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⑥] 가성비와 효율성 높이는 패스트 패션...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⑥] 가성비와 효율성 높이는 패스트 패션...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 이한 기자
  • 승인 2020.05.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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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철 입고 버리는 옷? 가성비 뒤에 숨은 환경적인 문제
많은 물과 적잖은 살충제가 필요한 우리들의 옷
환경 영향 줄이려는 패션 산업계의 최근 노력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천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방탄소년단) 이름으로 57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890만건의 기사가 검색(4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여섯 번째 주제는 최신 트렌드를 즉시 반영해 빠른 속도로 제작해서 유통하는 ‘패스트 패션’입니다. [편집자 주]

패스트패션은 비싸고 질 좋은 옷을 오래 입기보다는 최신 유행을 좇아 한철 입고 버릴 저렴한 옷을 사자는 풍조를 만연케 한다.(권오경 기자).2018.8.31/그린포스트코리아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는 스타일의 옷은 생산하고 소비하고 다시 버리는 과정에서 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지하상가 의류매장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장소나 브랜드, 등장인물 등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패션에는 크게 네가지 유형이 있다. 취향따라 입는 사람, 유행따라 입는 사람, 가격 맞춰 입는 사람, 그리고 취향이나 유행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본인 취향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거나 유행에 관심이 적은 사람은 가격에 관심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반대로, 본인 취향보다는 유행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면서 가격에도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있다. 최근 이런 소비자들이 ‘패스트 패션’으로 많이 몰렸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패스트 패션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 형태의 의류전문점이다. 현재 패션업계 트렌드에 맞춰 빠른 시간안에 제품을 만들고 자가상표부착제 유통방식(SPA)을 거친다. 1986년 미국의 청바지 브랜드가 이 방식을 최초 도입했고 기존 프랜차이즈 형태와 차별화되어 대형 직영점 형태로 운영된다.

유행을 감안해 제품을 빠르게 기획하고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 한번에 이뤄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신 유행 제품들을 유명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패스트 패션은 이를 장점으로 삼아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다. 대표적으로 ZARA 등이다. 패스트 패션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속도가 더 뻘라진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 한 철 잘 입고 버리는 옷? 가성비 뒤에 숨은 환경적인 문제

패스트 패션 의류들은 소위 ‘기본템’보다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는 스타일의 옷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 철 잘 입고 버리는’ 옷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소비자는 “트렌디한 제품이 많으면서 가격 부담이 적고 환불이나 교환등의 서비스도 편리해 자주 이용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1~2년만 지나면 잘 안 입고 또 다른 옷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짚어볼 문제가 있다. 옷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다시 버리는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다.

맥킨지 보고서와 패션매거전 ‘엘르’ 2월호 보도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000억벌 이상의 의류가 만들어진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14년 소비자들은 2000년에 구매했던 것보다 60% 이상 많은 옷을 구입했다. 조선일보 최근 보도에 의하면 매년 옷과 신발이 6천만톤 넘게 만들어지고 이 중 70%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쓰레기매립장으로 간다.

물론 조사 기관이나 대상에 따라 수치상의 차이는 일부 존재한다. 국제학술지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가 발간하는 ‘환경위생저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억벌의 의류가 소비된다. 문제는 800억이냐 1000억이냐의 숫자 차이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물 집약적인 면화의 증가, 처리되지 않은 염료의 지역 수원 방출 등 섬유 제조업과 관련한 환경적 사회적 비용이 점점 확산되는게 문제다.

인류는 누구나 옷을 입는다. 그들의 옷장에 걸린 패션 상품들은 적잖은 에너지와 염료 등을 바탕으로 생산됐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 물 수천리터가 사용된다. 1만리터가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천을 짜고 염료를 빼면서 나온 물질 중 일부는 폐수가 되어 하수도로 흘러간다. 티셔츠의 주재료인 면화를 재배하는데도 전 세계 농약의 10%가 투입된다.

그렇게 지구를 더럽히며 만들어진 다음 소비자가 구입한 옷은 그래도 수년간 사용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옷은 땅에 묻히거나 불태워진다. 게다가 옷장에 들어간 옷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보장도 없다.

2015년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가정에서 새로 산 옷의 40%는 거의 또는 전혀 입지 않았다.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불평 속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만들어진 수많은 옷과 신발, 가방들이 옷장에 잠시 스쳤다가 이내 쓰레기가 되어간다. 유행에 맞춰 빠르게 생산되고 짧게 소비되는 패스트 패션에 대한 환경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올해 초 뉴욕에서 패션업계의 기후긍정성을 논의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스터디홀 제공) 2020.3.16/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1월 뉴욕에서 패션업계의 기후긍정성을 모색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패션업계가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스터디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많은 물과 다량의 살충제가 필요한 우리들의 옷

옷을 만드는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었다. 2015년 <뉴스위크>는 ‘독성 패션’(Toxic fashion)이라는 제목의 표지 사진으로 패션의 환경 영향을 언급했다. 올해 1월 뉴욕에서는 패션업계의 환경친화적 앞날을 논의하자는 취지의 컨퍼런스도 열렸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패션에서의 '기후긍정성'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논의됐다.

패션업계가 기후긍정성을 고민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패션이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옷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고 목화를 생산하기 위해 다량의 살충제가 필요하다. 섬유를 염색하는 과정에서 수자원이 오염될 우려도 있다. 옷을 세탁하는 과정 등에서 미세섬유가 배출돼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이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35%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생산한 합성섬유 세탁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봉제공장 등에서 이뤄지는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버려지는 옷이 쌓여가는 문제도 있다. 물론 이것은 패스트 패션만의 문제가 아니라 패션산업 전반에 걸친 숙제다.

환경운동연합이 파타고니아와 함께 주관한 ‘어제 산 내 옷이 지구를 파괴한다고요?’ 강연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물의 20%,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20%가 패션산업에 사용된다. 옷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폐기물도 늘어난다. 강연에서는 값싼 임금으로 많은 옷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노동착취 문제도 언급했다.

해당 강연을 직접 진행한 파타고니아 관계자는 환경오염과 노동 착취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재생소재 옷이나 품질 좋은 옷을 만들고, 소비자들은 옷을 수선해 입으라고 권했다. 파타고니아는 지난해 8월 트럭을 개조해 전국을 돌며 수선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 환경 영향 줄이려는 패션 산업계의 최근 노력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패션업계 전반에서 들려온다. 최근 1~2년 새 패션업계들이 지속 가능 '친환경' 트렌드에 눈을 돌린 경우가 많다.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던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발표한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 패션 트렌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패션 플랫폼이 꾸준히 등장하고, 의류를 소유가 아닌 공유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기업과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실제로 지난해 '맥킨지 뉴 에이지 컨슈머 미국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6%가 제품 구매 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는 밀레니얼 세대로, 젊은 세대일수록 패션의 환경 요소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뒷받침하는 경향은 곳곳에서 관찰된다. H&M은 지난해 중고 의류 판매에 이어 의류 렌털 사업에 진출했다.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프라이탁은 P2P 공유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을 서로 연결한다. 자라도 100% 지속가능한 패브릭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물산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올해 친환경 라인 ‘비 싸이클’을 출시하고 빈폴레이디스는 페어망을 재활용한 재생나일론 소재의 옷을 출시했다. 파타고니아와 K2, 노스페이스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리사이클과 폐페트병 추출 소재 등을 소재로 다양한 환경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중고 패션 플랫폼이자 패션 스타트업 더리얼리얼이 나스닥에 상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입지 않는 옷을 공유하는 플랫폼들도 다수 선보였다.

인류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한 다음 버리는 과정에서 늘 온실가스와 폐수 등을 배출한다. 쓰레기도 쌓여간다. 많이 사용하는 물건일수록 그 위험은 더욱 크다. 빠르게 만들어 한 철 잘 입고 버리는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소비자들도 다시 한번 떠올려야 할 때다.

모델들이 빈폴이 선보인 '비 싸이클(B-Cycle)' 라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 제공) 2020.1.21/그린포스트코리아
빈폴은 2020년을 친환경 상품 출시 원년으로 삼고 대표 브랜드 중심으로 '친환경 라인'을 출시했다. 사진은  '비 싸이클(B-Cycle)' 라인 제품을 입고 있는 모델들의 모습 (삼성물산패션부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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