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슈를 둘러싼 인류 향한 오랜 경고
당신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나요?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여러분은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지금의 아이들 세대가 중장년이 되어서야 마주할 미래의 숙제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중요성은 잘 알지만 스스로 실천하려니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뒤로 미뤄두고 있나요?

미국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여러 편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라고 경고했습니다.

환경과 지구를 위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의 날을 맞아 인류의 숙제를 짚어봅니다. 환경에 관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점검하고 그동안 지구가 인류에게 보낸 수많은 경고를 돌아봅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사람과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소개합니다. 1년에 하루만 날 잡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늘 가슴에 새겨야 할 가치들입니다. [편집자 주]

의정부 청소년 140명이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플라스틱 사용 그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 제공)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 이다. 1972년 처음 논의됐고 국내에서는 1996년부터 제정됐다. 그 동안 인류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꾸준히 늘려왔을까? 사진은 지난 2018년 환경의 날 당시, 의정부 청소년 140명이 '플라스틱 사용 그만' 캠페인을 진행하던 모습.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 날은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 개최시 제정됐고 그해 UN총회에서 채택됐다. 이 회의를 통해 유엔환경계획(UNEP)설치도 결의됐다.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6월 5일을 법정기념을 환경의 날로 제정했다.

환경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1972’와 ‘1996’이라는 숫자에 주목한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글로벌 공감대와 국가적인 약속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화두가 되어 왔다는 의미다.그렇다면 인류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소중하게 지키려는 노력은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걸까?

아니다. 환경에 대한 경고는 그것보다 훨씬 전부터 있었다. ‘환경의 날’을 굳이 제정해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과 사물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자는 목소리고 나오기 100여년 전에도 이미 그런 목소리가 있었다.

1854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 시애틀이 지금의 워싱턴주에 편입되기 전, 인디언들이 그 땅에 살던 시절 얘기다.

당시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인디언 추장 ‘시애틀’에게 땅을 팔라고 요구한다. 땅을 팔면 인디언들이 다른 지역에서 불편없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추장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대한 답신을 편지로 보냈다. 이른바 ‘시애틀 추장의 편지’다. 

그는 편지에서 “위대하고 훌륭한 백인 추장(프랭클린 피어스)은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고 제의했다. (중략) 그것은 우리로서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듯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중략)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 누이이고 순록과 말과 큰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강의 물결과 초원에 핀 꽃들의 수액, 조랑말의 땀과 인간의 땀은 모두 하나다. 모두가 같은 부족, 우리의 부족이다.”라고 말했다.

시애틀 추장은 이 편지에서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자식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그가 거미줄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의 욕심은 대지를 다 먹어 치워 사막으로 만들고야 말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사람과 자연이 원래 한 몸이라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오랜 믿음이 밴 글이다. 현대 도시와는 맞지 않는 전통 부족민들의 생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애틀 추장이 말한 대지와 동물들은 요즘 단어로 바꾸면 바로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고, 대지를 사막으로 만드는 인류의 움직임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 기사의 제목은 ‘내일은 늦으리’다. 이 문장이 눈에 익은 사람도 있겠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8년전인 1992년, 당대의 슈퍼스타들이 모여 ‘환경보호 콘서트’를 열었다. 그 콘서트 행사의 이름이 내일은 늦으리고, 타이틀곡은 ‘더 늦기 전에’였다. 이 콘서트의 노랫말에는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주오’라는 가사가 담겼다. 당신은 밤 하늘의 별을 본 기억이 언제인가? 
 
미국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사는 공간, 내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나와 누군가의 환경이다. 160여년 전 시애틀 추장의 충고를, ‘내일이면 늦는다’던 28년 전의 경고를 우리는 지키고 있는가? 2020년 환경의 날에 떠올려야 할 근본적인 물음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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