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리터 봉투 없애기 시작한 지자체
“안전 문제 고려한 조치, 합리적으로 실천해야”

수도권 일부 업체들이 폐지 수거거부 움직임을 보이자 쓰레기 대란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청소노동자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종량제봉투 최대용량을 기존 100리터에서 더 가벼운 용량으로 낮추는 방안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무거운 봉투를 옮기는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청소노동자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종량제봉투 최대용량을 기존 100리터에서 더 가벼운 용량으로 낮추는 방안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수거 과정이 안전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늘어나는 가운데 상가나 업소 등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곳에서의 불만이 함께 제기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청소노동자(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는 1,822명이다. 그 중 15%가 쓰레기를 차량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어깨나 허리를 다쳤다. 교통사고(12%)로 다치는 경우보다 더 많은 사례다.

쓰레기를 차에 싣는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는 작업량이 많거나 무거운 쓰레기를 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종량제봉투 중 가장 큰 사이즈는 100리터다. 해당 봉투에는 약 20~25Kg정도 담을 수 있다. 그러나 봉투를 아끼기 위해 쓰레기를 압축해 담거나 묶기 위한 부분 윗 부분 이상 무리하게 담으면 무게가 30~40Kg을 넘는 경우도 있다.

종량제봉투를 수거해 차에 싣는 것은 결국 사람이므로, 용량이 크거나 무거운 것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폐기물 수거업체 한 관계자는 “100리터 봉투에 내용물까지 무거운 것이 담겨 있으면 혼자 옮기기 어려운데, 빠른 시간안에 처리하느라 급하게 움직이다 보면 다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곳에서는 대용량 봉투가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상가 입주민 등이 100리터 종량제 봉투를 유지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건축 인테리어와 도배, 장판 일을 하는 한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쓰레기가 생겨 대용량 봉투가 2개 정도씩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100리터 봉투 없애기 시작한 지자체

환경부는 2019년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통보하면서 종량제봉투나 대형폐기물 등 1명이 들기 어려운 작업은 3인 1조(운전원 1, 상차원 2)를 원칙으로 하게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100리터 봉투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에 따른 대안을 내놨다. 종량제봉투 최대용량을 기존 100리터에서 75리터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부산 해운대구는 올해 1월부터 일반용 100리터 종량제봉투 제작을 중단했다. 100리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장용 봉투도 제작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환경미화원의 고충을 배려해 무거운 100리터 종량제봉투 대신 75리터 이하 봉투를 사용해 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부천시와 밀양시 등에서도 100리터 종량제봉투 제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 지자체도 각각 청소노동자 부상 방지, 작업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우리 이웃인 환경미화원의 고충을 배려해 이제는 무거운 100리터 종량제봉투 대신 75리터 이하 종량제봉투를 사용해달라" 고 당부했다. 부천시 우종선 자원순환과장은 “100리터 종량제봉투 수거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환경미화원 및 청소업체 근로자들의 작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히면서 “종량제봉투 배출 시 과도한 무게를 담지 않도록 100리터 대신 75리터 이하 봉투를 사용해 달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청소노동자(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는 1,822명이다. 그 중 15%가 쓰레기를 차량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어깨나 허리를 다쳤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청소노동자(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는 1,822명이다. 그 중 15%가 쓰레기를 차량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어깨나 허리를 다쳤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안전 문제 고려한 조치이므로 합리적으로 실천해야”

최근에는 경기도가 종량제봉투 최대용량을 75L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시·군과 협의에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5월 12일 경기 남부권을 시작으로 4개 권역 시·군 청소부서 담당 과장과 권역별 환경미화원 등이 참여하는 ‘도-시·군 간담회’를 열었다. 

경기도는 간담회가 “청소노동자들의 부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100리터 종량제봉투는 압축해 버려질 경우 최대 45Kg까지 무게가 늘어나 지속적으로 환경미화원의 신체 손상,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되어 왔다”고 밝혔다.

12일 진행된 남부권 간담회에는 수원, 성남, 안양, 군포, 의왕, 오산, 안성, 과천시가 참가했다. 간담회에서는 이미 종량제봉투 최대용량을 100L에서 75L로 하향 조정한 용인, 성남, 부천, 의정부 등 4개 시의 사례를 공유하고, 환경미화원의 안전 문제와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임양선 경기도 자원순환과장은 “그 동안 환경미화원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종량제봉투 최대용량 하향 조정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라며 “가능한 도내 많은 시·군에서 종량제봉투 용량을 조정해 환경미화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와 시 단위 지자체에 이어 경기도까지 관련 논의에 나서면서 100리터 용량 종량제봉투 사용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꺼번에 대용량 봉투를 없애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도 함고려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폐기물협회 성낙근 실장은 “상가 또는 일부 업종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안전 문제를 고려한 조치이기 때문에 100리터 봉투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기물 사이즈가 너무 커서 100리터 봉투 없이는 버리지 못하는 상태라면, 종량제 봉투가 아니라 대형폐기물로 배출하면 된다.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100리터 용량 봉투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그때는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사람에게만 판매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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