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억원 가량 R&D 투자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에 역량 집중

산업을 이끄는 여러 업종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특색을 가지고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 어디 있겠냐만, 그 중에서도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글로벌 공룡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K-POP이 문화컨텐츠를 주도하고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서 남다른 점유율을 보이는 요즘, 또 다른 ‘한류'를 꿈꾸며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다. 이들은 ‘보건안보 산업’이라는 기존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국가경제를 책임질 미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K-바이오 시대다. 해당 산업을 이끄는 국내 기업의 역사와 최근 동향, 그리고 미래 전망과 리더십을 심층 취재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1978년 당시 우루사 광고 (대웅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978년 우루사 광고 포스터 (대웅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CM송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루사. 피로해소제 ‘우루사’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로 수출되며 세계인의 간 건강을 지켜온 우리나라 장수 의약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우루사는 대웅제약의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이 간 질환이 많은 우리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개발하기 시작했다. 웅담 성분을 담은 간장약인 우루사는 처음에는 혀에 살짝 닿기만 해도 약의 쓴맛이 전해지고 목에도 자주 걸리는 등 단점이 부각돼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윤 명예회장과 연구진의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1974년 UDCA와 비타민 B1, B2를 액체 상태로 만들어 젤라틴 막으로 감싼 연질캡슐의 형태의 우루사를 선보인다. 이어 1977년 국내 최초로 연질캡슐 자동화에 성공하면서 목 넘김이 편해지고, 기존에 느껴졌던 쓴맛도 사라진 우루사 연질캡슐을 발매한다.

이후 우루사는 간 기능 개선 및 피로 해소 효과를 널리 알리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속적인 임상 연구를 통해 적응증을 확장하며 다양한 환자의 니즈를 충족시킨 결과다.

우루사의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합친 국내 매출은 약 882억원으로 지난 2018년 795억원 대비 약 11% 성장했다. 2017년 720억원의 국내 매출을 달성해 역대 최초로 7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연간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 매출 9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루사 300mg가 세계 최초로 '위절제술을 시행한 위암 환자의 담석 예방'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했다. 여기에 대웅제약의 차별화된 4단계 마케팅 전략과 우수한 영업력이 더해진 것이 우루사의 지속 성장 비법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어야 영속적인 발전 가능해’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 (대웅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 (대웅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루사를 개발한 윤영환 명예회장은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1966년 대웅제약의 전신인 대한비타민산업을 인수한다.

윤 명예회장은 1973년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1974년 우루사 발매와 동시에 대웅제약은 매출 1억원을 달성하게 된다. 1978년에는 사명을 지금의 대웅제약으로 바꿨다.

이때부터 히트 의약품을 잇달아 개발하면서 제약업계의 기틀을 다져온 그는 1982년 제약업계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한국능률협회 경영실적 분석 제약부문 1위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윤 명예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대웅재단, 석천나눔재단을 설립한다. 1984년 설립한 대웅재단은 글로벌 인재육성과 장학사업을 지속하고 있고, 2014년 설립한 석천나눔재단은 연구지원사업, 인재육성, 스타트업 지원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윤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어야 영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며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공익재단에 나눠 기부한다. 당시 기준으로 664억원 어치로 윤 명예회장은 “임직원은 대웅제약을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발전 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재단에 대한 그의 주식 기부를 소유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이라는 우호적 분위기 형성과 증여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재단의 영향력을 높여 후계 구도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40대 젊은 피...기업문화 개선과 글로벌 시장 진출 이끌어

대웅제약 전승호 사장 이력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대웅제약 전승호 사장 이력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대웅제약은 이러한 창업주의 행적과는 달리 윤 명예회장의 삼남인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잡음이 있었다. 이에 대웅제약은 2018년 윤 전 대웅제약 회장의 사임을 계기로 ‘직원들이 주인이 되는 회사’로 환골탈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대웅제약의 대표이사를 맡은 전승호 사장은 취임 당시 40대의 젊은 전문경영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수평적 조직문화, 자율적 업무 중시, 책임경영 등을 키워드로 기업문화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승호 사장은 대웅제약 글로벌전략팀장과 글로벌TF팀장 등을 거치며 글로벌 사업본부를 총괄한 바 있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과 주요 전략 제품군의 수출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것에 맞게 취임 이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과 그 기반이 되는 R&D 경쟁력 강화에 특히 힘을 쏟았다. 지난해 대웅제약은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임상 진행 건수가 창립 이래 최고치를 달했다.

전승호 사장은 “올해는 40조원에 육박하는 전 세계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의 시장진출을 위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펙수프라잔’을 필두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블록버스터가 되도록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에 맞게 대웅제약은 올해는 전략적 오픈 콜라보레이션으로 신약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갈고 닦았던 신약개발 성과를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해 매출 사상 첫 ‘1조원’ 돌파...1분기 저조하나 하반기 상승세 예상

대웅제약 영업실적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대웅제약 영업실적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대웅제약은 지난해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주요 선진시장 진입 등 사업별 실적 증대로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지난해 매출 사상 첫 1조 원을 돌파했다.

대웅제약이 발표한 지난해 경영 실적(별도기준)에 따르면 매출액은 1조 52억 원, 영업이익은 31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5%, 2.2% 증가한 수치다.

회사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분야의 고른 성장과 ‘나보타’의 미국 수출 등이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나보타는 미국에서의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전년 대비 125억 원에서 256.4% 성장한 445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Jeuveau) (대웅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Jeuveau) (대웅제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하지만 올 1분기에는 대형제약사 중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실적 상승과 달리, 나보타 균주 소송과 위궤양 치료제인 알비스 판매 중지가 겹치며 올해 1분기 실적이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한 2284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87.7% 줄어든 13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12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구완성 NH증권 연구원은 “알비스 판매금지를 상쇄할 것으로 기대했던 넥시움(위식도역류질환)과 가스모틴(속쓰림)이 코로나 19로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부진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수인 나보타(보톡스), 우루사(간 기능) 매출 감소도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보타 균주 출처 관련 소송비용도 약 120억원이 반영됐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의 나보타 미국 ITC 소송은 6월 예비판결 결과 발표 전후로 소송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라며 “국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ETC 부문 성장률도 확진자 수 감소에 따라 하반기에 점진적인 상승세가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신약개발 성과 가시화...글로벌화에 한걸음

대웅제약 연구개발비 추이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대웅제약 연구개발비 추이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처럼 대웅제약은 1분기 최악의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선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진 신약 개발에 대한 성과가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매출액의 10% 이상을 매년 연구개발에 투입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018년에는 989억원, 지난해에는 997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1000억원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개발 속도를 높혀나갈 방침이다.

가장 빠른 성과를 보일 약물은 현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펙수프라잔이다. 펙수프라잔은 지난해 국내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으로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펙수프라잔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환자의 식도 점막 치료화가가 99%에 이른다. 대웅제약은 펙수프라잔을 최고의 위식역류진환치료제로 개발하기 연내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웅제약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SGLT2 억제제 후보약물은 기존 시판약물 대비 뛰어난 약효 및 약효지속시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이 약물이 개발되면 국내 제약사 최초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신약을 출시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대웅제약은 섬유증과 류마티스 관절염 등 희귀 난치병 분야에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섬유증의 원인으로 꼽히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신규 기전의 약물인 ‘DWN12088’을 발견해 개발 중이다. DWN12088는 연내 임상 1상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에서 임상2상에 착수, 오는 2026년 폐섬유증 치료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후보물질 ‘DWP212525’을 적용한 자가면역치료제는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다별성경화증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품목이다. DWP212525는 연내 전임상을 거쳐 내년에 글로벌 임상1상을 착수, 오는 2027년에는 천포창 등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치료제를 선보인다는 포부다. 

이와 함께 백혈구 티로신인산화효소(ITK)와 브로톤티로신키나아제(BT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후보물질 ‘DWP213388’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으로 연내 글로벌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대웅제약은 그동안 쌓아온 연구개발 역량으로 ‘넥스트 나보타’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며, “삶의 질 향상을 선도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서, 글로벌 50위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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