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 “녹색금융과 기후금융에 대한 관심 높아져”
반기문 위원장, "파리협약 지켜내지 못한다면, 인류는 패배자”
조용병 회장, “경제·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 확대할 것”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탄소 배출 줄이려고 노력하는 기업 얘기 먼저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포스코사거리 인근 하늘. (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다. 이 지점에서 국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사진은 지난 3월 중순 테헤란로 일대의 맑은 하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탄소배출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제기되는 메시지다.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들이 앞다퉈 의제설정에 나선 주제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이 환경만의 이슈가 아니라 경제와 금융 측에도 중요한 숙제’라고 주장한다. CDP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단체다. CDP는 전 세계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각국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물·삼림자원 등 환경 이슈 대응 관련 경영정보를 수집한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매년 보고서로 발표돼 전 세계 금융기관의 투자지침서로 활용된다. 한국에서는 CDP한국위원회 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2008년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CDP한국위원회는 지난 4월 28일 기후변화대응 활동을 잘 수행해 온 기업들을 발표했다. 당시 CDP는 ‘그린스완, 기후금융 제도화를 촉진하다’라는 제목의 2019년 보고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전했다.

CDP는 보고서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장지인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등의 컬럼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이 환경·경제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기업과 국가가 어떻게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지 소개했다. 이들의 조언은 마치 환경 '구루(Guru)’를 떠올리게 한다. 구루는 힌두어로 전문가, 지식인, 현자를 뜻하는 단어다.

기후위기와 마주한 현대의 기업과 국가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들이 보고서에 게재한 컬럼을 요약해 아래 소개한다. 게재 순서는 보고서에 등록된 순서와 같다.

 

◇ 장지인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녹색금융과 기후금융에 대한 관심 높아져”

올해 초 ‘그린스완’(녹색백조) 이라는 용어가 회자되었습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심각한 경제·금융위기를 의미 합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과 금융안정위원회, 국제통화기금, 녹색금융 네트워크 등도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해 왔습니다. 구체적인 대응방안도 ‘규제적 성격’을 가진 ‘권고안’이라는 방식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경제·금융 관련 국제기구들의 이러한 경고와 대응은,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금융의 문제이며, 기후행동 촉구가 환경운동가들의 급진적 주장이 아니라, 주류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 조)에 대한 정부, 금융기관, 기업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특히 녹색금융과 기후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CDP는 기후변화·물·산림자원 등 환경 이슈 와 관련해, 2003년부터 녹색금융과 기후금융의 관점에서 투자자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해 왔고, 이를 통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CDP는 앞으로도 투자자와 기업의 더욱 강력한 연결고리이자 플랫폼 역할을 통해 저탄소 사회 이행에 기여하겠습니다.

 

◇ 폴 심슨 CDP CEO
“정부, 기업에게 저탄소 투자 확신과 자신감 심어야”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잠재적 위협이 아닙니다. 현재, 바로 이곳에 존재하며 이미 전 세계 수백 만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19년 말 발생한 호주 산불은 최소28 명의 실종 자 포함하여 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호주 산불은 최근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상 기후현상의 한 예시일 뿐입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현상의 가장 파괴적인 영향은 인명 피해지만, 생태계, 공동체, 그리고 세 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역시 막대합니다. 2019 년 CDP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215개 글로벌 기업은 2,500억 달러(US)의 ‘좌초 자산’을 포함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재무적 리스 크가 10조 달러(US)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실 질적 행동을 망설일 여유가 없습니다. 2020년은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파리협정 이후 5년이 지났습니다. 각국 정부는 국가 감축계획을 통해 진전된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합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C 제한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올해는 기후행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10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한해입니다.

기업의 행동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저탄소 사회에서 필요한 영역에 투자할 있도록 확신과 자신감을 주어야 합니다. 정부는 조속히 보다 진전된 목표를 발표해야 합니다. 먼저 행동에 나서야만, 저탄소 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목표 수준 향상과 지체 없는 이행을 위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기여하는 2020 년을 만들어야 합니다.

 

◇ 박용근 EY한영 대표이사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할 것”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대부분 경제 부문과 산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투자자에게 기후변화는 현재와 미래에 상당 한 재무적 도전과 기회를 불러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업의 전략 및 자본의 배분은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투자자의 기후변화 재무정보에 적절한 정보 요구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가 발표한 권고안은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가이드라인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TCFD 권고안에 대한 공시의 중요성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 또한 개선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유관산업들을 중심으로 국제시장에서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도전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EY 한영은 CDP Climate Change & Water 프로젝트의 한국 평가 기관으로서, 기업들의 활동 현황을 분석하고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결과를 보고하는 모든 과정에서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평가 체계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기업 활동 조사 문항 개발과 평가 체계 개선을 지속함으로써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속 가능경영을 유도하고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겠습니다.

 

빙하전문가들이 2100년에는 지구 해수면 상승이 2m를 넘을 수 있다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초구했다. (남극대륙, 본사 DB)
남극의 아름다운 빙하 모습. 기후위기는 지구 환경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파리협약 지켜내지 못한다면, 인류는 패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는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의 응답 중 하나일 수 있다”라며 당면한 생태계 위기를 무시하고 있는 인류에게 경고를 보낸 바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신종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기후 변화는 전염병의 숙주 서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한편, 산불, 홍수, 가뭄 등 대규모 재해를 빈번하게 유발하고, 이로 인해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접촉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염병은 우리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 그 재앙의 파편에 불과합니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지구에 의존에 살아가는 우리 인류의 삶은 근본부터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활’ 아닌 ‘ 생존’이 최우선인 ‘일상적 재난’의 시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파리 기후협정으로 출범한 ‘포스트 2020 신기호 체제’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사실, 이는 최소한입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파리협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전 세계가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지 않고 인류 전체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적 관점에서 공동의 지혜를 모으고 연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요한 주체입니다. 세계 200대 경제단위 중 4분의 3 이상이 기업이라는 점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줍니다. 저탄소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지구촌의 ‘기업 시민’으로서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 목표에 기여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업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이를 위한 시작입니다.

기후변화 대응 골든타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신기후체제’에 미국을 반드시 참여시키도록 공동노력을 해야 하는 동시에, 각자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오직 책임 있는 행동만이 해결을 위한 유일한 답이며,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류의 합의를 후퇴시키고 전진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되어 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더욱 굳건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경제·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 확대할 것”

최근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라는 용어로 대치해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녹색성장 국가 전략을 담은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19~’23)을 통해 금융기관이 자금 운 용시 기후 리스크를 고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확대를 발표하는 등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그룹은 「환경/사회 리스크관리 모범규 준」 기반의 관리 체계를 구축, 자산에 대한 환경 사회 측면의 유의영역을 선정하여 지속 모니터 링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적 영향이 큰 개발 PF에 대해 환경사회 위험을 평가하고, 필요시 경감방안을 금융 계약에 반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그룹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2030년까지 녹색산업에 20조원을 투자 및 지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까지 절감을 목표로 하는 그룹 친환경 경영 비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기후변화 전반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 ‘그룹 기후변화 대응 원칙‘을 선포하였습니다.

2020년 신한금융그룹은 대한민국 리딩 금융그룹을 넘어 ‘일류신한’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환경경영,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금융 본업을 통해 경제, 사회, 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고객과 사회에 인정받고 세계적인 친환경 ‘일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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