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키운 몸집, 대기업 이끈 서른살 리더십
한화를 키운 신용과 의리의 가치, 사훈 변해도 정신은 남는다
2010년 태양광 사업 진출 이후 과감한 투자 행보
“그린뉴딜 등으로 태양광 기업가치 재평가될 것”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와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돕니다. 세계 곳곳의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고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기업들은 줄줄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또 한 번의 시련입니다.

대한민국은 이 위기에서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코로나 최일선에서 밤낮으로 바이러스와 싸운 의료진의 노력이 빛을 본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위기에 굽히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또 다른 영웅들이 있습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시장을 이끌만한 여러 기술과 앞선 제품이 있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선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선배가 지금은 없지만, 그들 못잖은 후배 기업인들이 앞선 세대가 일군 땅에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떨어진 ‘기운’을 확실하게 ‘업’시켜 줄 경제 주역들, 국내 대표 기업과 CEO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연재합니다. 열 번째 순서는 신용과 의리, 적극적인 M&A와 태양광 산업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한화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한화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김승연 한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이 새로운 10년 도약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화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김승연 한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이 새로운 10년 도약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일류한화가 되기 위해 사업별 선도 지위와 미래가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화가 생각하는 미래가치는 무엇일까.

우선 한화그룹의 사업범위는 매우 넓다. 일반 소비재가 아닌 영역도 넓다. 한화는 화약과 방산, 무역, 기계 부문 사업을 영위하고 한화솔루션을 통해 케미칼과 태양광, 고기능성소재 등 미래 환경과 밀접한 분야도 다룬다. 열병합 발전소와 건설도 있고 생보와 손보, 투자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부문 계열사도 있다. 호텔&리조트와 갤러리아 등 서비스·레저부문에도 손을 뻗고 있다.

여러 영역 중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한화의 미래전략을 가늠하기 좋은 계열사는 어디일까. 가장 최근 뉴스에 등장했던 계열사는 한화솔루션 내 한화큐셀 부문이다. 한화큐셀은 지난 6월 1일 현대차그룹과 전기차 재사용 배터리 기반 태양광 연계 에너지 저장장치(ESS) 공동 개발 및 글로벌 사업 전개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시스템 구축 비용을 대폭 낮춰 ESS를 대규모로 보급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한 ESS의 높은 가격은 초기 시스템 도입에 있어 다소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을 시장에 출시해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큐셀 김희철 사장은 “양사 간 우수 R&D 역량을 공유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통해 태양광 모듈부터 ESS까지 제공하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 2010년 태양광 사업 진출 이후 과감한 투자 행보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글로벌 태양광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태양광 발전의 미드스트림인 셀·모듈 생산부터 개인 주택·상업 시설·대형 발전소에 이르는 다운스트림 솔루션을 보유했다. 큐셀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부사장이 일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화는 2010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후 전략적인 인수합병과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큐셀 부문은 세계 정상급 셀 생산 규모를 보유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태양광 산업 대전에서 모듈 제조 혁신상도 수상했다. 유럽 태양광 리서치 기관 EuPD가 선정한 '유럽 톱브랜드'로 6년 연속, '호주 톱브랜드'로 4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큐셀 부문은 독일 탈하임에 위치한 기술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한국을 아우르는 태양광 R&D 네트워크를 갖추고 태양광 기술 개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한화 그룹의 주력 미래사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 한상원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에 대해 “태양광 성장 중심의 중장기 목표를 감안하면 실적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질적 측면에서도 고효율 제품 중심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라인 전환이 진행 중이며 2019년 3분기부터 태양광 사업부의 실적 수익성은 기존 대비 대폭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한화큐셀 한국 진천공장. 한화큐셀이 고출력 태양광 모듈 ‘큐피크 듀오G9(Q.PEAK DUO G9)’를 국내에 출시했다. (한화큐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화는 2010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후 전략적인 인수합병과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큐셀 부문은 세계 정상급 셀 생산 규모를 보유했다. 사진은 한화큐셀 한국 진천공장. (한화큐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키워온 몸집, 대기업 이끈 서른살 리더십

태양광 산업에서의 적극적인 행보는 그동안 한화그룹이 보여왔던 과거 행보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한화그룹 미래를 얘기하려면 하려면 기업 문화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고, 한화의 문화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스타일을 먼저 언급해야 한다.

1962년생인 김승연 회장은 지난 1981년, 한국 나이 기준 30살에 부친 고 김종희 한국화약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회사를 이끌었다. 40대만 되어도 ‘젊은 리더십’ 평가를 받는 재계에서 서른살 리더십은 어떻게 실현됐을까.

김승연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그룹의 힘을 키웠다. 취임 1년 만에 한양화학(한화케미칼)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해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했고 이듬해 미국 정유회사 유니언오일로부터 경인에너지 지분을 넘겨 받았다. 현재 집단에너지사업과 태양광발전소 개발 및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한화에너지의 시초다.

1985년에는 현재 한화호텔&리조트 전신 정아그룹을 인수했고 1986년에는 한화갤러리아 전신인 한양유통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 시즌에 빙그레 이글스 야구단도 창단했는데 이 구단이 지금의 한화이글스다.

1990년에는 경향신문을 인수했고, 90년대 들어서는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1993년 아테네은행을 인수하고, 1996년에 헝가리에서도 은행을 사들였다. 은행들은 IMF 외환위기 시절 구조조정을 거쳤는데, 당시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될 때 한화 바스프우레탄, 한화에너지, 한화자동차부품 등의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김승연 회장을 두고 외신에서 ‘구조조정의 마술사’란 별명도 붙였다.

◇ 한화를 키운 신용과 의리의 리더십, 사훈 변해도 정신은 남는다

2000년대에도 몸집 불리기는 계속됐다. 동양백화점을 인수하는가 하면 대한생명보험 인수도 이뤄졌다. 이 회사는 각각 한화타임월드와 한화생명이 됐다. 2002년에는 푸르덴셜투자증권과 자산운용도 인수했다.

한화그룹 미래전략사업 중 하나인 태양광은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시작했다. 삼성그룹 방산·화학계열사도 인수했는데, 당시 김 회장은 “한화를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록히드마틴은 세계 1위 규모의 방산기업이다.

기업 인수합병이라면 흔히 ‘과감한 구조조정’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 스타일은 그와 사뭇 다르다. 재계에서 김승연 회장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의리’다. 실제로 김회장은 사업 매각이나 인수시 고용승계를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유명하다. 한화그룹의 과거 사훈이 ‘신용과 의리’였고, 김승연 회장이 바꾼 새 사훈 ‘도전, 헌신, 정도’역시 신용과 의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미라는 평가다.

지난 1997년 자회사 한화에너지 지분을 현대정유에 매각하던 당시, 김 회장은 매각 대금을 줄이더라도 직원을 해고하지 말고 100% 고용승계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으로부터 방위사업 및 석유화학 부문을 인수할때도 한화는 삼성 직원들을 안정적으로 고용승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블로그에는 “김보성도 울고 갈 의리로 인수합병”이라는 제목의 한화그룹 관련 경제뉴스도 등록되어 있다. 김보성은 ‘으리’라는 유행어로 유명한 배우로 연예가의 대표적인 ‘의리인’으로 통한다.

클린업 메콩 캠페인으로 베트남에 기증한 태양광 보트(한화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화그룹의 최근 실적은 태양광 산업 등이 이끌고 있다. 사진은 클린업 메콩 캠페인으로 베트남에 기증한 태양광 보트(한화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2023년까지 매출 100조원 목표, 방산·태양광 등이 실적 이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창립 67주년을 맞아 “2023년까지 매출 100조원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1981년 회사를 물려받았을 때 연간 매출 1조원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수치상 100배 규모 성장세다.

실제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체제 아래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방위산업과 태양광사업 등 새롭게 판을 짠 사업구조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는 일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출범 후 지배구조 변경 등을 통해 방산 사업에 힘을 주고 있으며 태양광사업 등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태양광 부문의 실적에 힘입었다는 평가다. 한화솔루션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5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 2484억원으로 0.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7% 감소한 64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은 “자회사인 YNCC 적자 전환 등에 따른 지분법손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케미칼 부문은 매출 8304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국제 유가 약세에 따른 원료가격 하락으로 마진폭이 확대되면서 4.1% 늘었다.

◇ 한화솔루션 1분기 코로나19 파도 피해, 2분기 이후 흐름 촉각

실적은 태양광이 이끌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9057억원, 영업이익은 2배 증가한 1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11.1%기록했는데 이는 한화가 지난 2010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후 사상 최고치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은 것도 2016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한화솔루션측은 “지난해 2분기에 시작된 생산라인 전환(멀티→모노)이 지난해 연말 사실상 마무리된 데다가 프리미엄 시장인 미국시장 판매량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첨단소재 부문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따른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가동 중단 여파로 매출은 1905억원, 영업손실은 5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1분기엔 코로나19 감염증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면서 “2분기부터는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의 광범위한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의 여파가 실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절차를 마쳤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2월24일부터 4월21일까지 약 29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201만4793주를 매입했다. 이중 보통주 발행주식의 약 1% 규모인 161만 4793주의 주식을 소각했다. 소각 후 남은 40여만주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등 임직원 보상용으로 보유할 예정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인 지난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드윈 퓰너 美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출처=한화그룹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등으로 태양광 업종의 기업가치가 재평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선이 많다. 사진은 과거 김승연 회장이 에드윈 퓰너 美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회동하는 모습. (한화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증권가 “그린뉴딜 등으로 태양광 기업가치 재평가될 것”

증권가 등에서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등으로 태양광 업종의 기업가치가 재평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선이 많다.

교보증권 김정현 연구원은 태양광 산업에 대해 “단기 설치수요 부진은 불가피하나 구조적 성장 기대감이 크다”고 전제하면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여러나라의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지원책이 낮아진 태양광 설치 수요 전망치를 다시 상향시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국내 모듈 기업의 경우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중국 공급 공백의 수혜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IBK투자증권 함형도 연구원은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비중은 2010 년 20% 에서 2050 년 86% 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전제하면서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 중 대부분이 수력이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태양광과 풍력이 주를 이룰 전망”이라고 내다보았다.

함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성장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0년 이후 글로벌 전력 수요가 역성장을 보인 시기는 2009년 금융위기때가 유일하다”고 말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인 전력수요 감소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보고서 첫페이지에 “친환경 에너지 전력 생산 측면에서 태양광의 성장이 예상되며 태양광 산업 선두주자인 한화솔루션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전력 시장의 향후 판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태양광 산업의 향후 전망이 한화솔루션과 한화 그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