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 발표
“과거 금융위기 세대보다 더 큰 충격 올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취업박람회 성격의 ‘2019 에너지 혁신인재 포럼’을 열고, 취업준비생 등에게 에너지분야 채용기회와 정보를 제공했다. (안선용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청년들의 취업과 경제생활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해 취업박람회 등의 성격으로 열렸던 2019 에너지 혁신인재 포럼 당시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더라도 승진 지연과 경력 상실 등으로 인한 임금 손실이 앞으로 10년간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로나 사태 여파가 청년들에게 오랜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 한요셉 연구위원이 6일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한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과거 금융위기 세대와 마찬가지, 혹은 그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며 위와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청년(15~29세) 고용은 2019년 4분기에 양적인 개선 흐름이 나타났으나 코로나19 보건위기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정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 충격은 신규구직 계층이 청년에게 특히 크게 작용하므로 청년고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실제로 지난 2월 이후 보건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일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연령별 인구 비중을 고정한 고용률 기준으로 살펴봐도, 1월에는 전년동월대비 0.2%p 증가했지만 2월과 3월에는 각각 1.0%p, 3.0%p 하락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고용률 증가폭이 3%p 정도 축소됐다.

산업별로는 청년층의 경우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 사업시설관리⋅ 지원⋅임대서비스업 등에서 고용률 상승세가 하락세로 급격히 전환됐다. 교육서비스업에서도 일시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가 나타났다.

◇ "부정적 영향 단기간에 안 끝나, 최대 10년까지?"

한요섭 위원은 “향후 청년층 고용은 해외의 보건위기와 이에 따른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해 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더욱 위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3월 중 많은 기업의 신규채용이 일시적 혹은 무기한으로 연기됐고, 앞으로 상황에 따라 신규채용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3월 중 평일 채용공고 등록건수가 전년동기 대비 32.7% 감소했고 신입사원 채용공고는 44.4%감소했다. 물론 4~5월에는 감소세가 부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의 상반기 공채 일정도 모두 확정됐거나 진행 중이다.

다만 보고서는 “향후 해외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제조업 및 관련 분야와 내수 서비스업 등에서 고용이 위축되고, 특히 청년층의 고용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들의 경우 이번 위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사태가 이어질 경우 단기적인 임금 손실 이외에도 경력 상실 등으로 인한 임금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 졸업 직후 10년간의 경력 동안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요셉 위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첫 입직이 1년 늦을 경우 같은 나이의 근로자에 비해 향후 10년 동안의 임금이 연평균 4~8%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 후에도 경력 초기 직장 선택이 제약되는 상황에서는 향후 경력 개발 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2분기 이후 고용 충격 예상, "정규직 일자리 관련 정책 필요"

한 위원은 2분기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청년 고용 충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 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비교했을 때를 전제로 "청년층의 고용률은 1%p 감소가 예상되고 취업자수는 연평균 10만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해외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뒤 1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고용에 충격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실질 GDP 성장률은 2008년 4분기(-1.7%)부터 영향을 받았는데, 고용시장에서는 2009년 1분기부터 고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1%p 이상 하락했다. 이후 그 여파는 1년 넘게 지속된 뒤 2010년 2분기에 가서야 회복을 시작했다.

다만 청년 고용 위기가 오로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보고서 역시 “2016년 4분기 이후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한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위축 및 조선업·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청년 고용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 정년 연장의 효과가 2017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점도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 위원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당장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질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신규채용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채용장려금과 같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쪽에 초점을 맞춰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보건 및 IT 부문의 확대에 대비하는 산업 및 인력양성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교육 부문에서 온라인 교육의 내실화, 대학 전공선택의 유연성 제고, 진로교육 강화 및 직업교육과 노동시장 간 연계성 강화 등 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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