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K-바이오 시대 ⑤] 제약업계 신화 쓴 셀트리온 서정진, 다음은 원격진료?
[이제는 K-바이오 시대 ⑤] 제약업계 신화 쓴 셀트리온 서정진, 다음은 원격진료?
  • 이민선 기자
  • 승인 2020.05.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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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인공지능(AI)을 통한 원격진료 스타트업’ 도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6일 인천광역시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전 2030'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뉴스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6일 인천광역시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전 2030'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뉴스핌)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셀트리온은 10년 전 초기자금 5천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어느덧 세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을 석권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앞으로도 한국경제 활력의 보람이자 희망이 되고 싶다. 바이오는 이제 반도체와 맞먹을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어 많은 스타트업들이 희망을 품을 것이다.”

20년 남짓한 시간에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키운 서정진 회장이 한 말이다. 그는 작은 벤처기업에서 시작한 셀트리온을 굴지의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내며 최단 시간 내 바이오 재벌로 등극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선정한 전 세계 억만장자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다음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재력가로도 무서운 저력을 보인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업 초반에는 사기꾼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당시 매출 100억원도 안되는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때를 반증이라도 하듯 셀트리온은 주식시장 상장 13년 만에 코스피로 옮겨가며 현재 시가총액 6위로 올라섰다. 이제는 셀트리온을 단순한 제약사가 아닌 의약품 개발과 생산, 유통, 판매 모두를 직접 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바이오제약회사로 자리 잡을 준비를 하는 서정진 회장. 그의 성공 신화에 대해 알아보겠다.

 

샐러리맨에서 바이오 업계 리더로 거듭난 서정진

 
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정진 회장은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하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대우자동차의 컨설팅을 맡았다. 당시 김우중 전 회장의 눈에 들어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을 맡으며 30대 최연소 임원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됐고, 직장을 잃었다. 이후 바이오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 그는 대우자동차 출신 동료와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창업하고 합병을 거듭하면서 2002년 셀트리온을 세웠다.

설립 초기에는 대형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데 그쳤다. 창업 이후 자금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미국 바이오기업 벡스젠과 KT&G로부터 투자를 끌어내고 사채까지 써가며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인플릭시맙 성분 피하주사 제형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램시마SC’는 세계 70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해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서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한 글로벌시장 직접 판매 유통망을 구축해 램시마SC를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 독일을 시작으로 영국, 네덜란드 등 주요 시장에서 램시마SC를 순차 출시해 2020년 연말까지 유럽 전역으로 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램시마SC, 바이오시밀러 역사의 한 획을 긋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SC (셀트리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 (셀트리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램시마SC’ 역시 서정진 회장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그의 집념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관련 전공이 아닌 그는 이 시장에 뛰어들기 전 수백 권의 의학 서적을 독파했고, 40여 개국의 바이오 선진국에 직접 다니며 치열하게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

지난 2015년 유럽 판매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서 회장은 현지 의료진들 사이에서 인플릭시맙 성분 의약품에 대한 피하주사(SC) 제품의 니즈가 크다는 것을 파악하고 사내 연구진에게 직접 개발을 제안했다.

개발 과정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링거로 2시간 동안 맞던 약물을 집에서 2분 만에 자가주사해 똑같은 효능과 안전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신약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램시마SC의 오리지널의약품인 레미케이드(성분 인플릭시맙)를 개발한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조차 SC 제형 주사제 개발에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제품 개발을 거의 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성현 셀트리온 임상기획담당은 지난 2월 열린 유럽크론병대장염학회 연례학술대회(ECCO 2020)에서 ‘램시마SC’ 경쟁약물을 개발 중인 회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아는 바로는 없다. 셀트리온도 회장님이 아이디어를 내신 덕분에 임상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정맥주사 형태의 램시마를 피하주사제로 바꾸는 데 성공한 셀트리온은 EMA로부터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개념인 바이오베터 승인까지 받아냈다. 램시마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70여 개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 램시마SC 승인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선도기업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글로벌 신약개발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램시마SC는 바이오베터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1차 치료제인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이른바 ‘프라임 시밀러’ 전략 구사가 가능해진 램시마SC는 향후 셀트리온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은퇴 앞둔 서정진...셀트리온의 미래는?

셀트리온 제1공장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생산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셀트리온 제1공장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생산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정진 회장은 2020년 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셀트리온그룹을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그는 은퇴하는 2020년 말까지 셀트리온을 개발과 생산, 유통, 판매를 모두 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바이오제약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다졌다.

서 회장이 이와 함께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는 ‘자체 기술력 확보’, 2단계는 ‘의약품 개발역량 확보와 제품 라인업’이다. 3단계는 ‘상업화와 글로벌 임상 진행’, 4단계는 ‘생산기지 다원화’, 5단계는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이다.

그가 은퇴 전 마지막 과제로 두고 있는 직접판매망 구축으로 셀트리온은 마케팅 업체들이 공유하던 이익을 흡수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의 향후 실적은 램시마의 뒤를 이은 바이오시밀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기존 램시마보다 약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램시마SC가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될 경우 원가율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비선진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잇다. 이를 위해 고가 바이오의약품 외에 저가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내놨다.

지난해 7월 셀트리온은 홍콩계 다국적 기업인 난펑그룹과 손잡고 합작회사(JV)인 ‘Vcell헬스케어(브이셀헬스케어)’를 설립하고 중국을 첫 목표로 삼았다.

브이셀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3가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중국 내 개발, 제조, 판권을 보유한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의약품 허가 절차에 따라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바이오시밀러 외 케미컬의약품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며 중장기 성장동력을 만들고, 사업 구도 또한 다각화할 전망이다. 

현재 엔터테인먼트사업과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가운데 앞으로는 의료기기 사업과 인공지능(AI) 원격진료, 간호사 파견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은퇴 후 셀트리온 회사 자금이나 직원을 활용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와 같은 고령화 추세로 보면 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정말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를 돌파할 방법은 인공지능(AI)을 통한 원격진료”라고 밝혔다.

‘예순다섯이면 아직 일할 수 있는 젊은 나이’라는 서정진 회장. 제약업계의 성공 신화를 이룩한 그가 퇴임 이후 인생 2막으로 준비하고 있는 원격진료 스타트업. 그의 행보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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