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있는 물은 한정되어 있는데...하루에 289리터 사용
미래 지구, 물 둘러싼 정치 갈등 우려...인구 1/3 위험할 수도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네 번째 시리즈는 폐수 발생 줄이고 물 순환 선도에 앞장선 착한 기업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수자원공사가 ‘유네스코(UNESCO) 수돗물 국제인증제도’ 사업에 참여한다. (픽사베이 제공) 2018.8.1/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민은 하루에 289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지구에서 인류가 쓸 수 있는 물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한국은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얘기가 오랫동안 정설처럼 전해왔다. 일부 언론에 관련 내용이 보도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정말 국제연합에서 물 부족 위험을 심각하게 경고했을까.

잘못 전해진 부분이 있다.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1인당 가용 수자원을 자체 조사해 한국을 ‘물 스트레스국가’로 분류했다. 이후 UN에서 이 수치를 인용한 적이 있는데 해당 내용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UN이 물 부족국가로 분류했다”고 알려졌다. PAI는 UN과 공식적인 관련이 없는 사설 연구소고, 우리나라 정부도 해당 표현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하고 공식 문서에서 물 부족 국가라는 표현을 없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공식 블로그에 이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UN의 실제 언급 여부, 부족이냐 아니면 스트레스냐의 용어상 문제를 제외해도 ‘물을 아껴야 한다’는 전제는 남는다. 당시 PAI가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한 이유는 비가 여름에 집중적으로 내려 다른 계절에는 가뭄에 취약하고 인구밀도가 높아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 쓸 수 있는 물은 한정되어 있는데...하루에 289리터 사용

사람은 물을 얼마나 쓸까. 서울시는 2014년 기준으로 시민 1,010만명에게 총 11억 775만통의 물을 공급했다. 1인당 하루 278리터다. 가정에서 180리터, 일반용 62리터, 공공에서 20리터, 목욕탕에서 6리터를 사용했다. 2017년 기준으로는 289리터까지 늘었다.

올해 초에는 물 사용량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의 생활습관이 바뀐 탓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손씻기 등의 중요성이 강조된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월 대구에서는 “하루 평균 74만톤 수준이던 수돗물 공급량이 최근 하루 80만톤까지 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바 있다.

물에 대해 주의해야 할 지점은 크게 2가지다. 한정된 자원인 물을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는 숙제, 그리고 버려지는 물의 양과 질을 관리해 물 순환구조를 갖추는 문제다.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지구상의 물의 총량은 14억㎦다. 춘천 소양호 저수량의 약 4억 8000여만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건 ‘쓰고 마실 물이 충분하냐’와는 다른 문제다. 지구상에 있는 물의 97%이상은 사람이 바로 마실 수 없는 바닷물이다.

나머지 2~3%의 물 중에서도 70% 가까이가 빙하나 만년설, 영구 동토등의 형태다. 나머지 30%중에서도 지하수 비율이 높고 호수나 하천의 물은 비율이 적다. 지구 전체 물의 양으로 보면 인류가 쉽게 퍼서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극소수라는 의미다.

사람은 물을 마셔야 산다. 요리 할 때도 물이 필수다. 농작물을 재배하는데도, 제품을 생산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대부분 예외없이 물이 필요하다. 쌀을 재배하는 과정 뿐 아니라 전기나 반도체도 물이 있어야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물을 버린다.

실제로 그린피스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미국 등 경제대국들의 화력발전소와 광산 등 석탄 산업들이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를 차지한다. 당시 그린피스는 기존 석탄산업 시설의 44%가 심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 있으며, 향후 건설 예정인 시설들의 절반 정도도 물 부족 지역에 들어서게 된다고 우려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키워드 중 하나도 결국 물이다. 이달 3월 22일은 UN이 지정한 세계물의 날이다. (환경부 나우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키워드 중 하나도 결국 물이다. 사진은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환경부가 관련 내용을 알리던 모습. (환경부 나우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미래 지구, 물 둘러싼 정치 갈등 우려...인구 1/3 위험할 수도

영화 <매드맥스>에 등장하는 미래 시대 독재자는 물을 독점한 설정으로 등장한다. 허황된 미래일까. 물을 둘러싼 정치적인 문제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실제로 있다.

유럽위원회 소속 JRC 연구진은 앞으로 기후변화 및 지속적인 인구증가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국가 간 정치문제로 번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고 내다보았다. 이들은 아프리카 여러나라를 지나는 나일강, 중국과 인도를 지나는 갠지스-브라마푸트라강, 인도와 티베트를 지나는 인더스 강, 터키와 시리아 및 이라크를 지나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를 지나는 콜로라도 강 등을 주목했다.

영국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빅토리아 폭포 유수량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잠비아 대통령은 “최악의 가뭄 속에 폭포 수위가 25년 만에 최저치”라면서 “기후변화 때문에 정치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물 부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여러 곳에서 제기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인구가 증가하고, 1인당 물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면 오는 2025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물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년이면 약 6억 5000만에서 9억400만명이, 2050년에는 약 24억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UN국제식량정책연구소는 앞으로 25년 이내 전 세계 5개국 중 한 개의 국가는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2도 증가하면 4억 명 이상의 사람이 물 부족을 겪는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물 부족과 흉작은 기후난민을 발생시켜 이미 자원 부족 사태로 씨름하는 인근 지역으로 밀려나게 만들기도 한다. 책에서는 “물 부족 문제가 빈부 격차에 따라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물이 부족해지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연재를 통해 물 사용량을 줄이고 버려지는 물의 양과 질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들, 폐수 발생을 줄이고 물 순환 구조에 기여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2편에서는 가정에서 버려지는 생활폐수와 그로 인한 환경적인 영향, 그리고 일상 속에서의 물 절약 노하우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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