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소성로 내부온도 2000도...폐기물 완전 분해·연소”
유해물질 우려 시선에서 벗어나 쓰레기 문제 해결 힌트 될까?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번 전시에 ‘자원순환센터’를 열고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 성과 등을 홍보했다. (송철호 기자) 2019.8.28/그린포스트코리아
폐자원을 활용해 만드는 시멘트가 ‘쓰레기 대란’을 막을 환경적 대안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해 8월 한 전시에서 한국 시멘트협회가 순환자원 재활용 성과 등을 홍보하는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폐기물이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두고 건축자재로 사용될 경우 유해물질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쓰레기 대란’을 막을 환경적 대안이라는 반론도 함께 제기된다.

코로나19 여파로 페트(PET) 재생원료 적체가 심해지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페트 재생원료 1만톤을 선매입해 공공비축하고 자동차 제조업체, 의류업체 등과 재활용 업계 간 양해각서 추진 등을 통해 재생원료 사용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시멘트 회사들이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공장이 위치한 지자체의 쓰레기 감축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폐플라스틱이나 폐합성수지, 하수 찌꺼기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서다.

올해 2월, 소비자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는 “각종 폐기물이 투입된 시멘트가 주택 건설에 많이 사용되고 있어 인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폐기물을 사용해 생산한 시멘트는 댐, 터널, 도로포장 및 교량 공사 등의 사용으로 제한하고, 주택용은 폐기물을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시멘트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본지에서도 지난 2월 12일자 기사를 통해 해당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 “시멘트 소성로 내부온도 2000도...폐기물 완전 분해·연소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멘트 회사들이 쓰레기 대란 위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한다. 유해물질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시멘트 소성로의 내부온도가 최대 2000도에 달해 900도에 불과한 소각로와 달리 폐기물의 완전 분해·연소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 2018년 5월 'EU 순환경제 패키지' 법을 승인하면서 시멘트 소성로를 활용한 순환자원 활성화를 적극 장려한 바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등에 따르면 유럽의 시멘트 소성로의 대체연료 사용 비율은 41% 독일은 65%에 달한다. 반면 국내 대체연료 사용률은 약 20%로 독일의 3분의1 수준이다.

최근 관련 사례가 늘고 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9월 강원도 삼척시 남양동 삼척매립장에서 ‘삼척시 가연성 생활폐기물 연료화 전처리시설 준공식’을 개최했다. 삼표시멘트는 이 시설을 통해 선별된 폐비닐 등 가연성 생활폐기물을 재활용해 시멘트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수입 유연탄을 대체한다.

이 시설은 삼척시와 삼표시멘트가 체결한 ‘폐기물 자원순환 실현을 위한 상생협력’을 통해 건립됐다. 하루 70톤 처리 규모로 삼표시멘트는 해당 시설을 통해 삼척시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을 연간 1만 8000톤 무상 처리한다. 이에 따라 삼척시는 쓰레기 소각·매립비용을 일부 절감했다.

준공식 당시 삼표시멘트 문종구 사장은 “유럽의 사례를 교훈 삼아 순환자원 재활용을 확대하고, 정부 정책에 부응해 자원순환사회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양호 삼척시장는 “이 시설이 보다 안정적이고 위생적인 생활폐기물 처리로 시민 삶의 질을 높여주고 삼척의 행복한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삼척시의회에서는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 생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 상생의 우수사례”라고 평가했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시멘트 소성로 내부온도는 최대 2000도씨에 달해 900도씨에 불과한 소각로와 달리 폐기물의 완전 분해·연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소성로를 활용해 다양한 가연성 폐기물을 유연탄 대체제로 사용할 수 있어 자원 순환이용, 유연탄 사용 절감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 폐기물 재활용한 시멘트, 정말로 안전할까?

폐기물을 재활용한 시멘트는 과연 안전할까. SBS가 지난 2월 보도한 ‘당신이 모르는 시멘트 이야기’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기업들이 2018년 재활용한 순환자원은 700만톤을 넘었다 폐타이어를 처음 순환자원으로 활용한 1997년 이후 22년만이다. 이 수치는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사용량과 비교하면 5년만에 46% 증가한 결과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방송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온 조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오염물질은 고온에서 충분히 파괴 혹은 분해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시멘트 물질의 특성상 잔류하는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도 시멘트에 흡착되어 유해물질이 환경에 유출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언급했다.

방송에서는 연세대 환경공학부 조승연 교수 발언도 소개됐다. 조 교수는 “우라늄과 라듐 세슘 등 여러 가지 방사능을 분석했더니 방출량 평균값이 권고기준보다 크게 낮다”고 전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를 인용해 시멘트의 중금속 함량이 어린이 놀이터 모래의 5분의1 규모라는 내용도 소개됐다. 해당 방송 영상은 한국시멘트협회 공지사항 게시판에도 링크되어 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충북 제천시는 쓰레기매립장에 쌓인 연탄재 관련 5억~6억원의 비용을 절감한다. 아세아시멘트가 한 해 연탄재 5000t가량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연탄재는 시멘트 원료인 점토 대체재로 재활용. 한일시멘트는 매년 충북 단양군의 하수 슬러지를 무상으로 처리한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슬러지 역시 점토의 대체재로 쓰인다.

유해물질 배출 관련 지적을 받았던 시멘트가 폐기물의 양을 줄임으로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점이 있는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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