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 특집을 계획하게 됐다. 우리는 주변 환경, 자연으로부터 병을 얻기도 했지만, 그로부터 약을 얻게 됐고, 병을 고쳐냈다. 

하지만 우리 몸을 지키려 개발한 약이 오히려 자연을 병들게 하고 있다. 쓰고 남은 약을 무심코 버리는 행위가 물과 땅을 오염시켰고, 생태계를 교란했다. 병든 자연으로부터 우리는 다시 병을 얻게 되고,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약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약을 쓰고 버리는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약을 어떻게 얻어내는지, 약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약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약을 단순한 화학물질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약은 자연으로부터 왔다.

원시시대부터 사람들은 병을 고치기 위해, 고통을 줄이기 위해 주변의 수많은 것들을 접했고 약은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탄생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으로부터 얻은 천연 성분들을 그대로 의약품으로 사용했다. 이후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기화학이 급속도로 발달하게 되고, 약효 성분만을 추출해 인공적으로 대량 합성하는 시대를 맞았다.

이후 합성의약품인 아스피린, 호르몬제와 비타민제가 발명되며 의약품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약물은 무엇일까?

 

고통을 잊게 한 인류 최초의 약물 아편

양귀비로부터 인간은 아편을 얻게 됐다.
양귀비로부터 인간은 아편을 얻게 됐다. (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약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아편이다. 인류 최초의 진통제로 쓰인 아편은 몇 세기 전까지만 해도 질병과 고통에서 인류를 구원해주는 만병통치약으로 쓰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죽은 사람에 대한 슬픔을 잊기 위해 아편을 복용했다. 중세 스위스의 유명한 의사 파라켈수스는 아편을 '불멸의 돌'이라 찬양하며 우울증 환자와 궤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1800년대에 들어서는 설사와 이질, 콜레라 등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염병의 특효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렇게 신비의 명약으로 인식되던 아편. 사람들은 18~19세기에 접어들면서 아편을 남용했고, 중독되기 시작했다. 영국 등 제국주의 열강은 이 아편을 이용해 새로운 식민지를 건설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 아편은 범죄조직의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됐다. 현대에서는 마약 물질로 분류돼 규제와 단속의 대상이 됐다.

이처럼 인류에게 구원이 될 약을 인간은 오용하고, 남용하고, 심지어 범죄에 악용하기도 했다. 독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독이 된 탈리도마이드의 교훈

탈리도마이드 기형아 사례 (서울
탈리도마이드 기형아 사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환경보건센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탈리도마이드 역시 독이 된 사례다. 1957년 10월 독일의 제약회사 그뤼넨탈 사에서 개발된 콘테르간(contergan)이라는 이 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살 수 있는 수면 진통제로, 입덧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어 많은 임산부가 사용했다.

하지만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산모로부터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기형아가 태어났다. 이 아이들은 신체적 기형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낮았고, 살아남아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결국, 원인은 이 탈리도마이드 때문임이 밝혀졌다. 1961년 11월 독일에서 그리고 1962년 여름에야 일본에서 판매가 금지되기까지 거의 5년간 사용됐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만 8천 명, 전 세계 48개국에서 1만 2천여 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일명 콘테르간 스캔들(Contergan-Scandal)로 불리는 이 사건은 현대 의학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탈리도마이드는 동물실험 결과로만 보면 대단히 안전해 보였다. 임신한 동물에게 투여해도 새끼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탁월한 수면제였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임신부의 입덧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당시 개, 고양이, 쥐, 햄스터, 닭 등 동물실험에 사용되던 대부분의 동물은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 없었다.

심지어 쥐에게 체중 1kg당 5000mg을 먹여도 죽지 않을 정도였다. 소금과 비교했을 때, 소금의 치사량인 1600배를 투여해도 될 정도로 안전한 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모든 약물이 동물과 사람에게 거의 비슷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동물 실험에는 아무 문제 없더라도 인간에게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부작용 덕분에 약이 된 비아그라

비아그라
Viagra® 비아그라®정 (한국화이자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히려 부작용을 살려 약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비아그라도 처음부터 발기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은 아니었다. 원래 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협심증 치료에는 기존 약보다 효과가 없었고, 개발 중단 얘기가 나오면서 회사 측은 임상시험 참가자의 부작용 보고에 집중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부작용으로 발기촉진을 언급했고, 회사는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치료제를 개발하게 됐다.

이후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외에 고산병을 치료하는데도 비아그라가 쓰이고, 난임 여성에게 처방되기도 한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시차 부적응을 완화하는 데 비아그라가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심장병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 이 약을 먹은 후 약효가 증폭되면서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져 사망한 부작용도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이런 부작용이 과연 의약품의 문제인지, 환자의 오·남용 때문인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약의 역습, 약은 독이 아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약은 양날의 검이다. 약을 잘 쓰면 통증도 완화하고, 질병도 고치는 효과를 얻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되려 병을 얻기도 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 연재를 통해서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얻은 약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떻게 돌아올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질 2편에서는 남용, 오용되고 버려진 약들이 우리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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