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올라갈수록 더 큰 위기 닥친다
인류 안전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
환경 재난 뒤 경제적 피해도 막대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탄소 배출 줄이려고 노력하는 기업 얘기 먼저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모습(그린포스트코리아 DB)/그린포스트코리아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아 기온이 증가하면, 미래 지구에는 여러 종류의 환경 재난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적인 손해는 물론이고 안전과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 사진은 기후변화 등으로 가뭄이 발생한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사람들은 이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를 말한다. 탄소 배출이 줄지 않아 지구의 기후가 변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걸까. 그저 조금 더 더워지는걸까? 각계 전문가들은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5월 7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기후변화대응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의 기후변화대응 정책 현황 및 R&D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과기부의 향후 R&D 추진방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다.

과기부는 앞서 4월 23일에도 기후변화대응 R&D의 한 분야인 ‘탄소자원화 원천기술 개발’ 추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정병선 1차관 주재로 연구자 간담회를 열었다. 기후변화가 환경이나 산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논제라는 의미다.

이날 최기영 장관은 “최근 몇년 간 폭염,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게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는 국민의 삶에 점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과기부가 기후변화대응 분야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관련 전략을 하반기에 수립하고, 필요시 관계부처와 논의하여 관련 법 제정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기온 오를수록 위기 커져...안전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

탄소 배출이 줄지 않아 지구의 기후가 변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걸까.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에서 “대기 중 탄소량은 지난 80만 년 가우데 어느 때와 비교해도 족히 3분의 1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저자는 “인류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30미터 이상 높았던 1500만년 전과 비교해도 그렇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뉴욕매거진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로 지구온난화 관련 재난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취재했다. TED 강연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날씨가 더워진 미래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의도겠지만, 그 내용은 놀랍다. 기온이 2도 증가하면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명 이상이 물 부족을 겪으며 적도 지방 주요 도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 북위도 지역에서도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3도 증가하면 남부 유럽이 영구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중앙아시아는 지금보다 19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카리브해 지역은 21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겪는다.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건기가 5년 늘어난다. 산불 등으로 불타는 지역이 미국에서는 6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도 예측한다.

4도가 늘어나면 어떨까. 라틴아메리카에서만 뎅기열 발발 사례가 800만 건 이상 증가하고 식량 위기는 거의 매년 전 세계에 닥친다. 폭염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9퍼센트 늘어난다. 하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가 방글라데시는 30배, 영국은 60배 늘어난다. 기후가 원인이 되는 여러 자연재해가 특정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예상할 수 있는 피해는 크게 다음과 같다. 더워진 날씨로 인한 폭염,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 재배량 감소, 건조한 날씨로 늘어나는 산불, 가뭄 등으로 인한 물 부족, 반면 높아지는 해수면에 따른 도시변화 등이다.

이 밖에도 동물 서식지의 인위적인 파괴로 인한 전염병 증가 등도 기후위기와 일부 관련이 있다고 논의되는 주제들이다. 인류와 동식물의 안전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다.

기후변화가 미래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 이 책은 환경부가 기후변화주간을 맞아 추천도서로 소개했다. 사진은 해당 책을 소개하는 4월 24일자 환경부 SNS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가 미래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 이 책은 환경부가 기후변화주간을 맞아 추천도서로 소개했다. 사진은 해당 책을 소개하는 4월 24일자 환경부 SNS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 재난이 가져올 놀라운 경제적 피해들

환경은 생존의 문제이면서 경제 관련 이슈이기도 하다.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4도 늘어나는 상태에서 예상될 수 있는 전 세계 피해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조 달러다. 이는 현재 전 세계 경제적 부의 2배 이상 규모다. 크레디트스위스의 <2017 세계 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부는 총 280조 달러였다.

온난화가 1도 진행될 때마다 미국처럼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약 1퍼센트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 기온이 2도 높아지면 1.5배 높아졌을 때 보다 세계가 20조 달러만큼 가난해진다는 논문도 소개한다. 기온이 3.7도 상승하면 551조 달러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예측도 있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1도 상승당 경제성장률이 1퍼센터포인트 떨어진다H 계산하면 2100년에는 세계 경제가 아예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IMF는 세계적으로 매년 5조 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하는 셈이라고 지적했고 한 논문에서는 인류가 기후 문제에 늦장 대응할 경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6조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런 피해액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추정치라고 치부할 수 없다. 자연재난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지금의 인류에게도 늘 제기되는 문제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지난해 강원도 고성산불로 약 1,3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물론, 홍수와 산불이 탄소배출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자연재해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없다고 단정짓는 것 역시 어렵다.

한국기후변화학회 이동근 회장은 최근 머니투데이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여러 여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노력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실제로 배출을 줄인 사례들은 무엇일까. 연재 4편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을 인정 받은 국내 기업 사례를 모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