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영 비전 2030, 전사적 친환경 경영 추진
친환경 제품 라인업 탄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중
탄소섬유, 액화수소 등 신성장 동력 꾸준히 강화
조현준 회장, “수소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역할 할 것”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와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돕니다. 세계 곳곳의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고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기업들은 줄줄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또 한 번의 시련입니다.

대한민국은 이 위기에서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코로나 최일선에서 밤낮으로 바이러스와 싸운 의료진의 노력이 빛을 본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위기에 굽히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또 다른 영웅들이 있습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시장을 이끌만한 여러 기술과 앞선 제품이 있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선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선배가 지금은 없지만, 그들 못잖은 후배 기업인들이 앞선 세대가 일군 땅에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떨어진 ‘기운’을 확실하게 ‘업’시켜 줄 경제 주역들, 국내 대표 기업과 CEO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연재합니다. 여덟 번째 순서는 그린경영 비전 2030을 통해 친환경 경영에 힘쓰고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에너지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 효성입니다. [편집자 주]

효성 조현준 회장은 최근 '수소 리더십'으로 주목 받았다. 사진은 효성 조현준 회장(왼쪽)과 린데코리아 성백석 회장(오른쪽)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 등 상호 협력을 위한 MOU 를 체결하는 모습 (효성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효성 조현준 회장은 최근 '수소 리더십'으로 주목 받았다. 사진은 효성 조현준 회장(왼쪽)과 린데코리아 성백석 회장(오른쪽)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 등 상호 협력을 위한 MOU 를 체결하는 모습 (효성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효성은 섬유·무역과 화학, 중공업·건설, 산업자재, 정보통신 분야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이다. 최근에는 그린경영, 나눔경영, 윤리경영 등을 세 가지 축으로 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이슈를 먼저 보자. 효성은 조현준 회장 주도로 지난해 대규모 탄소섬유 투자를 진행한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수소경제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의지다.

효성은 지난 4월 28일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MOU를 체결했다. 2022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양사는 효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울산 용연공장 내 부지 약 30,000여㎡(1만여 평 규모)에 액화수소 공장을 신설한다. 연산 1만 3,000톤 규모(승용차 10만대 사용 가능 물량)로 단일설비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이를 위해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분기에 공장 착공에 돌입해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신설 공장에서는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 수소에 린데의 수소 액화 기술과 설비를 적용해 액화 수소를 생산한다. 생산된 액화수소는 차량용을 포함해 드론, 선박, 지게차 등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쓸 수 있어 연관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공장 완공시점에 맞춰 액화수소 충전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액화수소 공급을 위해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 12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수소 공급을 위한 협력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린데그룹은 미국과 유럽에서 30년 전부터 액화수소를 생산해 사용해 오고 있고 최근 모빌리티 분야에서 액화수소 충전소를 비롯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효성 그룹은 관련 사업에서 이미 경험을 쌓았다. 효성중공업이 지난 2000년부터 CNG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했으며 2008년부터는 수소 충전소 보급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전국 15곳에 수소충전소를 건립하는 등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조현준 회장,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역할 할 것”

조현준 회장은 이날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효성이 추진하는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이번 투자가 향후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MOU가 효성이 모빌리티 부문의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을 견인하는 확고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월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을 발표하면서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수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이를 통해 수소 경제 선도 국가로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효성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 탄소섬유공장에서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탄소섬유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탄소섬유 투자협약식에서 조현준 회장은 전북 전주에 2028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만 4,000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며 수소경제와 탄소섬유가 그 해답 중 하나”라고 말하면서 “효성의 담대한 도전과 과감한 실행을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탄소섬유는 수소차의 연료탱크를 제조하는 핵심 소재다.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1 수준으로 ‘꿈의 첨단소재’라고 불린다. 효성은 지난 2011년 국내 기업 최초로 자체 기술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수소 연료탱크용 탄소섬유 개발 및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지난 2018년 건립한 울산 북구 경동 수소 충전소 (효성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효성중공업이 지난 2018년 건립한 울산 북구 경동 수소 충전소 (효성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액화 수소, 저장 및 운송 용이…충전소 운영효율도 대폭 개선

국내 시장은 그 동안 기체 상태의 수소만 사용했기 때문에 저장 및 운송에 비용이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효성그룹에 따르면, 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액체화된다. 액화 수소는 기체 수소에 비해 부피를 800분의1로 줄일 수 있어 저장 및 운송이 쉽다. 기체 수소는 탱크로리 1개에 250kg를 운송하는데 액화수소는 그 14배 규모인 3,500kg까지 운송할 수 있다. 또한 고압 기체 수소에 비해 액화수소는 저압 상태여서 안전하다.

충전소 운영 효율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체 충전시 승용차 1대(5kg 기준)를 충전하는 데 12분이 걸린다. 액화수소 충전이 도입되면 충전속도가 3분으로 4배 빨라진다. 고용량 수소 연료가 필요한 대형차(25kg) 등의 충전시간도 대폭 줄어 수소버스나 트럭 등 대형 수소 자동차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장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효성은 “액화 수소는 저장용기 부피를 줄일 수 있어 기체수소 충전소의 30% 수준의 부지에도 충전소 건립이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도심지역 설치가 쉬워져 수소차 이용자들의 접근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효성의 액화수소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 그린경영 비전 2030, 전사적 친환경 경영 추진

조현준 효성 회장은 최근 “효성은 그린경영 비전 2030을 기반으로 전사적 친환경 경영을 추진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효성은 재활용 저탄소 소재 사업을 포함해 전 사업부문에서 친환경 제품 확대 및 시장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주사 전환 후 처음으로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효성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외형적인 성과와 변화뿐만 아니라 친환경 제품과 기술개발, 협력사와 상생경영,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경영 등 지속가능경영 전반에 걸친 성과와 목표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그룹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그린경영’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기업의 환경영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환경 분야에 대한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효성은 그린경영 비전 2030을 근간으로 전사적인 친환경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효성은 기후 변화 대응 선도, 그린경영기반 조성, 녹색기업 이미지 구축, 녹색 사업 수행 강화, 녹색구매 확산과 친환경성장동력을 세부 미션으로 지정했다. 사업장에서 임직원을 포함한 협력사 직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안전의식 개선과 안전문화 확산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린경영 비전 2030에 의하면, 효성은 환경부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 계획’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20.5%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효성은 해당 비전 실현을 위해 그린경영팀을 조직하여 체계적인 업무 수행과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각 사업회사별 그린경영 담당자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사업 관리, 화학물질 규제 대응, 외부 그린경영 관련 커뮤니케이션 등 그린경영 업무 전반에 걸쳐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전 사업장은 환경 안전 전담팀을 지정하여 사업장 에너지 사용량 관리활동에서부터 사업장 환경영향 저감,소방 및 작업장 안전 그리고 보건 증진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효성티앤씨 재활용 원사,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효성중공업 수소 충전시스템 등 친환경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으로서 환경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이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소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효성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효성그룹이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소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효성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친환경 제품 라인업

효성은 친환경 제품 라인업이 탄탄하다. 이들은 자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친환경 관련 제품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은 국내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의 유용성분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100% 리사이클 소재로 생산되는 리젠은 쓰레기 매립량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효성티앤씨는 버려지는 석유화학제품을 재활용한 나일론 원사 ‘마이판 리젠‘을 통해 석유화학 원료의 소비를 절감해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효성측은 “마이판 리젠은 소비자가 사용하기 전의 폐기물을 활용하고 있음에도 기존 나이론 제품의 품질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효성첨단소재가 국내 최초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탄소섬유 탄섬은 철보다 4배 더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초경량 고강도의 특성을 기반으로 자동차 경량화의 핵심소재로 사용된다. 차량 경량화에 따른 연비향상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소재다. 안정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천연가스 고압 용기에도 사용되어 천연가스 시장 발전에 기여한다.

효성중공업은 2008년 700bar 수소차 충전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 개발해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 납품한 이후, 울산, 한국도로공사 및 현대모비스 등 20여 곳에 추가 납품하여 수소차 충전시스템을 운영 및 건설 중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말 발표된 정부의 수소차 및 수소충전인프라 보급 로드맵에 따라 수소차 충전시스템 사업에 국제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울러 지난 2019년부터는 바이오가스(메탄)로부터 생산된 수소를 차량에 주입하는 수소융복합충전소 기술 개발 및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효성티앤씨가 플리츠마마와 협업해 삼다수병 16개로 만든 친환경 가방 제품 사진 (효성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효성티앤씨가 플리츠마마와 협업해 삼다수병 16개로 만든 친환경 가방 제품 사진 (효성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친환경 관련 신성장 동력 꾸준히 강화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친환경 관련 최근 사례도 있다. 효성티앤씨 친환경 섬유 브랜드인 리젠은 최근 환경부, 제주도개발공사 등과 손잡고 페트병을 활용한 친환경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섰다. 제주지역의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수거하면 리사이클 섬유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효성티앤씨가 페트병을 재활용한 칩을 이용해 리사이클 섬유를 만든다. 섬유 이름은 ‘리젠제주’다. 친환경 가방 제조 스타트업 플리츠마마가 이 섬유로 최종 제품을 제작한다. 제품은 오는 6월 5일 첫 출시 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수거되는 페트병은 색이 있거나 이물질이 묻어있는 경우가 많아 의류 소재로 재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의료용 섬유는 고순도로 길게 뽑아야 하기 때문에 원재료인 재활용PET 칩에 불순물이 섞여 있으면 의류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로 의류용으로 쓰이는 재활용(PET) 원료는 리사이클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된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왔다.

효성티앤씨와 환경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재활용 플라스틱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전국적으로 페트병 등 재활용품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보유 중인 원천 기술 등을 바탕으로 기술 기반 사업을 강화하고 탄소섬유와 액화수소 등 신성장 동력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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