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대형마트에서 한 손님이 장을 보고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대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이 오히려 영세 사업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사업 특성과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편의점, 드러그스토어와 같은 가맹본부까지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대상에 포함해 영세 가맹점 사업자의 이익만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법으로 편의점주가 불이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사업의 특징은 사업본부가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대규모로 구입해 구매단가를 낮춘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는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 가맹점 사업자를 제조업자(납품업자)와 연결해주는 일종의 도매업자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가맹본부는 규제를 받는 소매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재고정리 등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에서 판촉행사를 벌일 경우 제조업자와 가맹본부(편의점 본사)·가맹점사업자(편의점주)는 5대 5로 판촉비를 부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가 제조업체와 대량구매를 통한 단가 협상이 어렵다 보니 정작 대규모유통업법이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하는 대신 제조업체만 보호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최영홍 고려대 교수는 "규제대상은 대규모 소매업자가 돼야 함에도 도매업자에 해당하는 가맹본부를 규제대상으로 포섭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2012년 1월 시행된 뒤 수차례 개정을 거쳤다. 시행 이후 대규모 유통업체들의 불공정거래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법 적용 범위가 넓고 사실상 온라인에서 입점 사업자들을 관리하는 오픈마켓 사업자들에게는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라면, 음료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한 사업자가 편의점 가맹본부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제조업자의 요구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맹점사업자에게도 납품단가 상승이라는 불이익이 가중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등은 제외해야 영세 가맹점사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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