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거리 지구-달 사이 16배...“굉장히 먼 거리”
한국천문연구원 “과학 소재로 선동하는 대표적 예”

대한민국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2A호가 26일 촬영한 지구. (기상청 제공)
22일 지구에 근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소행성이 지구와의 충돌 우려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지난해 대한민국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2A호가 촬영한 지구. (기상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22일 지구에 근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소행성이 지구와의 충돌 우려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보도한 해외 기사에 대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기사’라고 평가했다.

21일과 22일 양 이틀간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 관련 소식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항공우주국(NASA)가 거대 소행성이 오늘 오후 지구에 접근한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NASA에서는 관련 발표를 진행한 사실이 없었다. 영국의 한 매체가 소행성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내용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이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는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가 평소에도 자극적인 기사들을 종종 보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NASA에서는 그런 내용을 발표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문 박사는 연구원에서 태양계소천체 연구와 우주감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다.

문홍규 박사는 “우주에 근지구천체는 2만 1000개가 넘고 그 중에서 위협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하는 지구위협천체가 2천개 정도 되는데, 그 2천개 중에서도 해당 소행성의 경우 (지구와) 상당히 멀리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구 접근거리는 600만Km가 넘으며 이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대비 16배 정도”라고 덧붙였다.

크기가 직경 140m보다 크고, 지구 궤도와의 거리가 0.05천문단위보다 가까운 경우 지구를 위협하는 천체로 분류한다. 이 거리는 약 750만 Km로 지구와 달 거리의 19.5배다. 참고로 지난달 29일에도 소행성이 지구와 근접해 지나갔는데 당시 거리가 약 629만Km였다.

문홍규 박사는 “지구와 가까이 지나가는 행성 중에는 달과의 거리 안쪽으로 지나가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아주 작은 것들의 경우 정지궤도 위성 아래로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거나 지나가고 나서야 알게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 박사는 이어 “국제천문연맹 산하에 국제소행성센터라고 부르는 연구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관측한 소행성 데이터를 수집해 자동으로 관련 내용을 계산하고 관측 데이터를 제공한다.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시스템 충돌 확률 등을 자동 계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자료들이 모두 공개되어 있고 유럽우주국에서도 독립적으로 소행성 충돌 확률을 계산하는데, 일부 해외 언론에서 해당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조금 특이한 내용이 있다 싶으면 기사화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박사는 “과학적이어야 할 내용이 종종 오보로 잘못 알려지고 선동적인 기사로 사람들을 동요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소행성 충돌 관련 기사들이 바로 그런 예”라고 말했다.

외신의 첫 보도에는 1Km내외의 행성으로도 지진과 쓰나미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과학계에 따르면 이는 이번 행성이 지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행성이 지구와 정말로 충돌할 경우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개념의 일반적인 이론이다. 실제로 과거 공룡의 멸종이 운석 충돌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구와 행성의 충돌은 SF영화의 소재로도 종종 사용되는 등 사람들의 오랜 관심사 중 하나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처럼 전해지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