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매장 대신 온라인”...늘어나는 배송 관련 쓰레기
늘어나는 온라인 활동...굴뚝 산업 못잖은 데이터 에너지
‘인류는 대도시로 모인다’...오랜 공식에도 변화 생길까?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천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방탄소년단) 이름으로 57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890만건의 기사가 검색(4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네 번째 주제는 ICT기술 발달과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언택트 소비’입니다. [편집자 주]

KT가 코로나19로 침체된 전통시장 활성화에 앞장서고 비대면 소통에 대한 경험을 넓히기 위해 ‘온라인 라이브 전통시장 쇼핑’을 진행했다. (KT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IT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비대면 소통과 언택트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진은 KT가 지난 4월 진행한 ‘온라인 라이브 전통시장 쇼핑’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KT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포털사이트 네이버 환경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언택트 소비’는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 없는 소비패턴을 뜻한다. 이 단어는 접촉을 의미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또는 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뜻의 ‘비대면’ 이라는 용어와도 함께 쓰인다. 이 두 단어는 최근 경제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11일 오전 현재만 해도 LG유플러스가 대학생 서포터즈 발대식을 비대면으로 열었다는 기사, 현기차가 협력사와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기사. 네이버와 카카오가 언택트게 힘입어 1분기 실적이 좋았다는 기사, KB국민은행이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상품을 출시했다는 기사가 포털사이트 뉴스게시판 상위페이지에 검색된다. 언택트를 결합한 먹거리와 생필품이 코로나19 시대의 뜨는 사업이라는 기사도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비대면 언택트가 하나의 큰 경향이 된 셈이다.

출발은 IT기술의 발전이었다. 직원과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리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요구와도 맞는 지점이 있었다. 주문을 대신 받는 기계, 창구 업무 상당수를 온라인으로 처리하기 시작한 금융사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언택트가 2020년의 새 키워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미 지난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언택트 마케팅을 꼽았다. 키오스크·VR(가상현실) 쇼핑·챗봇 등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적용 범위가 매우 넓을 것으로 기대됐다.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다. 로봇과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함으로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 디지털 기술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실버세대 소비자나 신체 일부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기기를 사용하는 과정 등에서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 “사람 많은 매장 대신 개별 배송”...늘어나는 배송 관련 쓰레기

언택트, 비대면이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최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의 외출이 줄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택트 소비가 늘었다. 공항이나 면세점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온라인 쇼핑은 늘어났고, 여행객이 줄어드는 대신 거실과 안방에서 주로 이뤄지는 통신 관련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나 모임 등을 중단한 종교인들이 화상회의 앱으로 몰렸고 공장이 멈추면서 생산과 물류라인에 변수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긍정적으로 작용한 요소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됐던 것은 사람의 움직임이 줄면서 대기환경이 일부 개선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외출과 이동이 줄면서 대기오염이 일부 개선됐다고 진단한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이인성 기후 에너지 캠페이너는 “올해 2~3월 기준 국내 대기오염이 소폭 개선됐다”면서 “중국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이 감소하며 오염 물질 유입이 줄었고, 국내에서도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 대기오염이 전체적으로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산업이 멈추고 나서야 대기가 개선되었다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인류의 에너지사용 습관을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택배와 배달음식 소비가 늘면서 재활용 쓰레기가 늘어났다. 서울 송파구 사례를 보자.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송파구자원순환공원에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재활용쓰레기양은 70t인데 3월에만 하루 평균 87t의 쓰레기가 반입됐다. 배송 서비스가 늘면서 반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일주일에 세 번 분리수거를 하는데 그때마다 빌라 건물에서 배달음식 용기 등이 꾸준히 배출됐다. 그런데 올 봄에는 택배나 배달음식 쓰레기가 특히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쇼핑몰 대신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은 이미 오랜 경향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그 경향을 더욱 키웠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택배 물량은 2억4255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8423만 건 대비 약 31.7% 증가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받으면 배송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배출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향에 대해 김동환 녹색소비자연대 생활쓰레기줄이기 운동본부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인 가구가 늘고,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상황이 생겨 대중적으로 일회용품이나 재활용품 사용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회용품이냐 재활용 가능 용품이냐의 차이는 있겠으나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수도권 일부 업체들이 폐지 수거거부 움직임을 보이자 쓰레기 대란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매장 방문을 줄이고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배송 관련 쓰레기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촬영된 분리수거 관련 이미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늘어나는 온라인 활동...굴뚝 산업 못잖은 데이터 에너지

타인과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키오스크 사용 문화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접촉을 줄여야 하므로 키오스크 등이 늘어날까? 일각에서는 오히려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감염 우려가 세계적인 이슈가 된 상황이어서, 앞으로는 손으로 터치하는 방식을 꺼리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는 예상이다. ICT업계 관계자들은 터치스크린 대신 음석인식이나 안면인식 기술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IT개발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손소독제가 비치되고 향균 필름이 붙었다. 다른 사람이 눌렀던 버튼을 내가 또 누르는 것이 부담된다는 의미다. 터치 방식이 오랫동안 주류가 될 것 같았는데 어쩌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을 감안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온라인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몇 개월간 화상회의 솔루션 제공 기업이나 통신사 들이 깜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관련 기업이나 e스포츠 등도 각광받는 영역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도 환경적으로 따져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향 역시 환경 문제와 연결고리가 있다고 지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환경 문제를 생각할 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통 굴뚝 산업을 먼저 떠올린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내뿜는 배출가스의 모습도 상상한다. 이 문제들도 중요한 환경 이슈다. 하지만 ICT 기술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메일을 한 번 보내는데 1g,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약 0.2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1시간 동안 동영상을 보면 자동차로 1Km를 주행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이광석 교수는 언론사 칼럼을 통해 “단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웹 검색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보통 주전자 물을 끓이는 데 투여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쓴 바 있다.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노트북이든 스마트폰이든, 화면 안에서 빠르게 오가는 정보들은 결국 화석원료 에너지 기반이라는 의미다. 정보가 오가려면 서버가 필요하고, 서버를 운영하려면 충분한 전기가 필요하다. IT기업 데이터센터는 하루 종일 열기를 식히고 냉각시켜야 한다. KBS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지난 9년간 컴퓨터 센서 등으로 사용한 전기가 지난 9년 동안 40% 늘었다.

정리하면, 온라인에서 오가는 데이터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고, 그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공간과 전력도 필요하다.

◇ '인류는 대도시로’...오랜 공식에도 변화 생길까?

현대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의 접촉은 주로 도시에서 일어난다. 모든 사람이 대도시에 사는 건 아니지만 확률상 많은 접촉이 일어나는 곳은 도시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감염병 우려로 인해 늘어난 언택트 경향은 도시와 주거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도시 관련 학자들은 현대적인 도시 탄생 배경이 대규모 감염병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동아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유럽이 도시 중심에서 여러 방향으로 길과 건물을 배치한 것도 감염병 확산에서 도시를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현대 도시의 위생 인프라도 콜레라 유행 이후 발전했다.

지난 3월 31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도시와 감염병’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해당 토론 내용은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토론회에서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만나야 할 때는 만나고, 만나고 싶지 않을 때는 만나지 않는 다양성이 충족되는 사회로 바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시 철학과 공간도 이에 맞게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는 교통망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 계획을 수립했으나 이제는 감염병 유행 대응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모인 현재의 도시는 바이러스 전파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상주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과장도 “코로나 19 사태로 기존 도심지 정책 패러다임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런 경향을 감안한 미래 도시의 모델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서로 거리를 두고 있는 여러 개 지역 공동체들이 연결된 방식의 분산형 도시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채워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공원 같은 공간을 더 늘리는 ‘비우는 도시’가 앞으로 새로운 도시 모델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경향이 대도시 집중 현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 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은 시사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코로나 이후 질병의 공포심과 건강 위생에 대한 관심은 대도시로의 집중에 제동을 걸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김 교수는 해당 컬럼에서 “바이러스의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인류는 새로운 의학기술 발명과 함께 도시 혁신으로 응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IT기술 발전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은 인류의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변화는 인류를 둘러싼 환경에도 여러 방면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강남역 뒷길이 한산하다/그린포스트코리아
감염병의 세계적인 유행이 대도시 집중 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사진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인 서울 강남역 뒷길의 모습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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