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2G 조기종료 반려? “현재 심사 중”
번호통합 정책 둘러싼 여러 의견, 여전히 평행선

사람을 만나는 대신 집에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려니 여러 대의 정보통신 기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저 작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무슨 까닭일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텔레콤의 2G 조기종료 신청이 반려되었다고 전해졌다. 현재 해당 심사 등은 계속 진행 중이며 관련 내용을 둘러싼 입장들은 여전히 팽팽하다. .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SK텔레콤의 2G 조기종료 신청이 반려되었다고 전해졌다. 부결되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해당 심사는 현재 계속 진행 중이다. 관련 내용을 둘러싼 입장들은 여전히 팽팽하다.

‘SK텔레콤이 지난 1월 재신청한 2G 서비스 조기 종료 신청서가 반려돼 최근 다시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잔존 가입자 수 감소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로 신청서를 반려했으며, SK텔레콤은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2G서비스 종료는 01X번호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요구와 연결되어 있다. 다만, 정확하게 구분하면 별개의 문제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2G종료 시점에 01X 번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으나, 번호이동 문제는 2G 또는 5G 등의 통신망 관련 이슈가 아니라 010번호통합정책 관련 이슈여서다.

하나씩 살펴보자. SK텔레콤은 신청서가 반려된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말을 아끼는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심사 중인 사안이고 심사를 기다리는 피심사자 입장에서 현재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신청 이후 자료를 보강하기도 하고 실사 과정을 거치는 등의 여러 절차가 있는데 현재 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가입자수가 더 내려가면 조기 종료 승인이 받아들여 진다는 맥락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전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만 설명하자면, 과기부에서는 이용자 보호 관련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고 통신사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종료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도, 혹시 나중에 종료가 이뤄지더라도 그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운영 기한은 해당 주파수 반납 기간인 2021년 6월까지다.

◇ 2G 종료와 01X번호...같은 듯 다른 문제

통신사에서 2G 서비스를 종료하면 011이나 017 등 기존 앞번호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은 해당 번호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2G종료와 01X번호 문제는 서로 다른 건이다.

과거의 앞번호를 사용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010번호통합 정책에 의해서다. 01X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기존 앞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4G 또는 5G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말한다. ‘2G서비스를 사용하겠다는 주장이 아니라 오래 써왔던 번호를 원하는 시점까지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카페에는 “2G는 계획대로 종료하고, 그 대신 내 번호는 그대로 사용하게 해달라”거나 “금정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번호를 원하는 시점까지 쓰게 해달라는 얘기다”라는 취지의 글이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통신사는 ‘01X 번호를 사용하고 싶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사업자로서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번호통합정책 주체는 정부이고, 기업으로서 소비자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야 하지만, 기업의 활동 역시 정해진 룰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다.

통신사측은 ‘2G 서비스를 오랫동안 진행해 온 결과 장비 노후화나 재고 확보 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01X번호 지속 사용을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통신요금을 꾸준히 지불해 온 소비자가 그 이유로 피해를 볼 이유는 없다’는 근거를 들어 반박하기도 한다. 다만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주장은 2G유지가 아니라 번호유지다.

◇ 번호통합 정책 둘러싼 여러 의견들

정부는 통신번호자원의 효율적 관리, 식별변호의 브랜드화 방지 등을 이유로 들어 번호통합정책을 추진해왔다. 현재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에 따르면 2G의 01X번호 이용자가 3G·LTE·5G서비스로 이동 시 010번호만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2월 01X 이용자들에게 한시적 번호이동을 허용하면서 “해당 서비스는 현재의 01X 번호를 향후 010 번호로 변경하는 것에 동의한 경우 이용이 가능하며, 동 서비스 이용 시 01X 번호는 2021년 6월 30일에 자동으로 010번호로 변경된다”는 단서를 달은 바 있다. 현재 해당내용을 담은 보도자료 등을 ‘010번호 통합정책’ 사이트를 통해 게재해 둔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번호통합정책은 16년 가량 추진 되어 온 정책으로 정책의 일관성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고, 한시적 번호이동은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2G서비스 종료 시점을 둘러싼 통신사와 정부의 의견, 01X번호를 두고 소비자와 정부, 그리고 해당 논의에 연결된 통신사의 입장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이 문제에 관한 논의와 논쟁들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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