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상이 된 언택트...코로나19가 던진 새로운 질문
[기자수첩] 일상이 된 언택트...코로나19가 던진 새로운 질문
  • 이한 기자
  • 승인 2020.05.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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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얼굴 대신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일이 부쩍 늘었다. 비대면 활동은 일시적인 경향일까, 아니면 앞으로 인류가 마주할 일상적인 모습일까. ‘온라인’으로의 대체는 어색한가 아니면 편리한가. 코로나19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이다. 

기자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에 걸쳐 약 보름여간 재택근무를 했다. 집에서 일하는 건 편리하면서 한편으로는 불편했고, 낯설지만 흥미롭고 때로는 어색했다. 말하자면, 한마디로 콕 짚어서 말하기가 참 어려웠다.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기자는 재택근무에 어울리는 직업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기사를 작성해 등록하는 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안방에서도 가능하다. 기사 내용에 대한 관계자 의견은 전화로 물어볼 수 있고 필요한 자료도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다. 이론상 하루 종일 집에 앉아서도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기사 소재는 컴퓨터 속에만 있는 게 아니고 세상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다고 말하지만, 때로는 정말 없는 것도 있다. 화면 속에서 많은 양의 자료를 빠르게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람 만나 얘기를 듣고 사건을 눈으로 보면서 전체적인 맥락과 배경을 파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발로 뛰지 않고, 귀를 열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묻지도 않고 그저 자료만 수집해 기사 쓰는 사람을 세상은 ‘기레기’라고 부른다. 기자는 기레기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람 만나는 게 예전 같지 않다.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부 완화 됐지만 과거와 같은 일상을 보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고등학교 3학년들이 등교를 시작했지만 인천과 안성지역 등에서 75개 학교가 첫날부터 등교를 중단하고 학생들을 귀가조치 시켰다. “코로나 좀 지나고 보자”는 얘기가 여전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하긴, 지금은 ‘관계’보다는 ‘개인위생’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다.

◇ 코로나19가 바꾼 일상과 업무 환경

그 동안 일하는 풍경이 많이 변했다. 우선 일주일이 멀다 하고 열리던 기자간담회가 자취를 감췄다. 방역당국 브리핑 등은 매일 이뤄졌지만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을 불러 모으는 행사는 대부분 취소 또는 연기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신차 출시행사는 유튜브로 중계됐고 20일 SK텔레콤 기자간담회도 온라인으로 열렸다. 최태원 SK 회장은 화상회의로 구성원들과 만났고 KT는 입시설명회를 비대면으로 열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유튜브로 투자세미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관장 간담회를 온라인 회의로 진행했다. 특허청은 중국 특허청과 코로나19 공동대응 관련 협의를 진행하면서 온라인으로 회의했다.

기자도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해봤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선 기자회견 장소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은 편리했다. 우선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어 시간 여유가 있었다. 예전의 기자회견장이라면 취재진이 모인 후에도 테이블이나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질문을 주고받기 위해 마이크를 전달하는 등의 자투리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간담회는 그런 과정들이 생략되므로 시간이 절약됐다. 다른 일을 처리하다 간담회에 접속해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바로 접속을 종료하면 되었다.

불편한 점도 있었다. 채팅창을 통해 질문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점, 신호가 불안정해 접속이 일부 끊기거나 기자 개인 유튜브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해당 계정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점 등은 어색했다. 평소 같으면 기자간담회가 끝나도 관계자와 따로 만나 추가로 얘기를 나눌 수 있지만 온라인 간담회는 행사가 종료됨과 동시에 접속이 끊기는 것도 아쉬웠다. 편리함과 아쉬움의 묘한 공존이었다.

◇ 당신은 ‘언택트’에 익숙합니까?

회의와 업무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면서, 그런 경향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비대면 활동이 낯설고 불편하게 여겨진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기자는 주위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에 관한 소감을 물어봤다. IT기업 한 관계자는 “출퇴근에 따르는 이동시간이 줄고 굳이 옷을 갖춰입지 않아도 되니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사무실에서도 협업이 필요한 사안은 어차피 메일이나 메신저로 소통하는데, 보안 관련 이슈만 없다면 한 공간에 모여서 일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쓸데없이 말을 걸거나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어 업무 능률도 높다”고 덧붙였다.

다른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콘텐츠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집중해서 일 해야 하는데 아이가 와서 보채고, 근무시간이라고 집안일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어 오히려 일과 일상의 관계가 무너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 구성원이 어떤지, 집에서의 평소 일상이 어떤지에 따라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와 효율성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맡은 일만 해내면 되는 직급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근태나 작업 결과물 등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인지에 따라서도 의견은 달라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비대면 활동과 영상 콘텐츠가 얼마나 익숙하느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 기자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하이텔과 천리안으로 온라인을 배웠고 비디오를 녹화해 ‘본방’ 대신 돌려본 경험이 있는 세대다. 싸이월드와 블로그를 거쳤고 ‘카톡’이 생긴 건 서른살을 넘겨서였다. 궁금한 게 있으면 구글이나 네이버를 검색한다. 온라인 회의에 접속하는 게 기술적으로는 전혀 어렵지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뭔가 어색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기자들은 다르다. 어려서부터 야후 꾸러기로 인터넷에 접속한 세대, 학교 다닐 때부터 단톡방과 오픈채팅에서 의견을 나누는 게 자연스럽던 세대다. 이들은 정보가 필요하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찾아본다. 텍스트보다는 ‘짤’이나 영상이, 전화나 메일보다 DM이 익숙하고 인기 스타의 V앱이나 인스타라이브 등을 제외하면 굳이 본방을 봐야 할 필요도 없다. 이런 세대라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터다. 비대면, 언택트 경향이 강화될수록 두 세대가 느끼는 편의성의 차이가 좁혀질 수도 있고 반대로 넓어질 수도 있다.

◇ 팬데믹이 우리에게 던진 새로운 질문

그런 경향이 익숙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언택트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트위터는 최근 직원이 원할 경우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우리는 직원들이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라고 느끼는 곳에서 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몇 주간 우리는 사람들이 사무실 밖에서 효과적으로 일을 해내는 것에 대해 배웠다"고 언급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올해 말까지 일부 직원에 대해 원격 근무를 허용할 방침이고, 애플은 오는 6월로 예정된 개발자회의를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 근무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시장조사업체들은 기업은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나 구내식당 운영비 등을 줄일 수 있고 직원 입장에서는 통근시간이나 교통비, 식사나 의류 구입비 등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머니투데이가 외신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는 원격근무를 시행할 경우 회사가 직원 1인당 연간 1만 1000달러를 줄일 수 있다. '플렉스잡스'에 따르면 원격 근로자는 연간 4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실 근처에 거주하기 위해 부동산 임대료가 비싼 곳에 거주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당수 직원이 원격으로 근무할 경우 혁신과 제품 개발을 가능케 하는 소통과 동료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원격으로 문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택근무도, 온라인 회의도, 비대면 행사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전이 그런 세상을 열 것이라는 예측이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뜻밖의 바이러스가 그런 경향을 앞당겼다. 일시적일 수 있지만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누군가는 그게 불편할 거고 반대로 누군가는 편리할 터다.

KT 구현모 대표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코로나 이후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교육, 재택근무 등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 혁신과 비대면 경향에 대해 “일시적인 사회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 될 것이며, 이 속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어쩌면 지금이 인류의 일상을 크게 바꾸는 시험대일 수도 있다. ‘온라인’은 당신의 삶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가. 오프라인 중심의 생활에서 일부 자투리 시간을 대체하는가? 아니면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대부분 거기서 얻을 수 있는가. 팬데믹이 우리에게 던진 새로운 질문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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