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쓰레기 ②] 버려진 것들의 역습...인류가 만든 쓰레기, 다시 인간 발목 잡는다
[줄여야 산다 #쓰레기 ②] 버려진 것들의 역습...인류가 만든 쓰레기, 다시 인간 발목 잡는다
  • 이한 기자
  • 승인 2020.05.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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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덮여가는 지구, 인간이 가면 쓰레기도 간다
인간이 버렸지만, 다시 인간에게 오는 재순환의 과정들
꼼꼼한 재사용도 좋지만, 버리는 양 줄이는 게 근본적인 숙제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두 번째 시리즈는 버려지는 것을 줄이고 위기의 지구를 구하는, 자원순환 선도기업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버려진 비닐봉투로 빙하의 모습을 표현한 내셔널지오그래픽(왼쪽)과 라민 바흐러니 감독이 환경을 테마로 만든 단편영화 '비닐 봉투' 포스터(오른쪽).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버 무비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진 비닐봉투로 빙하의 모습을 표현한 내셔널지오그래픽(왼쪽)과 라민 바흐러니 감독이 환경을 테마로 만든 단편영화 '비닐 봉투' 포스터(오른쪽).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버 무비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쓰레기책> 저자 이동학씨는 최근 기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말을 했다. “과거에는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리는 순간 내 곁을 떠나 어디론가 먼 곳으로 가고 그 과정에 어떻게든 잘 해결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기자는 70년대생 90년대 학번이다. 기자 세대 부모님들은 “쓰레기를 아무곳에나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 기자는 부모님 몰래 군것질을 하고 껍질을 아무데나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담아 집에 가져와서 칭찬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그 쓰레기는 거실 휴지통에 담겼고 부모님은 “쓰레기는 꼭 정해진 장소에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지금도 없다. 굳이 저 얘기를 꺼낸 이유는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리는 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동학씨가 지적한 것처럼, 쓰레기는 버리는 순간 내 손을 떠나 처리되는게 아니라 이제부터 긴 행보를 시작한다.

◇ 쓰레기로 덮여가는 지구, 인간이 가면 쓰레기도 간다

본지를 통해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이동학씨는 2년 동안 61개국 157개 도시를 여행하며 세계 곳곳의 쓰레기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전 세계 국가들이 사회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고 싶어서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고령화, 지속가능성, 세대간의 갈등 같은 문제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었다. 청소노동자의 처우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이슈들을 들여다 보면서 큰 틀에서의 쓰레기 순환구조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쓰레기 문제에 관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규모’였다. 그곳에는 전 세계에서 실려 온 쓰레기가 모여있었다. 중국으로 모이던 쓰레기가 갈 곳이 없어지면서 생긴 문제였다.

쓰레기를 가득 실은 배가 바다를 떠돌다가 어디선가 업자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컨테이너를 꽉 채운 쓰레기가 그 나라로 실려 들어왔다. 모인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강에 버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내륙지방에 쌓여있던 쓰레기가 태풍에 날려 바다로 날아가기도 했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물길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었다. 휴지통에 버린 쓰레기가 어딘가를 계속 방황하고 있다는 얘기다.

플라스틱을 예로 들어보자. 이동학씨는 히말라야 산맥과 아이슬란드 빙하, 하와이 해변, 아마존 강변, 세렝게티 초원에서 예외 없이 모두 버려진 플라스틱을 눈으로 목격했다. 이 씨는 책에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땅과 물에 관계없이 플라스틱이 존재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플라스틱은 산, 땅, 물을 거쳐 결국 바다에 이르게 되는데, 해양생물이 이를 먹고 결국 인간의 식탁에도 오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한 것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플라스틱이 인간 옆에 기생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인간보다 더 광범위하고 깊숙하게 지구에 침투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생각이요. 플라스틱은 좋은 소재고 편리한 재료지만 과하게 사용함으로서 인류가 역공을 당할 날이 언젠가 올 것 같아요”

그가 여행을 통해 느낀 불편한 진실 중 하나. 인간이 가는 모든 곳에는 쓰레기가 간다 (이동학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책>의 저자. 2년 동안 61개국 157개 도시를 여행하며 세계 곳곳의 쓰레기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이동학씨는 '인간이 가는 모든 곳에는 쓰레기가 간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동학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인간이 버렸지만, 다시 인간에게 오는 역설의 과정들

일회용 비닐봉투를 예로 들어보자. 얇지만 질겨서 잘 찢어지지 않고 물에 젖어도 방수 기능이 있어 가볍고 편리하지만 버려지면 문제다. 땅에 묻히면 토양 오염우려가 있고 소각하면 대기오염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다로 떠내려간 하얀 비닐봉투는 물 속에서 보면 마치 해파리처럼 보인다. 비닐봉투를 먹은 해양생물이 큰 고기의 먹이가 되고 고기는 다시 인간에게 잡혀 식탁에 오른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정해진 곳에 잘 버렸다고 해도 그 이후의 과정이 신경 쓰이는 이유다.

음식물쓰레기도 문제다. ‘잘 버리는 문제’에만 집중해서 보면,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배출하고 국물은 따로 잘 따라버려야 한다. 양념이나 염분이 포함된 국물 등은 토양으로 흘러들어가면 오염원이 될 수 있어서다.

환경에 관심이 덜한 사람들은 쓰레기를 정리해서 버리면 내 주변이 깨끗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려진 것들은 여전히 지구에 남아 동물과 식물, 그리고 결국 인간에게 다시 영향을 끼친다. 우주로 가져가 던져놓고 돌아오지 않는 한, 인류가 평생 풀어야 할 숙제다.

정해진 곳에 제대로 버린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아니다. 라면국물 한컵을 다시 깨끗하게 만들어서 물고기가 살 수 있게 만들려면 물이 500리터 필요하다. 우유 한팩을 버리면 깨끗이 정호하기 위해 물 7500리터가 있어야 한다. 어디에 어떻게 버리느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얼마나’ 버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 꼼꼼한 재사용도 좋지만, 버리는 양 줄이는 게 근본적인 숙제

일반 소비자들이 집에서 버리는 쓰레기 말고 기업이나 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또는 행사 등을 치루면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쓰레기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제도적인 움직임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달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쇄 공보물과 현수막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제기됐다. 선거 당일 제공된 일회용 비닐장갑에 대해서도 환경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우려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공보물과 현수막 등은 대체재가 있는데도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이 문제에 대해 “인쇄매체 홍보물을 가가호호 발송하는 것은 비용이나 환경 측면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종이 공보물과 플랜카드 사용 등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선관위가 꼼꼼히 따져보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김 이사장은 형형색색의 공보물에 대해 지적하면서 “인쇄물에 컬러가 많으면 처리 과정에서 색을 모두 빼기 위해 화학물질 등을 투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오염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환경부 등에서 현수막을 에코백으로 재활용하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으나 환경운동가들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도 ‘폐기물의 재사용이나 재활용에 정책 주안점을 두고 있지는 않으며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쓰레기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뒷받침 역시 필요하다. 자원순환구조 전체를 들여다보는 폭넓은 시선도 필수다. 3편에서는 수도권 매립장 관련 이슈를 포함해 자원순환 정책에 관한 조언들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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