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신청 화면을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당국 권고 따른 것"

재난지원금
정부가 11일부터 카드사를 통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원금 조회를 위한 안내화면. (긴급재난지원금 홈페이지 갈무리)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박은경 기자] 재난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실수로 기부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신청 과정은 간단하고 편리한데, 기부 여부를 선택하는 과정이 자칫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카드사들은 “당초 재난지원금 신청화면과 기부금 신청화면을 분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행정안전부의 권고사항에 따른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2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실수로 기부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일종의 '넛지(nudge, 팔꿈치로 찌르기·간접적 유도의 의미)' 효과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이날 오전 부모님의 재난지원금 신청을 돕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신청 과정에서 기부금 여부를 선택하는 메뉴가 있는데 기부금을 선택하는 쪽 메뉴에 진한 색이 칠해져있어 얼핏 보면 해당 메뉴를 눌러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신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실수로 기부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관련 글이 다수 게재됐다. 약관에 동의하는 과정에서 전체 동의를 선택하면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메뉴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이다. 

전날 오후에 국내 한 카드사 앱을 통해 신청했다는 한 소비자는 “약관 동의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습관적으로 전체동의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뉴 구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 작동에 서툰 고령층의 경우 이 같은 신청 절차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다른 소비자 제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주민센터에는 실수로 기부금을 신청한 고령층 방문이 이어졌으나 “소비자들이 각각 꼼꼼하게 체크를 해야 한다고만 강조했다”며 카드사랑 얘기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정해진 기간 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전액 자동 기부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부를 염두에 둔 사람은 애초에 신청을 하지 않을 확률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 메뉴가 재난지원금 신청 화면과 함께 디자인된 이유는 뭘까.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초 카드사는 재난지원금 신청 화면과 기부금 신청 화면을 별도로 만들 것을 구상했지만 화면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정부 권고사항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카드사가 정부 권고사항을 묵인하기는 힘든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행정안전부와 카드업계는 화면을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행안부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추후 행안부 입장을 확인해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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