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고백하자면, 환경경제신문 기자가 된지 이제 딱 100일째다. 경제 분야는 다뤄 본 경험이 있으나 환경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보도한지는 겨우 3개월여 남짓이라는 얘기다. 환경적인 눈으로만 보면 기자는 아직 병아리 수준이다.

다행스럽게도, 기자 경력이 짧은 건 아니다. 2001년부터 명함을 가지고 다녔으니 올해로 20년차다. 과거 오랫동안 몸 담았던 매체에서도 태양열 에너지 관련 내용을 취재하거나 해외 친환경 기업 사례를 취재하거나, 자전거가 얼마나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인지 등을 다룬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환경 관련 내용을 다룬 것은 커리어 전체와 비교하면 무척 짧다.

요즘 기자의 가장 큰 고민은 ‘환경경제신문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보도해야 독자들에게 잘 읽힐까’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많은데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궁금해하며 어떤 내용을 알려야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하루 대부분을 환경 또는 경제 분야 인사와 대화를 나누거나 자료를 찾아보고 책을 읽는다. 그런데 최근 읽은 글 중에 귀에 딱 꽂힌 문장이 하나 있다. 한겨레 기후변화팀 박기용 팀장이 쓴 ‘한국판 뉴딜에는 왜 그린이 빠져있을까’라는 컬럼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무척 중요하며 그린뉴딜의 방향성과 앞으로의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서 기자의 눈길을 확 끈 문장은 이거다.

“주변엔 기후변화팀의 임무를 ‘인류 절멸사의 초기 과정을 기록하는 일’이라 넋두리한다”

얼마 전, “인류는 지구의 수명을 갉아먹으면서 기생한다”는 컬럼을 잡지에서 읽은 적 있었다. 그때처럼 등골이 서늘했다. 기후변화 나아가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읽힌다. 기후가 변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온다는 뜻일 터다.

기사를 읽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말로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이상 기후가 계속돼 언젠가는 인류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멸망 위기에 처한 지구 대신 새로 정착할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쿠퍼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고 말한다. 인류는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 정답은 찾지 않아도 된다...모범답안이 있으니까

기후변화를 둘러싸고 두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으며 언젠가는 임계점에 다다를 것이라는 시선, 그리고 또 하나는 결국 인류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선이다.

기후 관련 위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모두 동의하는 전제가 하나 있다. 이 변화를 일으킨 것도 인류고 심각한 상태로 끌고가고 있는 것도 인류이며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것도 인류라는 사실이다.

다시 환경경제신문 얘기로 돌아와 보자. 지금 우리를 둘러싼 이 환경에서, 매일 경제활동을 하며 사는 현재의 인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지점에서 기자는 누구와 만나고 무엇을 물어야 할까.

기자수첩 페이지를 통해 몇 번 공유한 바 있지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그동안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환경을 기본에 두고 성장을 도모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책을 펼칠 때,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 막는데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는 기후 변화가 낳은 팬데믹”이라며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같이 무너진다”고 언급했다.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도 환경에 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자신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힘쓰고 탄소배출이나 물 사용량을 줄이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앞선 세대 기업보다 환경 관련 인식은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 활동이 이미 충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우리 정부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지금의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새로 배울 필요는 없다는 거다. 다만 늘 듣고 생각했던 숙제들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답을 찾지 않아도 된다. 이미 많은 이들이 얘기했고 우리 머릿속에도 있으니까.

환경이라는 개념은 어렵지 않다. 대부문 이미 알고 있는 일, 주위로부터 늘 권유받았던 일들이다. 어려운 것은 실천이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환경경제신문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도 환경적이지 못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것부터 줄여야겠다. 그래야 기자가 쓰는 기사들이 인류 절멸사의 초기 과정으로 남지 않을테니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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