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국내 1호 보톡스인 '메디톡신'이 품목 허가 취소 위기에 처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최종 처분 결정 전 회사가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청문회만을 앞두고 있다.

메디톡신은 지난 2006년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최초의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470억원 규모다. 메디톡신(540억원)은 휴젤의 보툴렉스(610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두 제품이 독과점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로만 봐도 메디톡신은 4위라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메디톡스 전 직원이 메디톡스가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무허가 원액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생산했다고 제보했다. 검찰 수사 결과 메디톡스는 2012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총 83회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메디톡신을 제조한 것.

이 기간 생산된 메디톡신은 39만4274바이알(주사용 유리용기)에 이른다. 메디톡스 측은 해당 시점에 생산된 메디톡신은 이미 오래전에 소진돼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 당시 생산된 보톡스를 맞은 피해자들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은 효과와 관련된 원액의 기준 부적합에 관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약효가 떨어지거나 실제로 약효가 잘못된 제품을 사용한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게다가 이마저도 식약처가 알아차린 게 아니라면 우리는 대체 누굴 믿고 약을 쓸 수 있을까?

제약사의 시험성적서 조작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1년 전 인보사 사태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에도 식약처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 혐의가 밝혀졌다. 식약처는 인보사와 메디톡신 모두 허가 과정에서 허위 사항을 걸러내지 못했고, 시장 출시 후에도 불법 행위를 잡아내지 못했다.

식약처 역시 의약품 관리체계의 허점을 인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 관리체계의 취약점을 보완해 단계별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의약품 제조 품질(GMP) 관리 시 자료 조작의 가능성이 큰 항목(수기작성·사진 등)에 대해 데이터의 수정, 삭제, 추가 등 변경 이력을 추적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관리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식약처는 일정 횟수 이상 국가 출하승인 적합판정을 받는 등 위해도가 낮은 의약품에 대해선 시험 검사 없이 서류검토만으로 국가 출하승인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무작위 시험 검사로 서류조작을 필히 막아내겠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은 과거 제네릭(복제약)만 찍어내던 때와는 판이 달라졌다. 바이오의약품과 진단키트 등이 ‘K-바이오’라는 이름으로 해외 진출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만큼 안전과 관련해서는 여느 때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한 때다.

식약처는 제약 산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다뤄야 할 시기다. 잘하는 제약사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부분은 사전에 막아내고 엄단해야 한국 제약산업도 그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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