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차례 연기…서울시, 이달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 강화
환경부, 시범대상 지역에 총 22억8000만원 지원…서울시, 약 18억 받아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요일 평소와 다를 바 없어
서울시, 코로나19로 시범사업 제대로 운영할 수 없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요일인 목요일 21일에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 생수병과 같은 투명 페트병이 혼합돼 있다. (김동수 기자) 2020.5.21/그린포스트코리아
투명 페트병과 비닐만 분리 배출하는 목요일인 21일에 각종 재활용 쓰레기가 혼합 배출돼 있다. (김동수 기자) 2020.5.2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전국 아파트(공동주택)는 7월, 단독주택은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과 관련해 서울시의 시범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여파로 시범사업을 한 차례 연기한 후, 이달부터 다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투명 페트병만 분리배출 및 수거가 되지 않아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다.

환경부는 2월 5일 투명(무색) 페트병을 별도로 모아 2022년까지 연 10만톤을 의류용 섬유 등에 쓰이는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해 향후 폐페트병의 수입을 제한하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서울시, 부산시, 천안시, 김해시, 제주시, 서귀포시 등 6개 지역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삼았다.

각 지자체는 이에 따라 2월 일제히 보도자료를 통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투명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성과 분석의 전 단계다.

여기에 환경부는 시범사업 대상 지역에 총 22억8000만원의 국비를 지원했다.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17억6000만원, 부산시는 6000만원, 천안시는 2억7000만원, 김해시는 1억1000만원, 제주시·서귀포시는 8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다른 시범사업 대상 지역보다 최대 29배 많은 국비를 지원받은 서울시의 시범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시범사업 기간 중 아파트는 ‘별도 전용 수거함’에 음료·생수용 투명 페트병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

단독주택과 상가의 경우 모든 재활용품을 혼합 배출하던 종전과 달리 매주 ‘목요일’에만 비닐과 투명 페트병을 각각 다른 봉투에 담아 내놔야 한다. 두 품목을 제외한 다른 재활용품은 목요일을 제외한 다른 요일에 따로 배출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4일 발표하면서 시범운영 기간에 요일제 미준수 시 수거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또한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기동반에 의한 추가 수거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실제 투명 페트병 배출 및 수거 현황을 취재한 결과, 서울시의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기존과 다른 점이 없었다.

투명 페트병만 분리 배출해야 하는 목요일인 17일.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쓰레기 배출 장소는 종전과 같이 각종 재활용 쓰레기가 혼합 배출돼 있었다. 해당 장소의 쓰레기 배출 요일은 ‘일·화·목’으로 원칙대로라면 이날에는 투명페트병과 비닐만 분리 배출해야 한다.

일주일 뒤인 21일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했다. 여전히 생수병과 같은 투명 페트병은 종이박스와 유색 페트병, 캔과 같은 다른 재활용품과 혼합된 채로 비닐이나 마대자루에 담겨 있었다. 

다음 날 22일 아침. 실제 요일제를 준수하지 않은 쓰레기들이 수거되는지를 확인해봤다. 해당 장소에는 어제 배출된 쓰레기는 이미 수거된 상태였으며 뒤늦게 주민들이 내놓은 다른 쓰레기들만이 남겨져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이태원 발(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대면 홍보 부족으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4일 시범사업을 강화하려 했지만 자치구와 통장단 등 주민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목요일에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도록 기준은 마련했으나 수거는 자치구와 대행업체 간의 민간위탁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구청장의 방침에 따라 시행된다”며 “사실상 코로나19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다른 시범사업 대상 지역(지자체)도 마찬가지겠지만 솔직히 코로나19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다음 달 말 정도까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다음 날 22일 아침. 전날 투명 페트병과 혼합된 재활용 쓰레기가 수거됐다. (김동수 기자) 2020.5.22/그린포스트코리아
다음 날 22일 아침. 전날 투명 페트병과 혼합된 재활용 쓰레기가 수거됐다. (김동수 기자) 2020.5.22/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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