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수에서 수영하며 세슘만 제거하는 미세로봇
바닷물 속 세슘 99.1% 이상 제거 흡착제 개발

사진은 그린피스가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모습. (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그린피스가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모습. (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역사상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누출 피해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례를 꼽을 수 있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도쿄 올림픽 성화 출발지점에서 평균 방사선량이 사고 이전 대비 1775배나 높게 검출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와 함께 일본산 가공식품과 농산물, 수산물 등에서 세슘 검출률이 2018년에 비해 도리어 증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특히 앞서 언급된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세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명세를 떨쳤다.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세슘-137은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노출 시 몸속에 쉽게 흡수되고 체내 세포 등에 악영향을 끼쳐 암에 걸릴 수 있다. 여기에 반감기가 30년 이상 지속돼 토양과 해양에 오랫동안 잔류하고 바람에 의해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원전 사고로 주변 국가들이 공포에 떠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자 방사성 폐수와 바닷물 등에 녹아든 방사성 오염 물질, 세슘을 제거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 방사성 폐수 속 헤엄치며 세슘 잡아내는 미세 수중로봇

국내 연구진들은 방사성 폐수와 바닷물에 있는 세슘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흡착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우선, 방사성 폐수 속을 헤엄치며 세슘을 감지·제거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 박찬우 박사팀은 원격 제어로 방사성 폐수 속을 유영(游泳)하며 세슘을 감지·제거하는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을 지난해 6월 개발했다.

미세 로봇(micro robot)은 다양한 에너지로 움직임을 제어하고 주어진 기능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1㎜ 이하 초소형 장치를 통칭한다. 

머리카락 두께의 1/10로 약 7㎛(마이크로미터) 크기인 이 수중로봇의 특징은 바로 세슘 제거 속도에 있다. 몸체인 이산화규소 마이크로입자 한쪽에 백금 촉매를 코팅해 과산화수소와 함께 넣으면 화학적 반응으로 추진력이 생긴다. 

그 결과, 기존 수동형 흡착제에 비해 세슘 제거 속도가 무려 60배나 빠르다.

또한 이 로봇은 외부에서 자기장을 조절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자성을 가진 니켈을 백금과 함께 몸체에 코팅해 이동을 제어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방사성 폐수 작업자의 피폭을 예방하고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진들은 미세 수중로봇을 통해 방사성 폐수 처리는 물론 수계 환경 정화, 산업 폐수 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사성 세슘 제거를 위한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개념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방사성 세슘 제거를 위한 화학적 미세 수중로봇 개념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바닷물 속 세슘 99% 이상 제거…새로운 세슘 흡착제

방사성 폐수 속에 녹아든 세슘을 90% 이상 제거하는 흡착제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흡착제는 기존 후쿠시마 사고 수습에 사용된 것보다 빠르고 흡착 용량도 커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세슘을 골라낼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희만 박사팀은 속은 비어있으면서 표면적이 큰 ‘세슘 제거용 꽃모양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Hf-TiFC)’를 지난달 개발했다.

이 흡착제의 비밀은 특별한 구조에 있다. 세슘 흡착에 활용되지 않는 입자 내부는 빈 공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고 입자 표면은 표면적이 큰 겹꽃 모양의 나노구조로 합성했다.

그 결과, 속이 비어지 있지 않은 기존 미립자 형태의 금속-페로시아나이드에 비해 세슘 흡착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무려 1만배 빠른 흡착속도다. 후쿠시마 사고 수습에 사용된 타이타노 실리케이트와 비교해도 32배나 빠른 수준이다.

흡착 용량 역시 뛰어나다. 1g당 최대 454mg의 세슘을 제거해 금속-페로시아나이드 대비 3배나 큰 용량을 자랑하며 타이타노 실리케이트와 비교해도 1.7배 뛰어나다.

이 나노흡착제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환경에서 유용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세슘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개발된 흡착제가 있지만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특히, 바닷물의 경우 나트륨과 칼륨 등 경쟁이온이 많아 세슘만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제염 후 만들어진 폐수처럼 강산성인 환경에서는 세슘 제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이번에 개발된 나노흡착제는 칼륨이 5000ppm 이상 들어있는 폐수에서도 세슘을 선택하는 분배계수가 타이타노 실리케이트보다 261배 높았다.

일본의 방사성 폐수 방출 계획에 따라 오염이 우려되는 바닷물 속에서도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바닷물 속에서 99.1% 이상의 세슘을 제거해 타이타노 실리게이트의 제거율인 78.9%보다 월등한 수치를 보인 것이다.

해당 흡착제는 국내 특허 출원 중이며 미국과 일본, EU 등 해외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양희만 박사는 “제조가 쉽고 간편해 상용화의 필수조건인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며 “기존 흡착제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고 적은 양으로도 대량의 방사성 폐수를 처리할 수 있어 폐액 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성 세슘을 제거하는 겹꽃 모양의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흡착제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방사성 세슘을 제거하는 겹꽃 모양의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흡착제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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