 활동 등 소비자도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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