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은 금융권에 지점폐쇄 바람을 불어왔고 사람들은 더 이상 금융거래를 위해 창구를 찾지 않는다. 은행은 디지털에서 활로를 모색하며 ‘무인뱅크’를 선보였지만 현장에서 비교한 결과 대면영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농협은행의 1분기 영업점 수는5223개로 전년 말 대비 73개(1.4%) 줄었다. 전년 동기 15개가 줄어든 것과 비교할 때 점포통폐합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은행은 디지털·비대면 시대에 걸맞게 키오스크와 고기능무인자동화기(STM)를 내세운 무인뱅크를 선보였다. 언론과 은행은 이구동성으로 STM과 같은 기기가 창구 직원을 대체하리라 기대했으나 현장에서 시중은행의 무인뱅크와 키오스크를 직접 체험한 결과 직원의 손길을 타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업무는 지극히 제한적으로 무인뱅크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서초동의 한 시중은행 무인뱅크에서 가능한 업무는 체크카드발급, 보안카드 및 OTP발급, 공과급납부, 각종신고·변경 등의 업무였다. 

하나하나 뜯어보자. 체크카드발급은 전화 한 통 혹은 인터넷에서 발급신청만 누르면 된다. OTP카드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전용으로 5분 안에 발급된다. 공과금도 모바일로 이체하면 그만이다. 스마트폰뱅크와는 다른 무인뱅크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비대면이 알아서 척척 ‘내게 맞는 금융상품’까지 추천해주는가 하면 인공지능(AI)은 월급까지 척척 입금해주는 등 자산관리사를 방불케 한다.

이날 LG CNS는 로봇업무자동화(RPA)와 AI기술을 결합해 자동급여이체 기술을 개발, 국내 최초로 '자동급여이체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KB국민은행 영업점에서 첫 상용화했다. 급여이체 같은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재무업무도 로봇이 대체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무인뱅크가 사람의 손길 없이 해내는 업무란 지극히 제한적인 범위에 불과했으며, 결국 비대면이 은행의 생존법임을 확인시켜줬다.

고기능의 무인기기를 출시한다고 해도 화상상담 등을 통한 사람의 손길은 필요하기 마련이고 인력을 100% 대체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비대면 창구가 화상상담을 통한 비대면 프라이빗뱅킹(PB)도 출시되는 만큼 혁신을 꾀하고 있는 시대에 집에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대체가능한 업무를 번거로이 무인뱅크까지 발을 옮길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나은행은 지난달 2일부터 화상상담을 통해 세무,부동산,법률 등의 다양한 PB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STM기기와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뱅크 시도와 디지털화를 통한 노력이 지금의 비대면 혁신을 꾀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 비대면 혁신에도 창구의 역할은 존재하고 무인뱅크는 결국 창구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비대면에서 대체할 수 없는 인간고유의 업무영역을 남겨두되 성장은 비대면에서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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