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⑦] 중고나라 거쳐 당근마켓...경제적인 ‘중고 거래’의 환경학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⑦] 중고나라 거쳐 당근마켓...경제적인 ‘중고 거래’의 환경학
  • 이한 기자
  • 승인 2020.06.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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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효과로 꾸준히 인기 높은 중고거래
구매도 중요하지만, 판매 역시 중요한 요즘 소비자
중고 거래, 자원 재순환과 재활용에 기여한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천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방탄소년단) 이름으로 57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890만건의 기사가 검색(4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일곱 번째 주제는 2020년 스타일의 新‘아나바다’ 트렌드 중고거래입니다. [편집자 주]

시중 유통 중인 5만 원권 지폐 잔액이 90조 원을 돌파했다. (픽사베이 제공) 2018.8.18/그린포스트코리아
중고 거래가 다시 유행이다. 아니, 어쩌면 늘 유행이었을 수도 있다. 요즘은 동네 이웃끼리 직거래로 중고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경제적이기도 하고 환경적이기도 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IMF를 전후로 ‘아나바다 운동’이 유행한 적 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쓴다는 의미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절약하자는 취지로 사용됐다.

첫 등장 당시, 용어는 새로웠지만 그 취지는 사실 새로울 게 없었다. 절약은 한국전쟁 이후 세대에게 최고의 미덕 중 하나였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거나 작아진 옷을 물려 입는 문화가 그 시절엔 당연했다.

버려지는 물건의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 조치는 아니었다. 경제적인 고려가 강했다. 본인이 1955년생이라고 밝힌 한 소비자는 “부모님이 과거 ‘보따리상’으로 돈을 좀 버셨지만, 기본적으로 소비를 거침없이 하는 습관이 들기는 어려운 시대였다. 환경적인 고려보다는 경제적인 고려 때문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물건을 쉽게 쓰고 금방 버리는 문화보다는 ‘아나바다’가 훨씬 환경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 경제적인 효과로 꾸준히 인기 높은 중고거래

중고 거래가 다시 유행이다. 아니, 어쩌면 늘 유행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중고거래는 시대를 막론하고 꾸준히 수요가 있었다. 과거 부모님 세대도 ‘중고차’를 거래했고 1990년대 학생들도 만화책이나 게임 타이틀 같은 것들을 중고로 거래하거나 교환하는데 익숙했다. 네이버 ‘중고나라’는 회원수가 1,830만명이고, ‘티켓베이’나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은 젊은 세대 소비자들의 필수 즐겨찾기다,

기자도 중고거래로 적잖은 돈을 만져본 경험이 있다. 쓰지 않을 물건을 대거 매입해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작은 봄맞이 대청소였다. 서재를 뒤집으니 상태는 깨끗한데 다시 꺼내지는 않을 책이 산더미였다.

80권을 골라 알라딘 중고장터에 가져갔는데 한 권은 양장본 제본 상태가 불량하고 또 한권은 재고가 많아 ‘매입불가’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78권의 매입가는 22만 8000원. 출간 6개월 이내 책들은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았다. 매장에 좀 더 머물러보니 정가 1만 6800원짜리 책을 기자는 6100원에 팔았고, 그 책을 다시 구매한 사람은 8900원에 사갔다. 기자는 책값 일부를 건져서 좋고, 구입한 사람은 할인된 가격에 책을 구했으니 ‘윈-윈’ 이었다.

노트북도 팔았다. 수년간 사용해 부팅이 느리고 속도도 답답한 물건이었다. 고장난 가전제품을 수거한다는 중고 매매상에 물어봤더니 고철값으로 5천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IT제품에 관심 많은 지인이 ‘파손되거나 완전히 고장난 게 아니면 수요가 있을테니니 손봐서 중고로 거래하라’고 조언했다. 컴퓨터 수리점에서 바이러스를 체크하고 포맷한 다음 전체적인 상태를 손봤다. 수리비가 4만원이었는데, 네이버 중고나라에 ‘포맷 후 새로 세팅한 제품’이라고 등록했더니 13만원에 구입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여러대 가지고 있던 자전거도 한 대를 팔았다. 46만원 주고 구입한 접이식 자전거였다. 인터넷 자전거 동호회에서 같은 제품의 중고 판매글을 검색해보니 25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었다. 당시 인터넷에는 중고자전거를 출장 매입한다는 광고도 많았는데 가까운 곳을 골라 여락해보니 15만원을 제안했다. 두 곳 가격을 참고해 평소 그 자전거에 관심을 갖던 지인에게 20만원에 팔았다.

텀블러는 환경적이지만, 텀블러 여러개를 돌려쓰는 것은 환경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용맹하지만 '애정 결핍'에 걸린 가상의 전사 텀블러와 그 동료(?)들의 사진. 저 텀블러의 주인이 기자인지 아닌지는 프라이버시상 비밀이다.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중고를 거래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고려' 때문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환경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버려질 위기에 처한 물건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어서다. 한 사람이 소유한 저렇게 많은 텀블러가 버려지지 않고 다른 주인을 찾는다면 어떨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구매도 중요하지만, 판매 역시 중요한 요즘 소비자

중고거래를 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다. 돈을 아끼는 ‘경제적인 꿀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힙’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동묘구제시장에서 옷을 사는 젊은이들, 황학동에서 가구나 주방용품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이런 카테고리 안에 있다.

한동안 온라인 중고거래는 ‘중고나라’가 독점하디시피 했다. 동호회 게시판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런 사례는 동호회 성격에 맞는 일부 물품들만 거래됐고, 중고나라는 여러 카테고리의 물건들이 거래되는 ‘종합시장’ 느낌이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최근 크게 넓어졌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빠고 들었고 중고차를 거래하는 ‘엔카닷컵’과 ‘KB차차차’, 명품을 거래하는 ‘구구스’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백화점 브랜드 유아동복 리세일 쇼핑몰이자, 작아진 중고 아기옷 사고파는 코너마켓은 젊은세대 부모들에게 큰 인기다. 한정품 등을 구매해 비싸게 되파는 ‘리셀러’등이 가세하면서 중고시장 규모는 매우 커졌다.

중고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는 경제적인 고려, 공유경제 확대 등으로 인한 ‘소유’에 대한 인식 약화 등이 꼽힌다. 최근 갤럭시 폴드 신제품을 구입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당근마켓에서 판매했다는 한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을 언제 얼마에 구매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소유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다른 물건이 필요할 때 기존 물건을 얼마에 되파느냐도 요즘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고, 그 돈을 활용해 내게 필요한 걸 사는건 내게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소비활동”이라고 덧붙였다.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소비자는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10여년 넘게 일했고 집안 사정도 경제적인 어려움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 중고 거래, 자원 재순환과 재활용에 기여한다

이코노미조선 보도에 따르면 국내 중고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18년 20조 원으로 늘었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이른바 빅3 가입자 합계는 4000만명에 이른다. 중복 가입자 등을 감안해도 경제활동중인 국민 상당수가 중고거래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에서 주목받는 당근마켓의 경우 월간이용자수는 5월 기준 800만명을 넘었다. 지난 1월 458만명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성장한 숫자다. 거리두기와 외출자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중고 소비에 나선 까닭이다.

당근은 채소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당신의 근처에서’를 줄인 말이다. 당근마켓은 ‘우리 동네 중고거래’를 목표로 한다. 위치서비스를 통해 동네 인증을 받고 반경 6Km이내 이웃과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언택트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거리두기가 습관화되면서 지역커뮤니티나 이웃들과의 활동이 늘어나게 되는 경향이라고도 분석한다.

물건을 폐기하지 않고 새 주인에게 넘겨주면 환경적으로도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실제로 최근 성남시는 지난 대형폐기물 모바일 수거 서비스 운영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형폐기물 중고물품들을 시민들이 앱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손성립 성남시 환경보건국장은 “아직 사용할 수 있지만, 그냥 버려지던 품목들이 ‘중고매입’을 통해 재활용되고, 지역에서의 자원 재순환, 재활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에서 주목받는 당근마켓의 경우 월간이용자수는 5월 기준 800만명을 넘었다. 사진은 당근마켓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중고거래 시장에서 주목받는 당근마켓의 경우 월간이용자수는 5월 기준 800만명을 넘었다. 사진은 당근마켓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이웃과 직거래하면, "구매 포장 유통 과정에서의 환경적 요소 절약"

당근마켓도 공식 블로그에서 중고를 이용해 환경보호를 실천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중고 휴대전화와 태양전지를 활용해 열대우림의 불법벌목 감지장치를 만든 가디언 사례, 중고 의류나 캠핑용 텐트 등을 재활용해 옷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래코드 사례 등을 소개했다. 당근마켓은 해당 포스팅에서 “동네 이웃들과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포장에 필요한 포장재 사용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유저들에게 ‘당근가계부’를 발송한다. ‘XX1동 주민들이 당근마켓 거래를 통해 재활용한 자원의 가치는 34,605.0톤의 온실가스를 줄인 것과 같아요’ 등의 내용이다.

물론 중고거래자들이 환경 문제를 깊이 고려해 관련 플랫폼으로 모인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기자 역시 환경을 생각해 중고물품을 거래한 건 아니었다. ‘버리기 아깝다’는 인식은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팔면 돈이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책이나 자전거는 버려지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재활용이 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종이를 처리해 재활용한다고 똑같은 품질의 종이로 다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물품도 마찬가지다. 폐기물 문제는 결국 재사용보다 버려지는 양을 줄이는게 핵심이다. 중고 거래를 통해 버려지는 물건의 양을 줄였으므로 환경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스타일의 새로운 ‘아나바다’ 혁신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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