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가능한 가전제품,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도시광산’의 2가지 열쇳말...유한한 자원, 줄여야 할 쓰레기

사람을 만나는 대신 집에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려니 여러 대의 정보통신 기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저 작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무슨 까닭일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안도현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고 했다. 초등학생 말고 과거의 국민학생 들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포스터로 불조심 교육을 받았다. 이런 표어들은 이제 '버린 폰도 다시 보자'는 말로 바꿔야 한다.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 속에는 유용한 금속과 광물이 있어서다.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버려지는 가전제품 속에는 희귀한 금속이나 광물이 숨어 있다. 남아있는 자원의 양을 감안해도, 함부로 버려지는 물건들의 영향력을 생각해도, 그 가치는 매우 높다.

‘도시광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가 낯선 사람도 있고 귀에 익은 사람도 있겠으나 IT와 소재 관련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용어다.

도시광산은 1980년대 일본 도호쿠대학 선광제련연구소 난조 미치오 교수가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도시에서 광물을 캐낸다는 의미인데, 산업의 원료가 될만한 금속자원이 폐기물 형태로 도시 지역에 분포되어 마치 광산 같은 규모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버려진 폐가전제품에서 자원이 될만한 것들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경제 용어 사전에 따르면, 석유나 석탄 또는 천연가스 같은 자원은 태워서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이 어렵다. 반면 금속은 형태를 바꿔 제품 재료로 사용해도 기본 형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재활용이 가능하다. 도시광산은 여기서 착안했다.

도시광산은 두 가지 관점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버려진 물건이 새로운 쓰임새를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인류가 캐내어 쓸 수 있는 금속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새로운 광맥을 찾아야 한다는 것.

미국 지질조사국은 지난 2016년 ‘주요 금속의 가채연수가 수십 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가채연수는 특정 자원을 현재와 같은 생산 수준으로 채굴할 때 앞으로 채굴 가능한 기간을 뜻한다.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주요 광물의 가채연수는 금 18.7년 은 20.9년 구리는 38.5년이다.

◇ 회수 가능한 가전제품, 함부로 버리지 말자

도시광산은 사실 최근 들어 새롭게 진행된 논의가 아니다. 이미 9년 전인 지난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도시광산에서 추출하는 희소금속의 잠재가치가 33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희소금속은 니켈, 크롬, 텅스텐, 희토류(레이어스) 등 매장량이 한정된 31종의 금속을 말한다. 당시 기준 기술적·경제적 이유로 추출이 곤란하지만 앞으로 수요가 크다고 예상되는 금속들도 포함한 조사였다.

최근 도시광산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제품 보급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전자 쓰레기는 4470만톤이다. 2014년 조사보다 8% 늘어난 숫자다. 이중 회수나 재이용이 이뤄진 비율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3410만톤은 버려져 행방이 묘연하다. 공사는 2016년 기준 회수 가능한 자원가치가 55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과학전문사이트 ‘이웃집과학자’가 일본 물질재료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6월 현재 일본에는 금과 은, 구리 등 약 416조원 규모의 금속자원이 재사용되길 기다리며 도시광산에 폐자원으로 쌓여 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은 1,566kg, 금 143kg 등을 도시광산에서 뽑아냈다.

이웃집과학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는 금과 은, 리튬, 팔라듐 등 희소금속 20종이 들어있고. 2014년 기준 스마트폰 등 한국에서 쓰인 금속의 경제적 가치는 90조원에 달한다”고 언급하면서 “이 가운데 20조원 정도가 도시광산에서 생산한 자원”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도시광산 생산자원 가운데 한국에서 지정한 희소금속 비율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되, 스마트폰 수거와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 유한한 자원, 줄여야 할 쓰레기...2가지 과제 해결할까?

기업 등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환경스타트업 테라사이클과 폐휴대폰 및 소형 전자제품을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시 유플러스는 휴대전화와 소형 전자제품 총 143.4㎏을 수거해 여기서 추출한 금속을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으로 인계해 모두 가공, 재활용했다. 당시 휴대폰 케이스와 배터리 케이스 등 플라스틱 약 50㎏은 재생 원료로 만들어 환경 유해성 인증을 받은 후 친환경 놀이터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경제전쟁시대, 국내 소재산업의 원료 광물자원 확보 전략’ 토론회에서도 도시광산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

당시 회의 참가자들에 따르면 일본은 약 416조원 규모의 도시광산이 있는데 금과 은만 해도 세계 매장량의 각각 16.4%, 22.4%를 차지한다. 중국도 2030년 전기차 배터리 원료 중 40%를 재활용 원료로 공급하기로 하는 등 자원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도시광산 등 자원의 흐름을 파악하고 경제성과 환경규제 등을 살펴 자원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지구에 묻힌 자원은 대부분 양이 정해져있다. 인류는 쏟아내는 쓰레기의 양을 줄여야 한다. 도시광산은 이 지점에서 교집합을 찾는 키워드 중 하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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