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 요일만 되면 임시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가로수·전봇대
수거 업체 관행적 대로변 쓰레기 집하…이곳에 배출해도 과태료

문전배출이 지켜지지 않은 채 가로수에 쓰레기가 배출돼 있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문전배출이 지켜지지 않은 채 가로수에 쓰레기가 배출돼 있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앞 빌라, 옆 빌라 대각선 온갖 곳에서 우리 집 옆에 쓰레기를 버려요”

서울시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쓰레기 배출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종량제 봉투나 재활용 쓰레기는 문전배출 즉, ‘내 집 앞·내 점포 앞’에 배출하는 게 원칙이지만 일부 주민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달해 먹은 음식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재활용 용기를 혼합 배출하거나 대형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는 경우도 있어 언성을 높인 일도 있다.

서울 지역 특히, 단독주택과 소규모 상가가 밀집한 곳에 쓰레기 배출 장소를 지키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문전배출이 아닌 가로수나 전봇대 등을 중심으로 쓰레기를 배출해 도시 미관과 악취 발생 등 각종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배달 및 택배 물량 증가로 재활용품까지 큰 폭으로 늘어나자 서울시 곳곳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본보 취재팀이 직접 쓰레기 배출 시간에 서울 시내 일부 가로수와 전봇대 등을 살펴본 결과, 문전배출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취재팀이 찾은 곳은 ‘쓰레기는 내 집 앞에’라는 안내판이 붙은 곳이었다. 하지만 인근 상가와 주민들이 내놓은 종량제봉투,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가 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원룸 같은 다세대 주택이 많은 지역의 경우 배출장소를 지키지 않은 쓰레기들이 대로변에 방치돼 있었다. 누구부터 배출을 시작한지 알 수 없는 이 장소는 쓰레기 배출 요일이면 임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여기에 쓰레기 배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덤이었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배출시간이 정해진 해당 지역은 이보다 앞서 쓰레기를 내놓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렇게 배출장소를 어긴 쓰레기는 수거 업체가 수거하기 전까지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린 가로수와 전봇대 인근을 지나는 주민들은 미간을 찡그리며 이를 피해 다녔다. 여기에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지 않다면 일회용 컵이나 담배꽁초 등을 내던지는 사람들까지 있어 더욱 흉물스럽게 변하고 있었다.

시민 B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유모차가 필수인데 쓰레기가 인도를 점령해 통행하기 쉽지 않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곳에 테이크 아웃 커피잔과 담배꽁초까지 버리다 보니 각종 쓰레기가 인도에 굴러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도심 속 임시 쓰레기장은 비단 배출장소를 지키지 않는 일부 시민들 때문만은 아니다. 원칙대로라면 쓰레기를 수거하는 수거 업체 역시 배출장소(내 집 앞, 내 점포 앞)에 맞게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거해야한다. 하지만 관행상 대로변 가로수나 전봇대를 중심으로 쓰레기를 한 데 모아 일괄 수거하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 역시 이곳을 쓰레기 배출장소로 인식,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 C씨는 “대로변에 수거 업체가 일괄적으로 쓰레기를 모아 가져가는 것을 보고 어차피 집 앞에 버리나 이곳에 버리나 별 차이가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쓰레기 배출은 실제 규정 위반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쓰레기 배출장소는 내 집 앞, 내 점포 앞이 지정장소다. 이를 어길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서울시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행업체가 골목에 들어가 집집마다 수거하는 게 맞긴 하다”며 “다만 편의상 골목에 있는 쓰레기를 다 끌어내 대로변에 집하를 한 다음 수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주민들이 집하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배출장소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일단 집하를 금지시키고 내 집 앞 배출을 유도해야 해당 문제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전배출이 아닌 가로수 등에 배출된 쓰레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문전배출이 아닌 가로수 등에 배출된 쓰레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kds032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