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그녀의 하루는 아침 아홉 시에 시작된다. 그녀는 잠에서 깨면 ‘엄마’를 찾는다. ‘엄마’인 내가 차려주는 간단한 아침을 먹고 두세 시간을 놀고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다. 그녀가 잠들면 나는 빠르게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설거지를 하고 밀린 집안일을 한 다음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글쓰기나 편집 작업을 시작한다.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는 하루아침에 시작된 육아로 인해 혼자만의 시간을 잃어버린 한 여성의 투쟁기이자,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에 대한 육아일기 겸 읽지 못해 슬프고 쓰지 못하면 아픈 작가일기다.

그간 수편의 독서에세이를 통해 한 권의 책이 우리의 인생에 얼마나 깊게 파고들 수 있는지를 꾸준히 전해온 조안나 작가. 이번 신작 에서는 독서와는 또 다른, 글 쓰는 삶으로서의 일상을 직조해가는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냈다.

“외로울 때나 슬플 때나 곁에 있어 주는 건 내가 지켜낸 글들을 위한 시간이었다”라는 작가의 고백. 이 책은 아내, 엄마, 주부라는 변화된 삶의 기반 위에 서서 읽고 쓰는 작가로서의 일상을 쟁취하고자 노력한 작가의 내밀한 삶이 담긴 산문이다.

이 책은 글 쓰는 삶을 쟁취해나가는 일상의 단면들을 반복해 나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그토록 지독하게 지켜낸 쓰기를 위한 시간들을 통해 작가 삶의 혼돈과 번민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장착하게 되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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