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유리천장 지수에서 29개 회원국 중, 29위로 한국이 6년째 연속 꼴찌 차지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한 결과다. 지수에 따르면 사내 여성비율, 육아휴직 등과 같은 성별 평등에 관련된 10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런 지수에서 6년째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은 한국여성 기업이 위에 있는 유리천장이 높고 두껍다는 뜻이다. 결국 여성들이 속해 있는 대·중·소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남녀 성별 차이에 대해서는 녹록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이렇듯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CEO들이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2017년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CEO를 조사했다. 이중 여성 CEO는 21명이었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자수성가, 오너가 출신, 전문경영인 출신의 대한민국 여성 CEO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첫번째 주인공 #걸크러시 #임일순 #홈플러스대표다. 그녀들이 이끄는 기업의 방향성과, 경영방식, 앞으로의 전략, 행보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자. (편집자주)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쳐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쳐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임일순 대표는 오너 경영자를 제외하고 여성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통업계 대표가 된 최초의 여성 CEO다. 임일순 대표는 영업적자에 빠진 홈플러스에 2015년 영입돼 재무부문장(CFO)과 경영지원부문장(COO)을 맡으며 흑자전환을 불러온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2017년 10월 홈플러스는 임일순 경영지원부문장, 당시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냈다. 이 인사로 임일순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가 됐다.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임일순 사장은 1986년 모토로라와 컴팩코리아 등을 거쳐 1998년 유통업계에 발을 들였다.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 그룹 등에서 재무를 맡았다.

홈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로 온 게 2015년이다. 대표 취임 후 홈플러스 스페셜, 새로운 자체 브랜드(PB), 업계 최초의 신선식품 A/S(사후서비스)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국내 유통기업인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임 대표는 취임후 △신선식품 100% 반품 △창고형+대형마트 접목한 홈플러스스페셜 등의 신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경영과 사업을 고객의 소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고객중심'의 임대표의 경영의지가 담겨있는 대목이다. ①

◇ 고객과 직원이 '전부'

취임한 해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를 진행해 주부들이 원하는 대형마트의 모델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만든 게 ‘홈플러스 스페셜’이다. 새롭게 내놓은 하이브리드 매장인 홈플러스 스페셜의 평균 매출은 2017년 대비 40% 이상 늘었고, 한 번 쇼핑에 구매하는 금액도 30% 증가했다.

그가 행한 홈플러스 스페셜은 창고형 매장과 대형마트가 접목한 형태로 소량구입을 원하는 1인가구와 다인가구 모두 만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그가 코스트코에 근무할 당시 얻은 아이디어로 전해졌다.

이후 만 12년 이상 장기근속한 무기계약직 사원 4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큰 일까지 벌린다. 최저임금 상승을 놓고 다들 눈치를 보고 있을때 그는 과감히 결정한다. 이후 복직된 이들은 2018년 7월 1일자로 정규직 직급인 ‘선임’이 됐다. 이는 직원을 위하는 그의 경영 철학이 내포되어 있다.

코로나19와 각종 사회 이슈 등으로 경기가 장기침체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의 매출은 계속해서 곤두박질 치고 있고 온라인은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7조6598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줄었고 영업이익은 1091억원으로 57% 감소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상황이 어려워지자 매장 폐점과 직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임일순 대표는 직원들의 사내 게시판을 통해 손편지를 쓴다.

지난 6월 임일순의 손편지 내용에 따르면 "지금의 상황은 유통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과거의 모습 그대로라면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이라고 쓴 뒤 “여러분에게 주주에 대한 막연한 염려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저는 우리와 주주가 걷고 있는 길이 다르지 아니하며 회사는 주주 변경과 상관없이 영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시선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로 홈플러스 경남동김해점과 부천중동점을 폐점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졌다. 또 점포 내 입점해 있던 자영업자들이 일방적으로 ‘묻지마 폐점’을 당해 ‘갑질’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에 중동점 13개 매장 임대 점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홈플러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위와같은 상황을 어떻게 대처 할 지는 임 대표가 수습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 23주년 맞은 홈플러스...악재에 임 대표, '함께 견디자'

홈플러스가 지난달 28일 창립 23주년을 맞았다. 여전히 악재속에서 임일순 사장은 홈플러스 살리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임 사장은 온·오프라인을 넘는 '올라인'(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뛸 것이라며 체질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코로나19로 대형마트 업계 위기가 지속되자 돌파구로 온·오프라인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진행한 경영진 회의에서 "힘들고 어려운 때 일수록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계를 허무는 '역발상'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업계에 따르면 임 사장이 취임 후 MBK인수, 오프라인 부진, 실적 하락, 홈플러스 상장 실패, 노사갈등 등의 다양한 이슈들의 연속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홈플러스가 여전히 굳건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임 사장 덕분이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해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여성의 섬세함과 카리스마까지 겸하고 있는 임사장은 회사내에서 '걸크러쉬'로 평가되고 있다. 고객, 직원과의 강도 높은 스킨십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는 취임 이후 줄곧 '고객'과 '직원'이 중요하다는 강한 의지와 방침을 이어온데 이은 평이다.

임대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임 사장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 향후 온라인 매출을 기존 4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8년 6천억원 수준이던 온라인 사업 매출을 2020년 1조6천억원, 2021년 2조3천억원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온라인으로 물류를 접목할 수 있는 '쇼킹'(Shopping+picking) 매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1년까지 140개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장착한 쇼킹매장을 통해 구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난해 저조했던 매출은 임사장이 풀어내야 할 산이다. 최저임금 상승부터 시작해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직격탄을 맞은 홈플러스는 2018 매출액은 전년 대비 3.67% 감소한 7조659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59% 줄어든 1090억원을 기록했다.

임 사장의 여성친화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며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긍정적인 행보가 더욱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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