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류 규제 개선 방안' 브리핑 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류 규제 개선 방안' 브리핑 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정부가 급성장하는 수입산 주류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산 주류의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해 제조, 유통, 판매 등 주류산업 전반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집으로 주류를 배달시켜 손쉽게 홈술·혼술을 즐길수 있도록 하고 , 주류업체는 다양한 맛의 술 제조와 출시, 홍보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매년 음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있는 상황에서 주류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19일 주류 제조, 유통, 판매 전 단계에 걸친 규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주류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과거 주류 행정의 기본 방향이 주세의 관리·징수에 있었다면 이제는 주류 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도 중시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주류 출고량이 국내산은 380만8000ℓ에서 343만6000ℓ로 연평균 2.5% 감소했다. 반면 수입산은 같은기간 20만7000ℓ에서 49만5000ℓ로 24.4%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2월 4차례에 걸쳐 국내 주류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이번 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우선 음식점의 생맥주 배달을 허용한데 이어 주류가격이 음식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한해 병·캔맥주와 소주 등의 배달이 허용된다.
소비자들이 소주·맥주를 구입할 때 슈퍼, 편의점, 주류백화점 등은 가정용, 대형마트에서는 대형매장용이라고 병 겉면에 부착했던 라벨을 ‘가정용’으로 통합한다. 주류업체가 재고 관리에 따른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전통주 및 소규모주류 제조장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서도 주세를 면제한다. 전통주 홍보관 등에서도 시음행사를 허용한다.
 
다른 제조업체의 제조시설을 이용한 주류의 위탁제조(OEM)도 허용한다. 제품의 안전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알코올 도수 변경 등 경미한 제조방법 변경·추가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맥주의 첨가재료에서 제외했던 질소가스 첨가를 허용해 소비자들의 주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주류 신제품 출시를 위한 승인 등의 소요 기간도 기존 30일에서 15일로 단축한다.
 
맥주·탁주에 대한 주류 가격신고 의무도 폐지한다. 현행 주류제조자는 주류 가격 변경 또는 신규 제조 주류 출고 시 해당 가격을 국세청장에게 신고해야 하는데 가격 신고제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한 만큼 실익이 낮다고 판단했다.
 
맥주·탁주의 용기에 표시된 종류, 상표명, 규격, 용량 등 납세증명표지를 간소화하고, 연간 출고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전통주에 대해서는 납세증명표지 첩부 의무를 면제한다. 주류판매기록부 작성 의무가 있는 대형매장의 면적기준도 유통산업발전법과 동일하게 3000m² 이상으로 완화키로 했다.
 
그동안은 무자료 주류 유통을 막기 위해 ‘주류 운반차량 검인 스티커’가 부착된 소유·임차차량 및 위임 물류업체 차량으로만 주류 운반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허가 받은물류업체 차량도 주류 운반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주류 규제개선을 위해 규제적 성격이 강한 주류 행정 관련 규정을 주세법에서 분리해 ‘주류 면허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주류 관련 18개 국세청 고시 중 사업자의 영업활동, 진입 등을 규제하는 고시사항을 중심으로 상향 입법 등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주류 규제개선 방안은 올해 정기국회 입법을 추진하고 시행령 등 하위법령도 연내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최근 국내 주류산업의 어려움이 술 소비패턴의 변화가 원인임에도 기재부와 국세청이 주류업체의 의견만을 수용해 규제 완화를 결정한 것은 고위험 음주를 방관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의 ‘2018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총 4910명으로 전년대비 101명 증가했다. 하루 평균 13.5명이 술로 숨진 셈이다.
 
임재현 실장은 “주류 규제개선을 통해 제조·유통업자의 비용이 낮춰져 이익이 늘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제공돼 사회후생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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